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경차 2천만원’ 시대를 활짝 연 캐스퍼엔 불만도 뒤따른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를 만드는 생산직 임금을 절반으로 낮췄는데 찻값은 왜 반대로 올랐느냐”는 지적이다. 기아 모닝, 레이 등 기존 경차에 들어간 변속기를 사골처럼 우려먹으며 원가만 절감했다고 꼬집기도 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개발·디자인한 차를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적용해 설립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수탁 생산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자 임금을 낮추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현 정부의 대표 노동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용섭 광주시장 등이 캐스퍼 사전 구매 예약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3500만원(주 44시간 근무 기준)으로 현대차 생산직의 절반에 못 미친다.
그런데도 왜 캐스퍼 가격은 기존 경차보다 비쌀까. 판매 가격을 책정한 현대차도 할 말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 가격은 연구 개발, 인프라 구축 등 모든 비용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책정한다”며 “캐스퍼는 능동 안전 기술을 대거 기본으로 적용했고 운전석 열선·통풍 시트, 스마트키 원격 시동,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배치해 최저가 타이틀에 매몰되지 않고 상품성 갖춘 차량을 적정 가격에 내놓도록 많은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캐스퍼에 적용한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장치)이 구형인 것도 사실이다. 배기량 998cc인 휘발유 터보 GDI 엔진은 지금은 단종된 기아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토닉과 경차 모닝에 들어갔던 엔진이다.
캐스퍼의 4단 자동 변속기 역시 연비에 유리한 무단변속기(CVT)로 대체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무단변속기는 여러 개의 기어가 아닌 풀리(도르래) 2개를 벨트로 연결해 기어 단수의 구분 없이 변속비(변속기 입력축과 출력축의 회전수 비율)를 바꿔 효율이 높고 연비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개발자 얘기는 다르다. 시승 현장에서 만난 캐스퍼 개발 담당 엔지니어는 “기존 파워트레인을 사용한 것은 맞지만 신차 특성에 맞게 기능을 개선했다”며 “기존 터보 엔진이 스포티한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캐스퍼 엔진은 최대 출력을 낮추고 중·고속에서도 엔진의 분당 회전수(RPM)를 2200 정도로 제한해 연비 효율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무단변속기도 개발에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라며 “캐스퍼에 들어간 4단 자동 변속기는 세팅을 개선했고 내구성도 뛰어나 무단변속기보다 연비 주행에 더 적합하다”고 반박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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