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내린 폭우로 불어난 물에 갇힌 시민들이 두고 대피한 침수 차량들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위에 뒤엉켜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80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 폭우로 도로, 지하주차장 등에서 시민들의 차량이 침수된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9일 오후 2시 기준 삼성·현대·케이비(KB)·디비(KB) 등 4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장마·집중호우 등에 따른 차량 피해 건수는 4천72건으로 추정 손해액은 559억8000만원이다. 손해보험협회는 국내 12개 손해보험사 기준으로 따지면 손해 건수가 4천719건(추정 손해액 658억6천만원)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신의 차가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면 어떻게 보험금 청구를 해야 할까.
■ 자동차보험에 ‘자기차량손해’ 담보 들어있는지 확인 뒤 보험금 청구
이날 손해보험협회의 설명을 들어보면, 태풍·홍수 등으로 인해 차량이 침수돼 파손됐을 경우 일단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에 ‘자기차량손해’ 담보가 들어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입이 돼 있다면 손해보험회사에 차량 피해에 대한 보상,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에는 가입했지만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또한, 보험사는 자동차 안에 둔 물품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 차량 자체에 대한 피해가 아니라서다.
피해 보상이 가능한 주요 유형으로는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해뒀는데 침수 사고를 당한 경우 △태풍·홍수 등으로 차량이 파손된 경우 △홍수 지역을 지나던 중 물에 휩쓸려 차량이 파손된 경우 등이다. 하지만 차량 주인이 스스로 차량 문이나 선루프 등을 열어둬 빗물이 들어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부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가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 운전하다가 침수 등 위급상황 발생 때 대처 방법은?
운전을 하다가 예상치 못한 장마·홍수·태풍 등으로 침수 가능성이 있을 경우 일단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물 웅덩이는 가능하면 피하고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어를 1단 또는 2단으로 한 뒤 시속 10∼20km로 천천히 통과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서행하면서 브레이크를 여러 차례 가볍게 작동시키면서 젖어 있는 브레이크 라이닝(제동력을 발생시키는 브레이크 드럼과 직접 접촉하는 마찰재)을 말려줘 브레이크 성능이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혹시 폭우로 인해 물이 범퍼 정도까지 차 오른 곳을 달려야 할 경우 미리 1∼2단의 저단 기어로 바꾼 뒤 한 번에 지나가는 것이 요령이다. 중간에 기어를 바꾸거나 차를 세우면 머플러에 물이 들어가 엔진이 멈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물 속에서 차가 멈추거나 주차된 상태일 경우에 시동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차량 내부 기기를 만지지 말고 곧바로 견인을 하는 것이 좋다. 침수로 인해 엔진 안으로 물이 들어간 차에 시동을 걸면 엔진 주변 기기로까지 물이 들어가고 엔진에 마찰이 생겨 큰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수해로 인해 차량이 완전히 파손된 뒤 2년 안에 다른 차를 사려는 사람은 침수 피해 지역 읍·면·동에서 발행한 피해사실확인원과 폐차증명서 또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자동차 전부손해 증명서’를 직접 발급받아 차량등록사업소에 가져가면 좋다.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 받을 수 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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