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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인터뷰] 해마다 차량 5∼6대 사서 모조리 뜯어보는 ‘철강맨’

등록 2022-12-04 14:39수정 2022-12-04 14:55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 강연식 연구위원
알루미늄, 가볍고 튼튼해 철강 경쟁자로 떠올라
“철강산업 지키기 위해 솔루션 개발해 제안
강연식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 연구위원. 포스코 제공
강연식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 연구위원. 포스코 제공

알루미늄이 자동차 제조의 주요 소재로 부상하며 철강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무거운 배터리를 실어야 하는 전기차 생산·판매가 본격화하면서 차량 경량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은 철강보다 비싸지만 30%가량 가볍다.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선 차량에 알루미늄이 얼마나 쓰였냐로 고급차를 분류하기도 한다.

자동차 차체의 철강 비중은 과거 65%에서 현재 60%까지 떨어졌고, 머지않아 55%까지 내려갈 거란 예측도 나온다. 철강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모양새다. 급기야 철강업계가 반격에 나섰다.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 강연식 연구위원(상무)은 지난달 11일 인천시 송도 연구소에서 <한겨레>와 만나 “알루미늄이 철강보다 30% 정도 가벼운데, 새로운 솔루션으로 이 격차를 많이 줄일 수 있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서스펜션(현가장치)을 국내 부품사와 함께 철강으로 만들어 북미 자동차사에 제안했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알루미늄으로 설계된 부품을 철강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철강솔루션연구소는 철강 관련 솔루션을 개발해 완성차 업체에 제안하는 일을 한다. 조선·건설 등 철강을 이용하는 산업에서 철강 소재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철강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연구소 조직의 절반 가까운 인력이 자동차에 적용되는 기술을 개발한다. 강 연구위원도 22년째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그와 연구원들은 신차 콘셉트를 잡을 때부터 합류해 양산이 진행되는 시점까지 철강 관련 기술을 지원한다.

포스코가 자사 철강 소재로 만든 초경량 전기차 철강 차체 실증 모델 ‘PBC-EV’의 모습.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자사 철강 소재로 만든 초경량 전기차 철강 차체 실증 모델 ‘PBC-EV’의 모습. 포스코 제공

그렇다고 철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알루미늄·플라스틱 등 다른 소재들의 특성도 함께 연구한다. 철강의 단점을 인정하고, 다른 소재를 섞어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철강이 아예 배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강 연구위원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일부 부품의 경우, 철강을 같이 사용하면 비용을 줄이면서 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이를 ‘멀티머티리얼즈(다종소재) 솔루션’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만약 사고가 날 경우, 알루미늄은 충돌 초기엔 잘 버티지만 일정 이상의 힘을 받으면 무너져버리는데, 이 때 철강이 뒤에서 버텨주면서 전체 구조가 무너지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강 연구위원은 이어 “차량 생산라인이 알루미늄 등 다른 소재로 완전히 바뀌면 다시 철강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고객사가 생산라인을 변경하지 않은 채 경량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철강 중심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는 새로운 차량의 차체 구조, 부품 형태 및 적용 소재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해마다 차량 5∼6대를 사들여 직접 분해한다. 강 연구위원은 “알루미늄 차체 차량을 분석해, 철강을 주요 소재로 적용한 설계로 바꿨을 때 10% 이내의 무게 증가로 40% 이상 싸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철강 솔루션 제공 업무는 소재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철강이 살아남을 돌파구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고급차들은 비싼 알루미늄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저렴한 가격이 기준이라면 중량을 고려하지 않고 저급철강을 쓸 것이다. 고생해서 개발한 첨단 철강재가 외면받을 수 있다”며 “저희가 연구하는 솔루션을 통해 우수한 철강이 지속해서 선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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