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중인 재규어 엑스제이(XJ·왼쪽)와 엑스에프(XF).
직접 타본 재규어, 베엠베와 비교해보니
새 엔진 단 XF·XJ 모델, 부드러운 가속 선보여
새 엔진 단 XF·XJ 모델, 부드러운 가속 선보여
‘양의 탈을 쓴 늑대’ 일까, 아닐까.
영국의 고급 자동차 재규어는 쉽게 시승을 할 수 없는 차였다. 벤츠나 베엠베(BMW) 등이 비교적 언론에 많은 시승 기회를 제공해 ‘오리지널 독일차’가 뭔지 보여줬다면, 이 ‘고양이과의 맹수’ 재규어는 기자에게 쉽게 등을 허락하지 않았다. 가끔 도로에서 튀어나오는, 재규어가 달리는 모습의 로고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 뿐이었다.
8일, 따뜻한 봄바람이 밀려오는 경남 남해에서 드디어 재규어와 만났다. 2.0ℓ 터보와 3.0ℓ 슈퍼차저 새 엔진을 단 엑스에프(XF)와 엑스제이(XJ) 모델이다. 엑스엑프는 스포츠세단형 모델이고, 엑스제이는 재규어가 자랑하는 플래그십 모델로서 이번에 새 엔진을 장착했다.
색다른 점은 엑스에프와 엑스제이 둘다 2.0ℓ 터보와 3.0ℓ 슈퍼차저 엔진을 달았다는 점이다. 길이가 16㎝나 길고 더 호화로운 내부 장식을 한 엑스제이에만 더 큰 힘을 가진 3.0 엔진을 탑재할 것 같지만, 아래 급인 엑스에프 역시 3.0엔진을 달고 있었다. 반대로 엑스제이 역시 플래그십 모델 답지 않게 2.0 엔진을 달고 있다.
쉽게 말해, 국산차는 액센트-아반떼-쏘나타-그랜저 등으로 이어지는 엔진의 크기에 따른 ‘급’의 차이가 있다면, 재규어는 자동차 모델의 겉모습만 봐서는 어떤 엔진을 달았는지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엑스에프라고 해서 3.0ℓ급 대형세단을 못 쫓아오겠거니 생각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풀숲에 웅크리고 있던 재규어가 먹이를 향해 달리기 전까진 폭발적인 뜀뛰기를 눈치채기 어렵듯 말이다.
이 날 시승 코스는 남해의 한 리조트에서 출발해, 남해의 명물인 다랭이논이 있는 해안도로를 돌아 남해고속도로를 거친 뒤 남해대교로 오는 150㎞의 코스였다. 2.0ℓ 터보엔진을 단 엑스에프와 3.0ℓ 슈퍼차저 엔진을 단 엑스제이를 번갈아 탔다. 둘 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니 기어가 바뀐다는 느낌 없이 속도는 부드럽게 올라갔다. 국도를 천천히 달리는 다른 차를 추월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러한 달리기 성능은 신형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이 가진 최대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kg.m (2000~4000rpm)의 힘에서 나온다. 엔진 다운사이징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개발되었지만, 힘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다. 베엠베 5시리즈의 가솔린 엔진(184마력·최대토크 27.6kg.m) 보다 제원상으로 우월하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2.0 가솔린 엔진은 재규어가 엔진 라인업을 늘리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엔진의 고급차 위주인 재규어가 베엠베 등 독일 고급차를 겨냥해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3.0ℓ 슈퍼차저 엔진도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 (3500~5000rpm)의 힘을 자랑한다. 연비는 엑스제이 3.0은 8.4km/ℓ, 엑스에프 2.0은 9.4km/ℓ이다.
힘도 좋지만 엔진음 등 외부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쪽은 “엔진의 진동을 줄여주는 두 개의 밸런스 샤프트와 고밀도 흡차음재 등을 사용해 정숙성을 실현시켰다”고 밝혔다. 창문을 열고 달려도 바람소리가 섞이지 않아 음악을 감상하기에 좋았다.
반면, 구불구불한 고갯길 위주로 탄 엑스에프는 스포츠세단형 답게 핸들이 약간 무거운 느낌이었다. 또 최대토크가 높긴 한데 고갯길에서 박차고 올라가는 느낌이 기대보다 강력하진 않았다. 3.0 슈퍼차저 엔진을 단 엑스제이는 시험을 위해 시속 150㎞ 이상 달렸을때, 독일산 경쟁 자동차만큼 도로를 꽉 움켜쥐는 안정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벤츠 에이엠지(AMG)나 베엠베 엠(M) 같은 독일 자동차를 보고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평한 바 있다. 평범한 고급 브랜드 같지만, 속에 달린 엔진이 무시무시한 힘을 감추고 있어서다. 비슷하게 1억원이 넘는 재규어 엑스제이는 ‘양의 탈을 쓴 늑대’ 보다는 ‘페르시안 고양이’에 가깝다. 달리기 성능보다 디자인과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하다. 재규어 엑스제이는 호화 요트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한그루의 나무에서 나온 목재와 장인의 수작업을 거친 천연 가죽으로 실내 장식을 꾸몄다고 한다. 도로 위에서 제법 보이는 벤츠·베엠베 보다 희소한 것도 차별화를 원하는 부자들의 마음을 당긴다.
8일 시승행사 뒤 만난 맥킨타이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사장은 ‘페르시안 고양이’ 같다는 지적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맥킨타이어 사장은 “영국 자동차 업계는 독일 자동차만큼 훌륭한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다. 재규어·애스턴 마틴 등 고급차의 성능은 훌륭하다”고 했다. 그는 “고급 인테리어가 주는 장점도 있지만, 재규어의 스피드와 안정감은 빠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엑스에프 2.0의 가격은 6590만원, 엑스제이 3.0은 1억3690만원이다.
남해/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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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재규어 엑스에프(XF), 엑스제이(XJ).
재규어 엑스제이(XJ)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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