분쟁 5년째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의 항변
30일 상사중재원서 첫 중재심리
인도네시아에 차 조립판매 계약
중국산 부품 바꾼뒤 분쟁 불거져
코린도, 작년 현지서 손배소송 내
현대차 “적법한 계약 종료였다”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힘으로 누르려고 드는 걸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의 한상 기업 코린도그룹 간의 계약분쟁에 대한 대한상사중재원의 첫 중재심리가 30일 열린다. 2008년 중국산 불량 부품 문제에서 비롯된 현대차와 코린도의 분쟁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법적 공방에 돌입하는 것이다. 현대차 쪽에서는 “적법한 계약 종료였다”고 주장하며,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면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분쟁의 또다른 당사자인 코린도 쪽은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도대체 현대차와 코린도 사이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세계한상대회 운영위원회 회의 참석차 입국한 승은호(71) 코린도그룹 회장을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다. 인도네시아의 20대 그룹 중 하나인 코린도가 현대차와 손을 잡은 건 2006년이었다. “인도네시아 거리를 다니는 차의 90%가 일본 차에요. 광산 개발이나 건설 공사가 많으니 트럭 등 공사 차량이 많이 필요하겠다 싶었죠. 코린도와 세계 5위 현대차의 기술력이 힘을 합치면,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20~30%는 차지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현대차와 코린도는 이런 취지에 합의해 중형 상용차 공급·판매·기술 계약을 체결하고, ‘마이티2’트럭을 반제품형태(CKD)로 들여와 조립해 2007년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국내 대기업과 해외 한상 기업간 ‘상생 경영’의 시작이었다. “현대차가 힘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처음엔 판매가 순조로웠어요.” 첫 해 408대(0.9%)를 판매한 데 이어, 2008년엔 시장점유율이 4.4%(3247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문제는, 판매가 늘수록 코린도사의 손실이 커졌다는 점이다. 경쟁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뿐더러, 초반 판매한 900여대는 조립단가를 뺀 반제품 수입 단가만도 이미 판매가보다 비싼 탓이었다. “현대차 쪽에 가격인하를 요구했죠.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현대차도 부담을 함께 져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요.” 가격을 낮추다 보니 문제가 생겨났다. 현대차가 트럭의 핵심 부품인 리어액슬과 트랜스미션을 국산에서 저가의 중국산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미쓰비시 트럭이 1년만에 고장이 나는 데 비해 현대차는 3~4개월이면 고장이 나기 시작했어요.” 딜러들과 고객들의 불만이 폭증했다. 차량 할부금 납부를 거절하거나 반환을 요구하며 구입한 트럭을 코린도 공장으로 끌고와 버리고 가는 고객까지 생겨났다. 현대차의 상용차 고객들에게 할부금융을 제공하던 코린도의 금융 자회사까지 덜컹거릴 지경이 됐다. 코린도는 현대차 쪽에 정상 제품으로 교환해줄 걸 요구했지만, 현대차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미국이나 유럽 같았으면 당장 리콜을 할 만한 사안 아닌가요. 하지만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운전자들의 과적이 원인이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다’라는 이유를 대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두 회사 간에 치열한 책임 공방이 오갔다. 급기야 현대차는 공급 계약 및 계약연장 거절 통지를 했다. 2010년 9월께 일이다. 이듬해 6월엔 유지보수 부품 공급마저 끊어버렸다. “그 사이,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직접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더군요. 처음부터 현대차가 코린도를 내세워서 인도네시아 시장을 개척한 뒤, 상용차 조립공장과 영업기반을 헐값에 인수하려던 의도였던 게 아니었나 싶었어요.” 코린도가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지방법원에 현대차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피해를 봤다며 1조6000억루피아(2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까닭이다. 현대차는 계약의 관할권 조항을 들어, 지난해 12월 대한상사중재원에 상용차 계약 분쟁에 관한 중재를 신청했다. “현대차의 태도는 대기업 홀로 독식하겠다는 것입니다.” 승 회장이 쉽사리 물러나지 않겠다는 이유다. “우리가 바라는 건 현대차가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 뿐입니다. 이 기회에 대기업의 나쁜 행태가 반드시 고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인도네시아에 차 조립판매 계약
중국산 부품 바꾼뒤 분쟁 불거져
코린도, 작년 현지서 손배소송 내
현대차 “적법한 계약 종료였다”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힘으로 누르려고 드는 걸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의 한상 기업 코린도그룹 간의 계약분쟁에 대한 대한상사중재원의 첫 중재심리가 30일 열린다. 2008년 중국산 불량 부품 문제에서 비롯된 현대차와 코린도의 분쟁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법적 공방에 돌입하는 것이다. 현대차 쪽에서는 “적법한 계약 종료였다”고 주장하며,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면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분쟁의 또다른 당사자인 코린도 쪽은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도대체 현대차와 코린도 사이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세계한상대회 운영위원회 회의 참석차 입국한 승은호(71) 코린도그룹 회장을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다. 인도네시아의 20대 그룹 중 하나인 코린도가 현대차와 손을 잡은 건 2006년이었다. “인도네시아 거리를 다니는 차의 90%가 일본 차에요. 광산 개발이나 건설 공사가 많으니 트럭 등 공사 차량이 많이 필요하겠다 싶었죠. 코린도와 세계 5위 현대차의 기술력이 힘을 합치면,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20~30%는 차지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현대차와 코린도는 이런 취지에 합의해 중형 상용차 공급·판매·기술 계약을 체결하고, ‘마이티2’트럭을 반제품형태(CKD)로 들여와 조립해 2007년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국내 대기업과 해외 한상 기업간 ‘상생 경영’의 시작이었다. “현대차가 힘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처음엔 판매가 순조로웠어요.” 첫 해 408대(0.9%)를 판매한 데 이어, 2008년엔 시장점유율이 4.4%(3247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문제는, 판매가 늘수록 코린도사의 손실이 커졌다는 점이다. 경쟁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뿐더러, 초반 판매한 900여대는 조립단가를 뺀 반제품 수입 단가만도 이미 판매가보다 비싼 탓이었다. “현대차 쪽에 가격인하를 요구했죠.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현대차도 부담을 함께 져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요.” 가격을 낮추다 보니 문제가 생겨났다. 현대차가 트럭의 핵심 부품인 리어액슬과 트랜스미션을 국산에서 저가의 중국산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미쓰비시 트럭이 1년만에 고장이 나는 데 비해 현대차는 3~4개월이면 고장이 나기 시작했어요.” 딜러들과 고객들의 불만이 폭증했다. 차량 할부금 납부를 거절하거나 반환을 요구하며 구입한 트럭을 코린도 공장으로 끌고와 버리고 가는 고객까지 생겨났다. 현대차의 상용차 고객들에게 할부금융을 제공하던 코린도의 금융 자회사까지 덜컹거릴 지경이 됐다. 코린도는 현대차 쪽에 정상 제품으로 교환해줄 걸 요구했지만, 현대차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미국이나 유럽 같았으면 당장 리콜을 할 만한 사안 아닌가요. 하지만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운전자들의 과적이 원인이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다’라는 이유를 대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두 회사 간에 치열한 책임 공방이 오갔다. 급기야 현대차는 공급 계약 및 계약연장 거절 통지를 했다. 2010년 9월께 일이다. 이듬해 6월엔 유지보수 부품 공급마저 끊어버렸다. “그 사이,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직접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더군요. 처음부터 현대차가 코린도를 내세워서 인도네시아 시장을 개척한 뒤, 상용차 조립공장과 영업기반을 헐값에 인수하려던 의도였던 게 아니었나 싶었어요.” 코린도가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지방법원에 현대차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피해를 봤다며 1조6000억루피아(2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까닭이다. 현대차는 계약의 관할권 조항을 들어, 지난해 12월 대한상사중재원에 상용차 계약 분쟁에 관한 중재를 신청했다. “현대차의 태도는 대기업 홀로 독식하겠다는 것입니다.” 승 회장이 쉽사리 물러나지 않겠다는 이유다. “우리가 바라는 건 현대차가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 뿐입니다. 이 기회에 대기업의 나쁜 행태가 반드시 고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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