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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차알못' 기자의 레이싱카 체험기] 시속 220㎞, 온 몸의 세포가 깨어나다

등록 2022-04-06 09:37수정 2022-04-25 17:39

오직 경주 위해 맞춤 제작된 ‘스톡카’
무게 줄이려 에어컨 빼 차 내부 고온
최고 시속 270~300㎞ 넘나들어

위급상황 대비 선수 혈액형 쓰여 있어
마침 선수와 나의 혈액형 같아 ‘다행’
혹시 타보실 분들 “빈속에 타세요!”
2022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개막을 앞두고 5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최종 연습 주행이 진행됐다. 슈퍼레이스 제공
2022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개막을 앞두고 5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최종 연습 주행이 진행됐다. 슈퍼레이스 제공

봄바람이 일렁이는 5일 아침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한국을 대표하는 모터스포츠 대회인 2022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개막을 약 2주 앞두고 이곳에서 마지막 연습주행이 펼쳐졌다. 타이어 타는 냄새, 8기통 엔진의 굉음이 레이싱의 계절이 왔음을 알린다. <한겨레>는 이날 프로 드라이버의 옆자리에 앉아 ‘미친 속도’를 맛볼 기회를 얻었다. 사실 기자는 2종 보통 면허도 없다.

기자가 탑승한 차는 스톡카(Stock Car)다. 오직 경주를 위해 맞춤 제작된 레이싱카다. 겉에는 일반 스포츠카의 카울(외피)을 두르고 있지만, 속은 원시적이라고 할 만큼 구조가 앙상하다. 출력을 높이고 무게를 줄이고자 주행과 관련 없는 기능은 모두 덜어냈기 때문이다. 에어컨이 없어 주행 중 내부 온도는 60∼70도까지 치솟고, 냉각팬이 없어 레이스를 마칠 때마다 방풍기로 엔진을 식혀줘야 한다. 당연히 조수석도 없다.

스톡카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를 찍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초. 최고 시속은 270∼300㎞를 넘나든다. 속도만큼 드라이버의 안전을 위한 장치에도 많은 신경을 썼지만 수십 대의 차량이 서킷을 비집으며 내달리는 스톡카 경주에서 충돌·사고는 예삿일이다. 이날 기자를 위해 운전대를 잡아준 문성학(32·CJ 로지스틱스 레이싱) 드라이버는 출발 전 “저도 사고 엄청 많이 당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차 필러(바이와 루프를 연결하는 기둥)에는 위급상황에 대비해 선수 이름과 혈액형이 쓰여 있다. 다행히 문성학 드라이버는 기자와 혈액형이 같았다.

출발 전 운전대를 잡은 문성학 선수(오른쪽)와 함께 기자가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슈퍼레이스 제공
출발 전 운전대를 잡은 문성학 선수(오른쪽)와 함께 기자가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슈퍼레이스 제공

‘택시타임(조수석 자리에 관람객 등을 태운 레이싱 이벤트)’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조수석에 몸을 구겨 넣었다. 발 위치를 고정하고 안전벨트로 허리와 양쪽 어깨를 겹겹이 싸맨 뒤 단단하게 조인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살살할 거예요.”

늠름한 한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문성학 드라이버는 시동을 건다. 고대의 괴수가 잠에서 깨어나듯 차가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그다음부터는 온몸으로 배우는 물리학 시간이다. 4346m 길이에 16개의 코너로 이루어진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을 주파하는 2분30초 내내 기자는 조수석에서 인사불성이었다. 몸이 이리저리 꺾이고 진동에 덜덜 떨렸다. 속도밖에 모르는 스톡카는 460마력 6200㏄ 엔진의 출력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극한의 승차감을 선사했다. 가속이 붙은 직선 주로에서는 ‘이러다가 하늘로 뜨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주행을 마친 뒤 문성학 드라이버가 알려준 이 날 최고 시속은 220㎞. 보잉747 항공기의 활주 속도와 같았다.

슈퍼레이스의 가장 상위 클래스 대회 슈퍼6000에 출전하는 스톡카 드라이버들은 같은 코스를 18바퀴씩 돌며 40∼50분 동안 서킷을 탄다. 속도도 훨씬 빠르다. 용인 스피드웨이의 한 바퀴 기준 코스 레코드는 1분53초004(김종겸·2019년). 문성학 드라이버가 ‘살살’ 몰아준 랩타임보다 약 40초 더 빠르다. 사고의 위험을 안은 채 60도의 열과 압력을 견디면서 차를 몬다. 드라이빙 스킬과 순발력, 판단력, 체력이 두루 요구되는 극한 스포츠다.

이달 23일 용인에서 개막하는 2022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은 3년 만에 전면 관중을 받는다. 팬데믹 전인 2019년 최종전에는 4만 관객이 몰렸던만큼 흥행 가도를 달리던 흐름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체 시즌은 6개월간 용인, 영암, 인제를 돌며 총 8라운드로 구성된다. 매 라운드 성적에 따라 주어지는 포인트를 합산해 챔피언을 가린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관람객을 위한 택시타임 이벤트 역시 이번에 재개된다. 먼저 맛을 본 기자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여러분, 빈속에 타세요!”

이번 시즌 슈퍼6000 클래스에 출전하는 스톡카들. 슈퍼레이스 제공
이번 시즌 슈퍼6000 클래스에 출전하는 스톡카들. 슈퍼레이스 제공

이번 시즌 슈퍼6000 클래스에 출전하는 드라이버들. 슈퍼레이스 제공
이번 시즌 슈퍼6000 클래스에 출전하는 드라이버들. 슈퍼레이스 제공

용인/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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