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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내비’가 말한다 “좌회전입니다”
헤드라이트가 비춘다 ‘왼쪽 더 밝게’

등록 2013-01-23 20:16수정 2013-01-23 21:21

현대모비스, 내비 연동 지능형 헤드램프 국내 첫 개발
‘내비’ 정보 받아 핸들 움직임보다 먼저 진행방향 밝혀
1년7개월간 야간주행 끝 결실…밤운전 사각지대 없애
“남들 퇴근할 때 매일 ‘밤일’을 하러 나갔죠. 컴컴한 오지부터 밝은 강남대로까지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현대모비스 램프선행연구팀 선임연구원은 하루 2~3시간 쪽잠을 자며 밤마다 운전대를 잡았다. 가로등 없이 컴컴한 충북 제천의 산길에서도, 대낮같이 밝은 서울 청담동 거리에서도 그의 눈은 헤드램프(헤드라이트)의 불빛을 따라 돌았다. “새로 만든 헤드램프를 테스트해야 하는데 밝은 대낮에 나갈 수 없잖아요.” 연구팀 시험차는 7개월(평일) 만에 1만㎞를 뛰었다.

연구는 시작부터 좌충우돌이었다. 램프연구팀은 독일차의 발달된 헤드램프 시스템을 보기 위해 2011년 직접 유럽으로 날아갔다. 첫날부터 험난했다. 독일차의 헤드램프를 뜯어내고 평가장비를 달았는데, 아예 헤드램프가 작동을 안 하는 것이었다. “유럽형에만 달려 있는 헤드램프라 회사에서 비싼 돈 들여서 유럽까지 보내줬는데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그래도 자동차 전문가들이니 어떻게든 해보려다 하루를 낭비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현지 서비스센터에 차를 끌고 갔죠. 근데 차가 막 뜯겨 있으니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이상하게 보는 게 당연했죠. 결국 사실대로 차 연구하러 한국에서 왔다고 설명하고 사정사정하니 손봐줬습니다.”

연구팀은 그때부터 4박5일 동안 독일 고속도로인 ‘아우토반’과 일반 도로를 가리지 않고 달리며 헤드램프를 연구했다. “사실 현지인들이 보기에 얼마나 이상했겠어요. 동양인들이 야광조끼 입고, 레이저 거리측정기 들고 밤에 왔다 갔다 하니까, 하하하. 뒤통수가 따가웠습니다.”

연구팀은 1년7개월의 고된 노동 끝에 지난 18일 국내 최초 내비게이션 연동 지능형 헤드램프를 공개했다. 이 헤드램프는 내비게이션에서 도로 정보를 받아 교차로에 접근하면 자동차의 진행 방향에 따라 오른쪽이나 왼쪽 헤드램프를 더 밝힌다. 또 곡선 도로에선 핸들 움직임보다 먼저 램프를 움직여 진행 방향 쪽을 밝힌다. 고속도로 등 도로 종류도 인식해 광폭을 키우거나 가시거리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즉, 운전자의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램프가 지도를 보고 알아서 없애준다. 기존에 가장 발달된 기술(AFSL·지능형 전조등 시스템)이 핸들의 움직임을 따라 헤드램프의 각도가 움직였다면,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이다.

이처럼 헤드램프가 지능을 가지게 된 것은 긴 자동차 역사에 견줘 최근의 일이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달았던 ‘가스등’은 앞을 보여주기보다는 차가 여기 있다고 보여주는 역할이 컸다. 190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전기로 불을 켤 수 있는 백열등이 등장해 자동차 앞을 밝혔다. 이후 1900년대 중반 텅스텐과 할로겐을 거쳐, 최근엔 불빛 색깔이 ‘하얀’ 에이치아이디(HID)와 엘이디(LED)가 자동차에 장착되고 있다. 램프가 움직이는 지능형 헤드램프가 나온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일반인이 이런 진화를 느끼기는 사실 쉽지 않다. 21일 밤 지능형 헤드램프가 달린 국산 승용차를 몰고 도심보다 어두운 경기도 양평 쪽 길을 달려보았지만, 헤드램프가 움직이는 것을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도 “이 기능은 들이는 가격에 견줘 운전자가 느끼는 효과가 별로 없어, 헤드램프를 엘이디로 바꾸면서 최근엔 달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이 부분도 고민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의 음성신호와 연동시켜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왼쪽으로 회전합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바로 왼쪽이 더 밝아지면, 지능형 헤드램프가 작동한 것을 쉽게 알게 되더라고요.”

13년간 헤드램프를 연구한 이 연구원에게 이런 반응은 낯설지 않다. “입사했을 당시 회사에선 랜턴이라고만 하더라구요. 안전장치라는 개념이 별로 없었던 거죠.” 하지만 헤드램프는 사람으로 치면 눈에 해당한다. 잘 보이던 눈이 없어지고 나서야 필요성을 알았다고 할 순 없다.

이 연구원은 “그렇다고 안전에 필수적인 이런 편의사양을 비싸게 만들어 파는 것도 반대”라고 했다. 내비게이션 연동 지능형 헤드램프는 지능형 전조등 시스템이 장착된 차를 만들 때 추가 설비 없이 넣을 수 있다고 한다. 헤드램프 기술 진화의 효과가 평등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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