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가 본격 생산에 나서기로 한 슈퍼카 ‘세스토 엘레멘트’(위 사진)는 차체 대부분에 탄소섬유를 적용해 람보르기니의 슈퍼카 가운데 무게 (999㎏)가 가장 가볍다. 차량 하체가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베엠베(BMW)의 아이(i)8. 람보르기니·베엠베 제공
‘1㎏이라도 가볍게!’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앞다퉈 자랑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가벼운 차’다. 차량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를 3~8%가량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육중한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을 얹은 친환경차일수록 무게 감량은 필수다. 차체 소재 자체를 철강판 대신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바꾸거나, 차량 곳곳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사용을 늘리는 게 업체들이 선택한 ‘다이어트 비법’이다.
폴크스바겐이 선보인 미래 1인승 전기차 콘셉트카 ‘닐스’는 무게가 460㎏밖에 나가지 않는다. 알루미늄 프레임을 차체에 적용한 덕분이다. 베엠베(BMW)가 미래형 전기·하이브리드차 콘셉트카로 소개한 아이(i)3와 아이(i)8도 차량 하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이들 차량의 동승자 탑승 공간에는 고강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이 사용됐다.
정유동 현대제철 기술전략팀 부장은 “전기차는 일반 가솔린차량보다 200~300㎏ 무게가 더 나가기 때문에, 미래차일수록 강판 등의 경량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고 말했다. 경량화는 차의 속도에도 중요하다. 람보르기니는 20대만 한정생산되는 슈퍼카 ‘세스토 엘레멘트’의 본격생산을 이번 모터쇼에서 선언했는데, 이 차는 차체 대부분에 탄소섬유를 적용해 람보르기니 슈퍼카 가운데서도 무게(999㎏)가 가장 가볍다. 국내 도로에 달리는 재규어 엑스제이(XJ), 아우디 에이(A)8은 차체 전체가 알루미늄이고, 현대차 에쿠스와 제네시스도 후드 등에 일부 알루미늄이 쓰이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소재를 둘러싸고 기존 강판(철강)과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섬유 등의 대체재가 벌이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뜨겁다.
올해 미국에서 출시된 신차 1대당 알루미늄 사용량은 지난 2006년보다 10㎏이 늘어날 정도로, 철강재에 대한 신소재의 ‘추격’은 거세다. 베엠베나 다임러는 직접 탄소섬유 소재 개발과 공장 건설에 뛰어들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효성과 도레이첨단소재가 탄소섬유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지에스(GS)칼텍스가 ‘석유잔사물을 활용한 탄소섬유 및 자동차부품 응용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철강업계는 기존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강판의 강도를 높여 얇은 두께로도 압력을 견딜 수 있게 하거나, 차량의 유선형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도록 비틀리는 성질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 게 대표적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신일본제철 등 세계 17개 철강회사들은 지난 5월 기존 차량보다 35% 가벼운 차체 공동개발에 성공했다. 전기차에 사용될 수 있는 이 차체의 무게는 188㎏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포스코는 무게를 30% 줄이기 위해 자동차부품용 강판을 용접하는 대신 튜브 형태로 만든 뒤 액체를 강한 압력으로 밀어넣어 한번에 가공하는 ‘하이드로포밍’과 같은 기술을 개발 중이고, 현대제철도 현대차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고강도 강판 공동개발을 내년까지 끝낼 계획이다.
철강재 원가에 견줘 알루미늄은 3배, 탄소섬유는 20~30배나 비싸고, 용접 등 ‘성형’이 쉽지 않다는 점은 철강업계 입장에선 아직 그나마 다행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비싼 가격과 재활용성, 기술적인 문제 등이 남아있어 자동차에 철강 대신 신소재를 확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