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모셔널’ 본사를 찾았다. 모셔널은 자율주행 로보택시 기업으로 2018년 1월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 ‘아이오닉5’를 개조한 로보택시 100여대를 시범운행 중이다.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 공유 업체들과 협업해, 이들 회사의 앱을 이용해 차량을 호출하면 무작위로 모셔널의 로보택시가 승객을 찾아간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2020년 20억달러를 투자한 기업이다.
모셔널 본사에서 만난 아베 가브라 최고운영책임이사(COO)는 “무인 로보택시가 차량 호출 서비스 이용에 드는 비용을 크게 낮춰, 대중교통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이들의 편익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노인과 장애인 등이 보다 편리한 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설명이다.
가브라 이사는 모셔널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여러 도시 가운데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인 만큼 도로 위 돌발 변수도 많다”며 실제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상황에 로보택시가 노출되어 있다고 했다. 변수가 많은 곳에서의 운영으로 안전성을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또 가브라 이사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사람이 원격으로 (택시 조종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가브라 이사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이 원격으로 개입해 조정하는 건 차량과 이동통신이 원활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이동통신이 끊어지면 위험하다”면서 “따라서 안전과 관련된 모든 판단을 개별 차량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의 기술 성숙도가 상당히 올라왔다는 점을 강조한 설명이다.
모셔널은 완성차 제조업체인 현대차와 협업해 아이오닉5 자체를 교통 약자 눈높이에 맞게 개조(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실제 모셔널은 디지털 스크린 터치가 익숙하지 않은 노인 등 디지털 약자도 쉽게 차량 내 기능 조작이 가능하도록, 모양이 서로 다른 큰 버튼을 차량 내부 곳곳에 배치했다.
물론 모셔널의 이같은 구상은 정부나 지자체가 교통약자를 위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와는 거리가 있다. 장애인 콜택시나 농촌 주민을 위한 반값 택시 등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도 있지만, 모셔널은 기술을 기반으로 비용을 줄여 서비스 문턱을 낮추는 쪽에 가깝다. 기술을 내세운 실리콘밸리식 사회 문제 해결방식인 셈이다.
가브라 이사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10만회 이상의 시범 운행으로 수집한 승객 피드백을 살펴보면, 많은 승객이 처음엔 다소 두려워하더라도 타고난 뒤엔 전문 운전자가 모는 차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해 기꺼이 재탑승을 원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라스베이거스/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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