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3일 대구 달서구 유천동 택시회사 앞 전기자충전소에서 소방관들이 코나 전기차에 난 불을 끄는 모습.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전기차 보급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기차 화재 건수도 3년 만에 3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의 절반 이상은 ‘고전압 배터리’ 때문에 발생했다.
24일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전기차 화재는 지난달까지 모두 34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건, 2021년 15건, 2022년 33건이었던 전기차 화재 건수와 견주면, 지난달에 이미 2022년 발생 수준을 넘어선 셈이다.
최근 전기차 보급 규모가 확대되면서 화재 발생 건수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는 2020년 4만6623대→2021년 10만355대→2022년 16만4324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10만3356대의 전기차가 신규 등록됐다.
화재 발생 원인의 절반 이상을 ‘배터리’가 차지했다. 2020년 이후 지금까지 누적된 화재 발생 건수(94건) 중 가장 많은 51건(54.3%)의 화재가 ‘고전압 배터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7건(28%)은 커넥터와 운전선 열선 등 차량 기타 부품에서 불이 났다. 나머지 16건(17%)은 전기차 자체가 아니라, 휴대용 충전기나 블랙박스 보조배터리 같은 차량 액세서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 제작사별로 화재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현대자동차가 40건(42.6%), 기아가 14건(14.9%) 순으로 나타났다. 아우디에서 7건(7.4%), 테슬라에서 6건(6.4%)이 발생했다. 지난달 기준 누적 보급된 전기차(48만8216대)는 현대차가 21만4093대(43.9%)로 가장 많고, 기아는 13만5866대(27.8%)로 그 뒤를 따른다. 테슬라(5만2116대, 10.6%), 메르세데스-벤츠(1만2546대), BMW(1만1285대), 아우디(5344대, 1.1%) 순이다.
전기차 화재의 절반 정도가 배터리 문제로 발생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검사 장비를 갖춘 안전검사소는 10곳 중 3곳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고전압 전기·전자장치 검사가 가능한 안전검사소는 지난달 기준 전국 안전검사소 1972곳 가운데 608곳(30.8%)에 그친다. 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검사소 59곳, 출장 검사소 30곳, 민간검사소 519곳 등이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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