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올 1분기에 순이익이 7배 이상 증가하는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냈다. 특히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하면서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원가절감 능력을 확인시켜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는 20일(현지시각) 올해 1분기 매출이 187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3억9천만달러)에 견줘 81% 늘었다고 발표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매출 평균 추정치(178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순이익은 33억2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 넘게 증가했다. 전기차 부문 매출총이익률은 32.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포인트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금액이다. 테슬라의 1분기 매출총이익은 55억4천만달러로 집계됐다.
1분기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31만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8% 늘었다. 모델에스(S)·모델엑스(X)가 1만5천대, 모델3·모델와이(Y)는 29만5천대 나갔다. 테슬라 쪽은 “가동률과 평균 판매가 상승을 통해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차량 평균 판매 단가는 5만4400만달러로 12% 상승하며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테슬라는 중국·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인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테슬라 공장. 에이에프피(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테슬라 실적과 관련해 “매출총이익률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전 세계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매출총이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매출이 늘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매출총이익률이 전년(17.8%)보다 0.8%포인트 상승한 18.6%를 기록했다. 테슬라도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액 상승을 누렸지만, 다른 점은 타 업체와 비교해 월등히 높아진 원가절감 폭이다.
신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양산에 기가프레스 공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곳이 상하이 기가팩토리다. 이번 1분기 실적을 통해 기가프레스와 자동화율이 극대화된 제조 공정을 통해 제조 원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기가프레스는 자동차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방식을 말한다. 수십 개의 패널을 용접해 차체를 만드는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비용과 제조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테슬라 차량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원가절감 폭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생산은 2만대에서 5만대로 넘어가면 생산원가가 30% 절감된다. 다시 10만대를 넘어서면 원가가 30% 더 절감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군다나 테슬라는 2∼3개 모델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원가절감 달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테슬라는 상하이 기가팩토리에 이어 올해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에서도 기가팩토리 가동을 시작했다. 테슬라는 올해 연말까지 연간 2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조업을 중단했던 중국 상하이공장 상황과 원자재 가격 상승, 독일과 미국 텍사스 공장 증설 비용 등이 향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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