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풍암동 자동차 매매단지. 광주시 제공
기아가 구독 상품을 내세워 중고차 시장 문을 두드린다. 중고 전기차 성능 평가 체계를 마련하는 등 향후 확대될 중고 전기차 시장 선점에도 나선다.
기아는 18일 이런 내용의 중고차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앞서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사업 전략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기아 역시 고품질 인증 중고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5년·10만㎞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정밀진단과 정비, 내·외관 개선 등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방식이다. 중고 전기차의 잔존가치 평가 체계도 만들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이전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 전기차는 1만2960대 거래됐지만, 객관적인 성능 평가와 가격 산정 기준이 없어 개인 간 거래 비중이 64.3%에 달했다. 기아는 전기차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를 개발하고, 객관적인 가치산정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고차 구독서비스도 추진한다. 현재 운영 중인 구독서비스 ‘기아플렉스’에서 반납된 차량을 다시 상품화한 뒤 구독서비스에 재투입하는 방식이다. ‘선 구독, 후 구매’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최대 한 달간 차량을 직접 몰아본 다음 최종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기아 관계자는 “한 달 동안 내 차처럼 운행하면서 차량 성능과 품질을 면밀하게 테스트한 후 구매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구매 시 한 달간의 이용료가 면제된다”고 설명했다.
‘리컨디셔닝센터’를 구축해 중고차 성능·상태 진단과 상품화, 품질 인증도 진행한다. 이곳에서 전시·시승 등 고객체험도 제공한다. 수도권 1곳에서 먼저 시작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고차 매각 고객을 위한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중고차 출고 시 고객이 선택한 개인화 상품을 부착해주는 ‘커스터마이징 상품’ 서비스도 운영한다.
기아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안’도 내놨다. 2024년까지 시장점유율을 3.7%까지 자체적으로 제한하고, 인증 중고차 대상 이외의 물량은 기존 매매업계에 전량 공급하기로 했다. 다만, 이 상생안은 기존 업체들과 합의한 내용은 아니다. 그간 협상 과정에서 기아 쪽이 일방적으로 제시해온 상생안이다.
현대차·기아는 아직 중고차 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17일 중소벤처기업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중고자동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시화됐지만, 기존 업계가 받을 피해를 최소화할 조치가 필요하다는 단서가 달렸다. 양쪽은 4번째 자율조정 회의까지 마쳤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중고차업계는 3년의 유예기간, 대기업의 매집제한, 신차 영업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자율조정을 통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거쳐 결정된 내용이 권고된다.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중소벤처기업부가 공표·이행명령을 할 수 있고, 불이행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기아 관계자는 “향후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조정 결과에 따라 사업계획과 상생안을 더욱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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