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순간 가속력 떨어져…연말 출시 터보엔진 모델에 기대
벨로스터 시승기
‘현대적’인 차가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괴물차’ 벨로스터 얘기다. 적어도 디자인 측면에선 지금까지 현대차가 만들었던 어떤 차와도 다른 게 분명하다. 벨로스터는 세단이나 쿠페, 해치백 등 기존 공식에 얽매이지 않는 차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유니크 비이클(PUV)’이라는 요상한 개념까지 만들어냈다. 운전석 쪽은 차 문이 1개, 조수석 쪽은 문이 2개. 이 파격적인 비대칭 구조는 전혀 ‘현대차스럽지’ 않다.
지난 16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 주차장에서 처음 본 벨로스터는 확실히 ‘튀었다’. 그린애플(연두색), 비타민시(주황색) 등 이름만큼이나 톡톡 튀는 색감은 눈을 즐겁게 했다. 헤드램프가 툭 튀어나온 앞모습은 귀여운 악동 같다. 옆모습은 쿠페처럼 날렵하고, 통통한 뒷모습은 해치백을 연상시킨다. 차 색깔과 맞춤으로, 18인치 타이어에 적용된 화려한 색깔도 눈길을 끈다. 가운데로 감싸듯이 기울어져있는 계기판은 시선을 모아주고, 차 문 안쪽 손잡이는 계단 난간처럼 튀어나와 손에 잡히는 느낌이 편안하다. 다만 아반떼나 엑센트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센터페시아와 콘솔 디자인엔 아쉬움이 남았다. 좀더 혁신적으로 바꿔봤어도 괜찮았을 법하다.
쿠페 스타일을 따르다보니 뒷좌석은 매우 좁은 편이다. 키 183㎝인 남자가 앉았더니 머리가 천장이 아닌 뒤창문에 닿을 정도였다. 그래도 조수석 쪽 문이 2개라, 운전석 시트를 접어서 타야 하는 불편함은 없어졌다. 운전석 안전띠의 각도를 3단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해놓은 세심한 배려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에 마음을 뺏긴 건, 딱 거기까지만이었다.
워커힐호텔에서 경기도 가평 쁘띠프랑스까지 왕복 136㎞를 벨로스터를 타고 달려봤다. ‘괴물차’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였을까? 주행 성능은 기대에 못 미쳤다. 벨로스터는 1.6리터 가솔린 직접분사 방식(GDI) 엔진과 플랫폼(차체 뼈대)을 아반떼와 공유한다. 그르렁거리는 엔진 소리가 아반떼보다는 더 역동적이면서도 묵직했지만, 겉모습에 걸맞게 스포츠카의 굉음을 기대했던 운전자에겐 실망스러울 것 같았다. 차체가 낮아 아반떼보다 쌩쌩 달리는 것처럼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해치백의 성격을 가미하고 차체 중량이 무거워졌기 때문인지, 옆차선 차량을 추월하거나 할 때 순간 가속력은 떨어졌다. ‘속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란 차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최고출력은 140마력, 최대토크 17.0kg·m로 아반떼와 동일하다. 스티어링 휠도 다소 뻑뻑하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 15.3㎞/ℓ로, 탄소배출 총량을 동급 모델보다 2.3%가량 줄였다. 차체자세제어장치, 급제동경보시스템 등이 기본 장착됐다. 가격은 유니크 1940만원, 익스트림 2095만원이다.
고만고만한 자동차들만 줄지어 달리던 도로에 ‘변종’이 등장한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처음 계획대로 터보엔진, 6단 듀얼클러치(DCT) 변속기로 무장하고 나왔으면 더 반가웠을 일이다. 올해 1만8000대만 한정 판매한다지만, 실제 계약대수는 이제 1000대를 넘겼다고 한다. 올 연말께 터보엔진 모델이 나온다고 하니, 강한 주행성능을 바라는 운전자라면 좀더 기다려보는 쪽을 추천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고만고만한 자동차들만 줄지어 달리던 도로에 ‘변종’이 등장한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처음 계획대로 터보엔진, 6단 듀얼클러치(DCT) 변속기로 무장하고 나왔으면 더 반가웠을 일이다. 올해 1만8000대만 한정 판매한다지만, 실제 계약대수는 이제 1000대를 넘겼다고 한다. 올 연말께 터보엔진 모델이 나온다고 하니, 강한 주행성능을 바라는 운전자라면 좀더 기다려보는 쪽을 추천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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