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을 맞는 해이다. 휴전으로 전쟁을 중단한 남북한은 지금껏 서로를 적대시하며 다른 길을 걸었고, 지금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큰 이질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시작되는 노래 ‘우리의 소원’이 방방곡곡 울려 퍼지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적대 또는 경계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증가하는 추세다.
KBS가 실시한 2022년 ‘국민 통일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7%가 ‘큰 부담만 없다면 통일되는 게 좋다’고 답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했다. 하지만 ‘상당 기간 공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18.4%)와 ‘통일되지 않는 편이 낫다’(13.4%)로 나타나는 등 응답자의 30% 이상이 유보 또는 반대 견해를 밝혔다.
MZ세대로 갈수록 이런 시각은 더 두드러진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지난 7월25일 발표한 ‘청소년 대상 통일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 53.8%, ‘불필요하다’ 40%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의 50.4%가 북한을 ‘경계 대상’, 17.1%가 ‘적대 대상’으로 인식했다.
그런데도 국민의 과반수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이런 국민의 염원과 올해로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으로 만들어진 DMZ가 70년이 된 것을 기념해 ‘더 큰 평화’ 실현을 위한 ‘DMZ OPEN 페스티벌’을 마련했다.
지난 5월20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일원에서 열린 오프닝과 디엠지(DMZ. 비무장지대) 평화걷기 행사를 시작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린 ‘DMZ OPEN 페스티벌’은 11월11일까지 DMZ의 생태·평화·역사 가치를 알리는 공연, 전시, 학술, 스포츠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온 국민의 성원 속에 성황리에 개최하고 있다.
디엠지 오픈 페스티벌은 기존 렛츠 디엠지(Let’s DMZ) 행사를 종합 축제로 개편하고 새롭게 만든 이름이다. △경기 북부 발전 기여 △‘글로벌 경기’ 대표 행사로 성장 △정전 70년 평화 이슈 확산 △DMZ 생태 보전 방안 도출 등이 주요 목표다. 조직위원장은 민관 협력을 통한 혁신적이고 체계적인 행사 추진을 위해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총감독은 임미정 한세대학교 교수(피아노 전공)가 맡았다.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가 평화와 생태의 상징인 DMZ를 발전하고 보존시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대처하고 DMZ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해 더 큰 평화를 위한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며 “세계적인 평화·생태의 상징인 DMZ를 한반도 긴장 완화를 넘어 경제, 교육, 문화 모든 면에서 동북아 평화, 세계 평화 실현의 중심으로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재천 교수는 “비무장지대는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지닌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DMZ OPEN 페스티벌이 비무장지대의 다양한 생태, 평화,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고, 함께 공감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임미정 총감독은 “수도권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DMZ에서 열리는 ‘디엠지 오픈 페스티벌’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과 DMZ를 소중한 우리 자산으로 여기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8월 이후에도 다양한 스포츠·문화 행사가 DMZ 일원에서 펼쳐진다. ‘DMZ, 걷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스포츠 행사는 8월14일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린 휠체어 농구대회를 시작으로 10월7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DMZ 평화마라톤’이 진행된다.
‘DMZ, 느끼다’를 내세운 공연과 전시 행사와 관련해서는 DMZ 상징성을 담아 파주와 연천 일대에서 8월부터 11월까지 DMZ와 평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와 오픈 콘서트를 만나볼 수 있다. 9월23일에는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평화누리 피크닉 페스티벌’, 11월3일부터 11일까지 고양 아람음악당에서는 폐막 공연인 ‘DMZ OPEN 국제음악제’가 열린다.
‘DMZ, 생각하다’를 슬로건으로 한 DMZ 학술 행사와 관련해서는 7월부터 ‘DMZ 특별강연(세바시)’, 7월부터 11월까지 ‘정책 디자인 해커톤’,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김포(애기봉, 평화생태공원), 고양(킨텍스), 파주에서 ‘에코피스포럼’을 진행한다.
조원용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지금까지 DMZ가 분단, 전쟁의 상징으로 많이 인식됐지만, 이제 DMZ는 생태의 공간, 평화의 상징, 문화의 장소다”라며 “이번 페스티벌이 더 많은 사람들이 DMZ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DMZ가 일상의 생태, 평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DMZ OPEN 페스티벌 행사 관련 정보는 누리집(dmzopen.kr), 인스타그램(dmz_open)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경기관광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