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디 올 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앞모습
전기차 살까, 하이브리드차 살까.
예전엔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같은 급이라면 전기차 가격이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전기차 가격이 낮아지며 소비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비슷한 가격에 출시한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디 올 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볼트 EUV’를 비교해 봤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차량은 경기도 하남시에서 여주시까지 왕복 130km가량을 직접 시승했다. 볼트 EUV는 정식 판매 전이라 제조사 자료를 주로 참고했다.
지난 17일 만난 기아의 5세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더는 준중형급 SUV라고 부르기 어려워 보였다. 이전 4세대보다 차의 앞뒤 길이(전장)가 17.5cm 길어지고 양옆 폭도 커져서다. 한눈에 봐도 중형 차급이다. 실내도 넓어졌다. 뒷좌석 무릎 공간은 주먹 2개가 들어갈 만큼 넉넉하다. 머리 위 여유 공간도 충분하다.
형제 차인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와 같은 엔진·모터를 사용했다. 달리는 맛은 영락없이 전기차를 닮았다. 자동차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 소리와 배기음을 최대한 억제하고, 전기모터 특유의 초반 가속감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중·고속에서도 가속 페달을 어지간히 깊게 눌러 밟지 않으면 엔진 개입을 체감하기가 어렵다. 엔진과 모터를 결합한 힘도 넉넉하다.
승차감은 딱 적당한 수준.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잘 차단하고 과속 방지턱도 출렁임 없이 잘 넘는다. 복합 연비도 16.7km/ℓ로 괜찮은 편이다.
단점은 차의 완성도와 제법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시승 중 고속에서 빠르게 속도를 줄일 때 차의 무게 중심이 흐트러져 뒤쪽이 흔들리거나 코너를 돌아나간 후 도로 합류를 위해 저속에서 속도를 높일 때 타이어가 헛도는 일이 있었다. 스포티한 주행 성능과 차의 세팅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탓이다. 시승 차 가격이 4067만원(시그니처 그래비티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기아 ‘디 올 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뒷모습
한국지엠이 18일부터 사전 계약을 시작한 쉐보레 볼트 EUV는 저렴한 순수 전기차라는 점을 앞세운다. 모델은 하나로, 차량 가격은 4490만원(풀옵션 4685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3천만원대 중반에 구매할 수 있다.
스포티지보다 차 길이는 35.5cm 짧지만, 차량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 길이)의 차이는 8cm 정도에 그친다. 부품 수가 적은 전기차 특성을 반영해 내부 공간을 넉넉하게 뽑았다는 의미다. 모터 힘도 절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외려 초반 가속감을 결정하는 최대 토크는 EUV 쪽이 더 높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가장 큰 차이는 연료 보충의 편의성이다. 볼트 EUV의 배터리 완충 후 주행거리는 403km로 짧지 않으나 배터리 용량 80%까지 급속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으로 다른 전기차보다 긴 편이다.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 EUV’. 한국지엠 제공
전기차 난방 효율을 높이는 히트펌프가 빠져 히터 사용이 잦은 겨울철 실주행 거리가 줄어들 수 있고, 주행 보조 시스템에 자동차가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며 달리도록 돕는 ‘차로 유지 보조’(LFA) 기능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경우 곳곳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주유하면 되는 만큼 이 같은 주행거리 고민으로부터 자유롭고 LFA 기능도 갖추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주행 보조 시스템을 구성하는 세부 방식은 자동차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르다”라며 “EUV 등 지엠 차에 들어가는 ‘차선 이탈 방지 보조’(LKA) 시스템은 차선 밖으로 나가려는 차를 잡아주는 방식으로 실제 이용 시 불안감이 없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