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지배구조 유지 위한 ‘불복’ 분석
삼성그룹은 25일 ‘삼성자동차 채권환수 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재판 결과에 대한 내부 논의를 거쳐 항소 방침을 정했다”며 “항소장은 기한인 오는 28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소 이유에 대해 “계열사의 연대보증 의무를 지운 ‘합의서’는 무효라는 1심에서의 변론 취지에 별 변화가 없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원고인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채권금융회사들도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서면 결의를 진행중이어서, 이번 소송은 또다시 지리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의 항소 방침은 2조3000억원이라는 지급액을 경감하기 위한 것 뿐 아니라 현재의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1심 판결을 이행하려면 삼성생명을 상장해 주식을 처분하거나 배임 논란을 무릅쓰고 계열사들에 지급액을 할당해야 한다. 특히 삼성생명을 상장할 경우, 삼성생명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등 제조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구도도 헝클어질 수 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1일 1심 판결에서, ‘삼성 계열사가 채권단이 보유중인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해 2조300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삼성차 채권단은 1999년 삼성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자, 삼성 계열사들과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처분해 보상하고, 2000년 12월까지 삼성생명 주식을 상장해 부채를 모두 갚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맺었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이 이뤄지지 않았고 채권단의 삼성생명 주식 매각도 진전이 없자, 채권소멸 시한인 2005년 12월31일을 앞두고 부채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 2조2880억원 등 약 5조원대의 청구 소송을 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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