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GM)이 지난 21일 개막한 2013 상하이 모터쇼에서 풀사이즈 럭셔리 스포츠실용차량(SUV)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이에스브이(ESV)를 공개하고 있다. 지엠은 이번 전시회에서 53종의 양산차와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한국지엠(GM) 제공
지엠, 중국에 연 500만대 공장증설
한국 생산량 줄고 구체적 지원안 없어
“국내 철수 없다”지만 의구심 팽배
한국 생산량 줄고 구체적 지원안 없어
“국내 철수 없다”지만 의구심 팽배
“우리는 중국에서의 선전을 자신하고 있으며, 장기적 관점으로 중국 시장에 머물고 있다.”
2013 상하이 모터쇼가 개막한 지난 20일(현지시각), 밥 소시아 지엠(GM) 중국법인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가 이날 발표한 중국공장 증설 계획에 대해 ‘과잉 생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문제없다”며 한 얘기다.
소시아 사장은 이날 2016년까지 110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내 공장 4곳을 더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생산능력을 30%까지 향상시켜 연간 50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신규 일자리 6000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940만대가 팔리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잡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웃 나라 한국 입장에선 지엠의 중국공장 증설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자칫 한국지엠의 생산 물량마저 중국으로 돌리고 국내시장에서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한국지엠은 최근 생산량 부족으로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0만대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서 고작 80만대를 만들었을 뿐이다. 준중형 세단 쉐보레 크루즈와 다목적 차량(MPV) 올란도 등을 생산하는 군산공장의 경우, 이달 들어 매주 목~금 이틀간 조업을 중단하는 등 9일을 놀았다. 지난달 휴무일(6일)보다 3일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크루즈 후속 모델(2014년 양산 예정)을 군산 공장을 제외한 미국 등 세계 5개국에서 생산한다는 발표가 나온 뒤로는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회사 쪽에서는 생산물량과 관련해 “유럽의 경기 상황과 맞물린 일시적인 수요 감소 현상일 뿐이며, 크루즈 후속 모델을 대신해 차세대 스포츠실용차량(SUV)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생산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투입 모델과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지엠 사업장의 무게중심이 중국과 유럽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지엠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거란 얘기도 나온다. 한국지엠에 대해선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20××’ 미래 청사진만을 제시한 것과 달리, 중국 및 만성 적자에 빠진 유럽 사업부문 오펠에 대해서는 2016년까지 40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구체적 지원 계획이 나오고 있어서다.
댄 애커슨 지엠 회장의 최근 발언은 지엠의 ‘국내시장 철수’ 우려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그는 지난 16일 미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직원들을 이주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의 증산을 고려하긴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팀 리 지엠 해외사업부문(GMIO) 사장이 20일 “북한 사태의 여파로 한국에서 철수할 계획은 전혀 없다. 한국 시장에 대해 확신이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다시 한번 진화에 나섰지만, 의구심은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자동차 생산 비용이 높아지면서, 지엠은 해외 전략의 큰 틀 안에서 언제든지 한국 시장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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