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8일 최재천 교수(왼쪽 둘째)는 제인 구달 박사와 ‘DMZ 생태의 미래, 희망의 이유'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DMZ 생태 평화선언’을 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2023년 ‘DMZ OPEN 페스티벌’에서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제1대 국립생태원장을 역임하는 등 지난 40여년간 생물학자로 자연과학 대중화에 앞장선 우리 시대 대표적 지성인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DMZ 생태보전 계획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그가 ‘DMZ OPEN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맡은 건 당연한 귀결이다. 최 교수에게 이번 행사의 의의와 목적, 조직위원장으로서의 각오 등을 들었다.
- DMZ OPEN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와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1994년 오랜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이래 저는 여러 차례 DMZ 포럼 학술행사에 참여해왔습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며 거의 대동소이한 학술대회를 반복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과 실망감이 쌓여가던 참에 2013~2016년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맡으며 DMZ 일원 생태조사도 더 활발하게 하고 학술대회도 훨씬 깊이 있게 진행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조직위원장 제의를 해왔을 때 생태원장 시절 추진하던 일들을 다시금 해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기쁘게 수락했습니다.”
- DMZ OPEN 페스티벌 행사의 의의와 이번 행사를 통해 알리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동연 경기지사가 DMZ OPEN 페스티벌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더 큰 평화’라는 우산을 펼쳤습니다. 기존의 정치적 평화가 아니라 생태와 경제의 평화를 포괄하는 미래지향적 평화의 개념입니다. 남과 북 주민들 간 평화뿐 아니라 자연과의 평화를 도모해 경제적으로도 더욱 풍성한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입니다.”
-
지난 7월8일 제인 구달 박사와 ‘DMZ 생태의 미래, 희망의 이유'를 주제로 나눈 대담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유엔평화대사로서 디엠지 오픈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더 큰 평화’의 틀 속에서 DMZ의 생태를 어떻게 보전해야 할지 여쭙고, 기후변화와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과연 희망의 이유가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렸습니다. 구달 박사님은 당신이 이끄는 세계적인 환경운동인 ‘뿌리와새싹(Roots&Shoots)’ 운동을 소개하며 우리 중 그 누구도 이 지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 동물과 자연, 그리고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하기 시작하면 그 작은 것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희망의 이유를 설명해주셨습니다.”
-
지난달 4일 경기도청사 대강당에서 ‘한반도 DMZ 더 이상 한국 땅 아니다’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요?
“세계적인 생태 보고인 세렝게티국립공원이 더 이상 탄자니아 마음대로 훼손할 수 없듯이 어느덧 우리 DMZ도 통일한국이 만일 보전하지 못한다면 세계인의 질타를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전 인류를 상대로 DMZ를 잘 보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지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통일이 그랬듯이 어느 날 덜커덕 통일되어버리면 DMZ를 보전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치밀하게 기획하고 준비해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지닌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DMZ의 생태, 평화,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고 보존할 구체적인 방안이나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독일이 그랬듯이 통일은 정치적 담판이 아니라 어느 날 불쑥 찾아올 것입니다. 그를 위해 독일이 그랬듯이 우리도 문화와 생태 등 ‘말랑말랑한(soft)’ 분야에서 남북의 소통이 빈번하고 원활해져야 합니다. 우선 경기도민을 중심으로 그런 취지에 대한 이해를 공유한 다음 전 국민으로 확산시키고 차츰 북한 주민들과의 교류도 모색할 계획입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서 생태계의 보고인 DMZ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기후위기와 더불어, 어떤 면으로는 기후변화보다 더 시급하고 실질적으로 우리를 위협하게 될 생물다양성 감소의 관점에서 DMZ는 우리 한반도 생태계의 미래를 위해 소중하게 보전해야 할 가치가 큽니다. 구체적으로는 언젠가 북한의 산림을 녹화해야 할 때 예전에 그랬듯이 또 외국에서 묘목을 구입해 심는 것보다 DMZ에서 잘 보전하고 키워낸 식물로 녹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바람직할까 생각해봅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을 위해 남과 북, 시민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실천방안을 말씀해주세요.
“2022년 9월 경기도에서 DMZ 인근에 거주하는 경기북부 주민 204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놀랍게도 주민의 87.3%가 DMZ 생태 보전을 가장 중요한 미래 비전으로 꼽았습니다. 우리나라 다른 지역 시민들의 생각도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기대합니다. 이제 이런 생각들을 북한 주민들과 공유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남북의 주민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활발하게 교류하다 보면 어느 날 우리에게도 불쑥 통일이 찾아올 것입니다.”
-끝으로 DMZ OPEN 페스티벌을 찾는 시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우리들은 사뭇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상하며 여러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겠지만 주민들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편안하게 참여하고 즐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통일에 대한 염원은 물론, 자연과도 평화로운 관계를 정립해가는 혜안을 얻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많이 오셔서 함께 즐기시기 바랍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