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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기름값에 포함된 ‘도로 세금’…전기차에도 부과해야 할까

등록 2022-04-11 04:59수정 2022-04-11 09:38

내연기관 운전자가 내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도로 및 교통 인프라 건설·보수에 쓰여
전기차 늘어나면 세금 수입 줄어 ‘재원 감소’
주행거리세·충전용 전기요금 신설 등 대안
<한겨레>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겨레>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666만2759대’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대수다. 2020년 판매량 316만2840대와 비교하면 두배 넘게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판매 대수에서 전기차가 차지한 비율도 2020년 3.9%에서 지난해 7.9%로 늘었다. 전기차 보급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그간 예상해온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관련 세수(세금 수입)가 줄고 있다.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2013~2021년 사이 자동차 관련 세수가 40%나 줄었다. 2021년 기준 노르웨이 자동차의 65% 이상이 전기차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금 부과 체계 개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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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운전자, 도로 이용료 무임승차?

관련 학계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세금 항목으로 꼽는 건 ‘교통·에너지·환경세’다. 차량 운전자는 고속도로나 민자도로를 이용할 때마다 요금을 지불한다. 도로 유지·보수 비용을 이용자가 직접 부담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일반 국도는 어떨까. 운전자가 도로를 무료로 사용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운전자는 도로 유지·보수에 필요한 돈을 매번 내고 있다. 바로 주유소에서 연료를 주입할 때다. 휘발유·경유 가격에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포함돼 있어서다. 내연기관차 운전자는 리터(ℓ)당 휘발유 가격 가운데 529원을, 경유는 375원을 이 세금으로 낸다. 이렇게 걷히는 세금 수입은 연간 15조∼17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80%가 교통시설특별회계 항목으로 들어간다. 도로·철도·항만·공항 등을 설립하고 유지하는 데 쓰이는 항목이다. 교통시설특별회계 중 43∼49%가 도로 유지·보수에 쓰인다. 가솔린 차량 운전자의 경우, 주유 때마다 리터당 182∼207.4원을 도로 유지보수비로 내고 있는 꼴이다.

이 세금의 첫 이름은 ‘교통세’였다. 1993년 12월 제정된 도로세법에 따라 다음 해부터 부과하기 시작했다. 도로·도시철도 같은 교통시설 건설 및 유지에 쓰이도록 별도로 만들어낸 세금이다. 이후 자동차가 유발하는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2007년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이 만들어지며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내연기관차에만 부과된다. 같은 도로 인프라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사용료를 내지 않는 셈이다. 과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탓에 내연기관 차량보다 15%가량 더 무겁다. 모터로 작동하기 때문에 급가속도 잦다. 도로의 피로를 누적시켜 파손을 유발할 가능성이 더 크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지브이(GV)70의 경우, 내연기관 모델 중량은 약 1.8t인데 반해 전기차 모델은 2.2t이 넘어간다.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도로 이용 부담금적 성격이 크다. 전기차든 수소차든 모두 도로라는 공공 인프라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자 부담,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분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세금 감소 예상치는 얼마나 될까. 국제에너지기구(IEA) 추정에 따르면, 2030년 세금 손실액이 400억달러(약 48조9500억원)에 달한다. 주요 나라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이 제대로 시행된다는 가정에 따른 결론이다. 파리 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보급이 이뤄질 경우에는 손실액이 550억달러(약 67조3200억원)로 늘어난다고 봤다.

국내 전망치도 있다.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이 펴낸 ‘탄소중립 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교통 세제 및 보조금 개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은 2020년 16조7천억원에서 2050년 1조4천억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보고서는 “향후 도로 부문에서 내연기관차가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 전환될 경우, 현재의 화석연료 기반 교통세수의 지속적 감소로 이어진다”며 “반면 향후 자율주행 차량의 본격 등장 등에 따라 교통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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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 만큼, 충전한 만큼 세금 부과될까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주행거리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내연기관차냐 전기차냐를 구분하지 않고 주행거리 등을 따져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조세 부과의 기본원칙인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도로 이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자는 것이다. 차량 연료 종류와 무관하게 세금을 징수할 수 있고, 더 많이 주행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과세 형평성에도 맞는 대안이다. 전기를 사용한 만큼 전기요금을 내는 것과 같다.

이미 해외에서 시도되고 있다. 미국은 콜로라도, 오리건,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을 중심으로 주행거리세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휘발유·경유 등에 부과되는 연료세를 기반으로 ‘도로신탁기금’을 조성한다. 도로 건설 및 유지 관리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내연기관 차량의 연비가 개선되고 대체연료차량 등이 도입되면서 세수 부족을 겪어오고 있다. 유럽에선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 화물차에 한해 주행거리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려되는 점도 있다. 행정 비용 증가와 사생활 침해 문제다. 주행거리를 확인하려면 차량마다 이를 측정하는 기계를 부착해야 한다. 유럽은 위성항법장치(GPS)를 사용해 차량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주행거리를 추산한다. 전국의 모든 차량의 주행거리를 이런 방식으로 측정하면 거둬들이는 세수보다 관련 장비를 구매하고 관리하는데 더 큰 비용이 투입될 수도 있다. 개인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위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충전용 전기에 세금을 별도로 부과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펴낸 ‘자동차의 전력화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 보고서는 ‘수송용 전기’ 개념을 제안한다. 보고서는 “전기차 등장과 함께 수송용 전기라는 새로운 전기의 사용 용도가 생겨났다. 전기차 충전용 전기 사용량에 대해 kWh당 소비세 형태의 목적세가 적절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어 “농사용, 산업용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용도의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세금을 탈루하려는 시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탈세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보완책 마련과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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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보급 속도 고려해야

전기차에 부과되는 세금을 높이면 친환경차 보급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보조금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관련 세금이 인상되면, 그만큼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당장 윤석열 당선자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을 금지하고, 전기차 충전요금을 향후 5년간 동결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과세 형평성과 친환경차 전환이라는 두 가치가 상충하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내연기관으로 거둬들이는 세수를 전기차로 전이시켜야 하는데 세금 구조가 굉장히 복잡해서 손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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