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출시 예정인 주요 전기차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차 ‘아이오닉6’ 콘셉트카, 기아 ‘니로 EV’, 아우디 ‘Q4 e-트론’, 벤츠 ‘EQE’, 폴크스바겐 ‘ID.4’, BMW ‘iX3’. 각 업체 제공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인근의 대로변 1층 전시장 유리 안으로 회색 천을 드리운 자동차가 보였다. 볼보가 투자한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가 내년 1월 국내에 출시하는 전기 승용차 ‘폴스타2’다.
폴스타는 한국에 처음으로 진출하며 이곳에 100평 남짓(339㎡)한 전시 공간을 차렸다. 이날 평일 오전인데도 한 부부가 직원 설명을 들으며 자율주행 센서를 곳곳에 단 콘셉트카(맛보기 차)를 둘러보고 있었다. 폴스타코리아 관계자는 “평일에도 수십 명이 꾸준히 전시 공간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볼보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가 내년 1월 국내에 출시하는 전기 승용차 ‘폴스타2’.
전기차가 대중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 팔린 전기 승용차는 전체 승용차 20대 중 1대꼴로, 지난해보다 그 비중이 2배 넘게 늘었다.
내년엔 이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내년 2조원대 예산을 풀어 도로를 다니는 전기차 대수를 지금(25만대)의 2배로 확대할 계획이어서다.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신차를 대거 쏟아낸다. 최근 찻값을 1년 만에 최고 1천만원 가까이 인상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인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셈이다.
국내에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를 선보이는 건 폴스타뿐 아니다. 볼보도 내년 1∼3월 중 회사의 첫 전기차인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를 한국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리차지는 볼보의 순수 전기차에 붙는 이름이다. 세계 최대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인 독일 폴크스바겐은 유럽 시장에서 선호도 높은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를 내년 중순쯤 국내에 출시한다. 외국 현지에서 4천만원대에 판매 중인 보급형 차량이다.
하이브리드차(내연기관 엔진에 모터·배터리를 결합한 자동차)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일본 도요타의 고급 차 브랜드 렉서스도 내년 상반기 소형 전기 SUV인 ‘UX 300e’ 출시를 준비 중이다. 도요타가 국내에 순수 전기차를 내놓는 건 처음이다. 쌍용차도 내년 초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준중형 전기 SUV로, 정부 보조금이 풀리는 시점에 맞춰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올해 아이오닉5, EV6를 출시하며 내수 전기차 시장 1, 2위를 싹쓸이한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에 새 전기차를 내놓으며 굳히기에 나선다. 내년 상반기 중형 전기 승용차인 현대차 ‘아이오닉6’, 소형 전기 SUV인 기아 ‘니로 EV(전기차)’ 신차가 각각 나올 예정이다. 현대차의 고급 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비슷한 시기에 ‘GV70’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
한국지엠은 내년 상반기 중 신형 ‘볼트 EV’와 ‘볼트 EUV’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애초 올해 3천만원대(보조금 적용 시)에 살 수 있는 전기차로 기대를 모았으나 배터리 리콜(결함 시정조치) 문제로 출시가 연기된 기대주다.
고급 전기차 시장의 경쟁도 치열하다. 독일 아우디가 “내년 중반 한국 시장에 준중형 전기 SUV ‘Q4 e-트론’을 6천만원 이하에 내놓겠다”며 불을 붙인 상태다. 올해 7년 만에 전기차 신차를 출시한 베엠베(BMW)도 내년 상반기 ‘i4’, ‘미니 일렉트릭’을 선보이며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베엠베코리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발맞춰 럭셔리 전기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차량”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입차 판매량 1, 2위를 다투는 인기 내연기관차인 벤츠 E클래스의 전기차 모델인 ‘EQE’도 내년 중 국내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전기차 구매를 염두에 둔 소비자들이 우선 챙겨볼 건 내년 보조금 정책의 변화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 방침에 따라 보조금 예산을 늘리되 대당 지급 단가를 낮출 예정이어서다. 정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은 올해 최대 800만원에서 내년 700만원으로 내려간다. 또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찻값 기준도 올해 6천만원 미만에서 내년 5500만원 미만으로 바뀐다. 완성차 업체들도 이 같은 정책 기조에 맞춰 내년 전기차 신차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겨울 타는 전기차…가급적 실내주차장 이용을
‘전기차가 추위를 탄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자주 토로하는 고충이다. 쌀쌀한 겨울이 되면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가 확 줄고 배터리 충전도 평소보다 오래 걸린다는 게 이들의 주된 불만이다.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충전 편의 외에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하는 정보이기도 하다.
서울·수도권에 폭설이 내린 지난 18일 기자가 제네시스 전기차 ‘GV60’을 타보며 확인해 봤다. 우선 당황스러웠던 건 자동차 앞쪽에 쌓인 눈이 잘 녹지 않는다는 거다. 열이 발생하는 내연기관 엔진이 없는 탓이다. 다만 이 때문에 운전이 불편하진 않았다.
배터리를 완충한 상태에서 434km였던 주행 가능 거리는 차량 실내 히터를 켜자 418km로 단숨에 16km 줄었다. 히터와 운전석을 따뜻하게 해주는 열선 등을 작동한 채로 도로를 주행하자 실제 달린 거리보다 자동차의 주행 가능 거리도 더 빨리 감소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전기차 배터리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 에너지를 만들고 배터리 충전 역할을 하는 리튬이온이 낮은 온도에선 이동하기 어려워져서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배터리 내부의 액체 전해액이 보통 영하 10도면 얼어 리튬의 이동 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운 겨울에 스마트폰 배터리가 빨리 닳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히터를 작동하면 주행 가능 거리가 짧아지는 것도 전기차만의 특징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 열을 이용해 자동차 실내의 난방을 하지만, 전기차는 히터를 가동하기 위해 별도의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요즘은 배터리 등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하는 ‘히트 펌프’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주행 가능 거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일은 드물어졌다.
전문가들은 겨울철엔 전기차를 가급적 실내 주차장 등에 주차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조 교수는 “전기차를 추운 겨울 장시간 외부에 방치하면 배터리 전해액이 완전히 얼어붙어 시동을 켜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우리나라 환경에선 크게 문제 될 게 없지만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날엔 차를 바깥에 오래 두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