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포티지에 장착된 세타2 엔진. 위키미디어 커먼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내 ‘세타2 엔진’ 리콜과 관련해 추가 충당금 2조9천억원을 올 3분기에 반영한다. 올 3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합계가 5조4천억원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충당금 반영으로 예상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내려앉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올 3분기 실적에 현대차 1조3602억원, 기아 1조5442억원 등 총 2조9044억원을 품질 비용으로 반영한다고 18일 공시했다. 현대차·기아가 세타2 엔진과 관련해 충당금을 반영한 건 이번이 네번째다.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4600억원, 9200억원을 반영했다. 2020년 3분기에는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악화하면서 엔진 교체율이 예상보다 더 증가했다는 이유로 총 3조3944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쌓았지만, 현 시점에서 2조9천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9년 3분기에 세타2 엔진이 탑재된 쏘나타·쏘렌토 등의 차량을 대상으로 엔진진동감지시스템(KSDS) 적용을 확대하고 해당 엔진을 폐차할 때까지 평생보증하기로 했다. 2009년부터 적용된 세타2 엔진은 엔진 떨림, 화재, 운행 중 정지, 시동 꺼짐 문제로 품질·안전 이슈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추가 품질 비용을 반영한 이유로 엔진교체율 증가와 높은 원-달러 환율을 꼽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로 신차를 구매하는 대신 기존 차량을 계속 타려는 소비자들이 늘어 세타2 엔진 교체 및 수리 횟수가 늘었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이르면서 비용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례 없는 평생 보증정책 제공에 대한 경험치 부족”도 충당금 추가 설정 요인으로 현대차 쪽은 언급했다.
추가 충당금 설정으로 현대차·기아의 3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5조4천억원이었다. 비용 2조9천억원을 적용하면 2조5천억원으로 급감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포츠실용차(SUV) 등 고수익 차종의 판매 호조와 환율효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던 3분기 경영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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