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차 CEO가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기아에 이어 현대차도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이들 회사의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량은 360만대다. 미 제너럴모터스(GM)이나 일본 도요타가 제시한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2023 시이오(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2030년 전기차 목표 판매량으로 200만대를 제시했다. 한 해 전 같은 행사에서 밝힌 목표치(187만대)보다 10% 가까이 많다. 3년 뒤 2026년 전기차 판매 목표량은 94만대로 제시했다.
앞서 기아는 지난 4월 2030년 판매 목표량을 종전 계획에 견줘 33% 끌어올린 160만대로 제시한 바 있다. 이로써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량(360만대)은 지엠(약 300만대)은 물론 최근 2030년 목표 판매량을 제시한 도요타(350만대)보다도 더 많다. 이 계획대로라면 현재 세계 3위인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시대에서도 ‘지배적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현대차 판매 차종 중 전기차 비중 변화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제네시스 브랜드 포함)는 전체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은 올해 8% 수준인데, 이를 2026년 18%, 2030년엔 34%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선 2030년께 두 대 중 한 대꼴로, 유럽 시장에선 10대 중 7대꼴로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했다. 국내 시장에선 전체 판매량의 37% 정도가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가 공격적인 전기차 판매 목표를 제시한 배경에는 2025년부터 전 차급 구분 없이 적용할 수 있는 2세대 이브이(EV) 플랫폼 개발에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2세대 플랫폼이 완성될 경우 생산 효율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가격·품질 경쟁력이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현대차가 계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내연기관 혼류 공장의 활용 계획과 차세대 생산 공정 언급 등이 현실화하면 현대차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전통 자동차 업체로 기존 내연차 제조 노하우나 생산라인을 이용해 수익을 늘려간다는 계획은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미래 투자 계획의 핵심 과제는 자율주행·소프트웨어 기술력 확보가 될 것이라고 본다. 종합 첨단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미래차’ 시장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역에서 미국 테슬라가 선두주자이며 현대차를 포함해 기존 완성차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5년까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의 단계별 전환을 잘 이행해야 한다. 다만 융복합기술·인공지능(AI)·로보틱스 등의 영역에서 현대차 기술력이 아주 뒤처져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10년 동안(2023~2032년) 모두 109조를 투자할 예정인데 그 중 전기차와 배터리 등 전동화 관련 투자에 35조8천억원을 할당했다. 전동화 관련 투자는 지난해 밝힌 19조4천억원(2022∼2030년)보다 투자액과 비중이 훨씬 커졌다.
한편 현대차는 내달 중 기존 아이오닉5의 성능을 개선한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N을 출시한다. 첫 등장 이후 8년 만이다. 장재훈 대표이사는 “전기차 수익은 고성능 전기차와 관련이 깊다. (포르쉐) 타이칸과 (아이오닉5N을 비교해) 시현해봐도 성능이 뒤지지 않고 고속 주행했을 때 출력이 낫다”고 말했다. 고성능 전기차는 일반 전기차에 견줘 수익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아이오닉5N의 판매 실적은 현대차의 중장기 수익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선행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판매 부진에 빠진 중국 시장에 대한 대책도 공개했다. 중국 내 판매 차종을 제네시스, 팰리세이드 등 고급차·스포츠실용차 위주로 바꾸고, 현재 13종의 판매 차량을 8종으로 축소한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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