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전기차가 코너링이 좋을까? 빨리 달리면 금세 배터리 출력 제한이 오고 지치는 거 아니야? 전기차는 소리도 안나고 기어 변속도 안돼서 재미가 없다? 이런 인식을 바꿔보고자 했다.”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전시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엔(N) 테크데이에서 박준우 현대차 엔브랜드매니지먼트실 상무가 지난 3년 간의 아이오닉5엔 개발 과정을 회상하며 말했다. 아이오닉5엔은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4초다. 현존 국산 양산차 중에 가장 빠르다. 최고출력은 650마력이다.
‘자동차 경주 성지’인 독일 중서부 뉘르부르크링 서킷(1바퀴 20㎞)에서 2바퀴를 달린 결과 최고속도 260㎞·배터리 온도 최고 46도 실증을 마쳤다. 박 상무는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내연기관 고성능 라인업을 전동화 시대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상상한 결과가 이 차량”이라며 “일상의 스포츠카”라고 소개했다. 엔시리즈는 현대차의 고성능차량 브랜드이다.
현대차 개발진은 아이오닉5엔에는 서킷을 달리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기술들이 적용됐다고 강조한다. 전기차 심장인 배터리는 ‘4세대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을 처음 적용했다. 3세대 배터리 셀과 비교해 충전 시간은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오티에이(OTA·Over the Air) 업데이트, 열폭주 지연 강화 설계 등을 적용해 배터리 안전성을 끌어올렸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박상진 배터리셀설계팀 파트장은 “에스케이(SK)온과 협업해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고 안전성과 내구성도 확보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충전과 트랙 주행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배터리 온도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전 속도를 조절하고, 회생 제동을 극대화하는 기술(엔 브레이크 리젠)로 기계식 브레이크 사용 빈도를 줄였다. 손정기 고성능차 설계팀 책임연구원은 “일반 전기차가 에너지를 13% 회수한다면 아이오닉5엔은 3배를 더 회수한다.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를 15%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지만 내연기관차에서 느껴온 변속감과 속도감 등 운전자의 감성 영역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부 8개, 외부 2개 스피커를 장착했다. ‘부아앙’거리는 엔진 가속음을 가상 사운드로 제공한다. 윤태건 사운드디자인리서치랩 책임연구원은 “제트기 사운드도 가능하다. 운전자는 조종석에 앉은 듯한 상상을 펼칠 수 있다. 전기차인지 내연차인지 엔진 사운드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5엔은 단일 트림만 있다. 판매가격은 약 7600만원(개별소비세 5%와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이다.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전시장에서 열린 아이오닉5N 테크데이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N 개발진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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