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값 ‘ℓ당 평균 1061원’ 역대 최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와 경유 값은 급락하고 있지만 액화석유가스(LPG) 값은 여전히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비를 고려한 엘피지 차량의 유류비 부담액이 경유 차량을 앞질렀으며, 휘발유 차량에 버금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엘피지는 장애인·택시용 차량에 주로 이용돼 왔는데, 이제는 이들 차량에 싼 연료비 혜택이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26일 현재 차량용 엘피지의 충전소 평균 판매가격은 1ℓ당 1061원으로, 휘발유(1432원) 및 경유(1364원) 판매가격과 300~370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차량용 엘피지 가격은 2001년도만 해도 휘발유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았지만, 차량용 연료에 대한 세제개편에 따라 지난해는 2분의 1 수준, 현재는 3분의 2 수준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여기에다 휘발유·경유와는 다른 엘피지 가격 결정 구조도 일시적인 격차 축소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엘피지 공급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서 매달 말 다음달 적용될 기간계약 가격을 통보하면, 환율 등을 반영해 수입업체가 결정해 다음달 1일부터 적용한다. 이런 방식은 싱가포르 상품시장의 시세에 따르는 휘발유나 경유 가격 결정 방식보다 국제유가 하락세를 반영하는 데 훨씬 시간이 더 걸리게 한다.
절대 금액에서는 여전히 엘피지가 싼 편이지만, 차량 연비를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에너지관리공단이 내놓은 쏘나타 2000㏄ 차량의 공식 연비는 엘피지, 휘발유, 경유가 각각 ℓ당 9㎞, 11.5㎞, 13.4㎞다. 차량 보유자의 한달 평균 주행거리인 1250㎞를 기준으로 한달 유류비를 계산하면, 엘피지 차량은 14만7360원, 휘발유 차량은 15만5650원, 경유 차량은 12만7230원 가량이 된다. 엘피지 차량의 한달 유류비 부담액이 이미 경유 차량보다 많고, 휘발유 차량과는 829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엘피지 차량 운전자들은 ‘체감 연비’가 공식 연비보다 훨씬 낮다고 얘기한다. 쏘나타 택시차량 운전사 김아무개(55)씨는 “시내 주행 때 엘피지 차량의 실질 연비는 5~6㎞ 정도로 휘발유 연비와 더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다음달에도 엘피지 가격은 더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엘피지 수입업체 관계자는 26일 “환율 급등세가 이어진다면 12월에도 국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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