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혼다 시빅, 현대 쏘나타,
크라이슬러 ‘뉴 세브링’, 지엠대우 토스카
혼다·크라이슬러·포드·푸조 등 7종 상륙
국산차 고급화 맞물려 치열한 경쟁 예고
국산차 고급화 맞물려 치열한 경쟁 예고
중형 승용차 부문에서 국산 차와 수입 차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수입 차 업체들이 2천만~3천만원대의 중저가 모델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동급 차량에서 국산 차와 한판 격돌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던 ‘2007 서울모터쇼’에서는 2천만원대 차량 4종을 포함해 3천만원대 아래 수입 차 15종이 출품됐다. 2년 전인 ‘2005 서울모터쇼’ 때보다 33%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세단형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 차의 평균 가격이 6천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수입 차치고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승용차들이 대거 선을 보인 셈이다.
국내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일본 기업인 혼다이다. 혼다는 이번에 국내 판매되는 수입차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의 ‘시빅 1.8’을 선보였다. 차 값은 2590만원이다. 앞서 출시한 ‘시빅 2.0’(2990만원)보다 가격을 400만원 떨어뜨렸다. 또 볼보는 ‘C30 2.4i’(3290만원), 크라이슬러는 ‘뉴 세브링’(3290만원)을 내놓고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로써 현재 국내 시장에서 시판중이거나 시판 예정인 2000만원대 수입차는 혼다의 시빅 1.8, 2.0을 비롯해 크라이슬러 피티크루저, 포드 몬데오 2.0, 푸조 206CC 등 모두 7종으로 늘어나게 됐다. 3000만원대 수입 차는 수십종에 이른다.
국산 중형차 가운데 고급형의 주된 가격이 2천만원대 중후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현대차 쏘나타 F24는 2552만~2791만원, 지엠대우 토스카 2.0 고급형은 2619만원, 로체 LEX2.4 고급형은 2680만원이다. 이제 국산 차와 수입 차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인 국면에 들어선 양상이다.
수입 차 업체들이 이처럼 중저가 모델에 공을 들이는 것은 30대 안팎의 고소득 젊은층을 겨냥해 수입 차 시장의 저변을 넓혀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화려함보다는 실속적인 면모를 풍기는 차량들이 출시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1987년 수입 자동차 시장이 개방된 첫해에 관세가 50% 붙은 벤츠 10대가 팔린 이래 국내 시장에서 수입 차 판매는 해마다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수입 차 판매는 4만530대로, 20년 새 4천배 이상 늘었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4.15%로 첫해 0.004%의 1천배에 이른다. 수입 차 업체들의 중저가 모델 판촉 공세은 이런 추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예전에는 판매 가격 차이 때문에 국산 차 시장과 수입 차 시장이 구분되었으나, 최근에는 국산 차의 고급화에 따른 가격 상승과 중저가 차의 수입 확대, 다양해진 소비자의 선호와 취향 등의 영향으로 두 시장이 겹치는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윤 전무는 “특히 일본 차들의 경우 물류 비용이 쌀 뿐 아니라, 자동차를 하나의 거주공간으로 여기는 문화나 부드럽고 정숙한 승차감과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우리와 비슷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체결되면 미국산 자동차도 관세와 특소세 철폐로 추가 가격 인하 여지가 생긴다.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다. 수입차 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비교적 여유 있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홍보실 조영제 부장은 “수입 차 고객은 그 계층이 한정돼 있어 신규 수요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두고 봐야 하겠지만, 국산 차도 품질이 많이 좋아져 시장 점유율에서 커다란 판도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엠대우의 김영수 차장도 “지금은 국산 차들도 품질 경쟁력에서 수입 차에 뒤지지 않는 만큼, 중저가 수입 차와 겨뤄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체결되면 미국산 자동차도 관세와 특소세 철폐로 추가 가격 인하 여지가 생긴다.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다. 수입차 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비교적 여유 있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홍보실 조영제 부장은 “수입 차 고객은 그 계층이 한정돼 있어 신규 수요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두고 봐야 하겠지만, 국산 차도 품질이 많이 좋아져 시장 점유율에서 커다란 판도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엠대우의 김영수 차장도 “지금은 국산 차들도 품질 경쟁력에서 수입 차에 뒤지지 않는 만큼, 중저가 수입 차와 겨뤄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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