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이 벌이고 있는 ‘아동학대 방지 캠페인’ 포스터가 걸린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 버스정류장.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2013년 10월, 8살 아이가 소풍날 가해진 무자비한 폭력에 사망했다. 사망 2년 전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학대는 계속 이어졌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20년 10월, 입양 8개월 된 16개월의 아이가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어린이집 원장, 병원, 지인이 수차례 아동학대를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아동을 살릴 몇 차례의 기회를 놓쳤다. 현 아동보호체계는 학대의 징후보다 양부모의 해명에 더 귀를 기울였고, 관련 기관 간의 정보 연계는 미비했다.
지난해에도 아동학대 사건은 발생했다. 2021년 5월, 2살 된 아이가 반 혼수상태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부모는 봉사활동을 하던 보육원에서 아이를 알게 돼 입양했다. 그러고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며 폭행을 시작했다. 양부모의 입양 적격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아이가 입양됐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행위가 없다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두 달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아이는 끝내 사망했다.
2021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신고 건수는 3만7605건으로, 하루 평균 103명의 아동이 학대를 받았으며 최소 40명의 아동이 사망에 이르렀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후 정부의 아동학대 대책은 계속 마련되고 있지만, 매년 아동학대와 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를 멈추기 위해 아동학대 및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권고 이행의 실효성이 담보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 진상 조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김상희 등 국회의원 11명 및 국회의원 연구단체 ‘약자의 눈’과 함께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국회의원회관 제2로비에서 전시 ‘문 뒤의 아이들-아동학대를 멈추기 위한 학대 피해의 기록’을 연다. 지난해 10월 세이브더칠드런이 발간한 아동학대 사례집 ‘문 뒤의 아이들’에 담긴, 학대 피해 아동 18명의 이야기와 일러스트로 구성된다.
‘문 뒤의 아이들’ 사례집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서문을 열고 있다. “분노에서 끝나지 않아야 한다. 비통에 그친 어른들은 힘이 없다. 설운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결국 문 뒤의 아이들을 발견한 것은 친절한 이웃이었다. 곁에 다가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물어주는 행동이었다. 길 위에 홀로 있는 아이를 쉬이 지나치지 않는 관심이었다. 외면하지 않는 연민과 연대의 마음만이 이 부끄럽고 슬픈 기록을 그치게 할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아이들이 겪은 고통을 살피고 공감하며 남겨진 어른들의 의무를 이야기하는 자리이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 진상 조사 관련 법안의 통과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요구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