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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중국 배터리에 장벽 친 미국 정부…K배터리 북미 시장 기회 잡았다

등록 2022-08-09 15:21수정 2022-08-10 02:46

전기차 북미 현지 생산에 보조금 지급
“현대차 미국 현지 생산 확대해야 할 수도”
북미 선점한 K배터리 호재…원료 다변화 숙제
중국 선전 비야디 공장에서 전기차에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선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선전 비야디 공장에서 전기차에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선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법안에 따라 확대되는 세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에 짓고 있는 전기차 생산 공장 완공 일정을 앞당기고,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서둘러 줄여야 해서다. 배터리 업계에선 중국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파악하며 ‘호재’로 꼽는 모습도 엿보인다.

9일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보면, 미국 중심의 전기차 공급망 구축 목적에 따라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98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조건이 달렸다. 2024년부터 북미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여야 하고,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탑재돼선 안된다. 또한 배터리에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원자재를 2023년부터는 40% 이상, 2027년부터는 80% 이상 써야 한다. 사실상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현대차·기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고 있어, 2024년부터 혜택을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앨라배마 공장 일부 라인에서 오는 11월부터 지브이(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대부분의 전기차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미국 법안이 최종 확정되면, 현대차가 전기차 생산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는 국내 전기차 생산량을 2030년까지 143만대로 늘리고, 이 가운데 60%를 수출하겠다고 했는데, 북미 생산량을 늘리고 국내 수출물량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엘지(LG)에너지솔루션, 에스케이(SK)온, 삼성에스디아이(SDI) 등은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시에이티엘(CATL), 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내수를 벗어나 세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데, 이번 법안이 중국업체들의 전략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세계 전기차 시장 중 북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데, 미국 정부가 나서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못 들어 오도록 장벽을 쳐준 셈이다.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북미에서 점유율을 공고히 할 기회”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과 배터리 업체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배터리 원자재 수급의 다변화다. 지금은 리튬·니켈 등 배터리 원자재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제련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칠레·아르헨티나·캐나다·인도네시아 등에서 배터리 원자재 수급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중국 원자재를 대체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나 미국 업체 모두 당장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는 비중이 크다.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걱정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법안이 원자재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워낙 중국 의존도가 높아서 곧바로 대체하기 어려운 건 맞다. 특히 전기차 중요 소재인 인조흑연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든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중국 일변도의 원자재 수급을 다변화할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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