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심 섬, 혼슈의 동북부 지역은 눈이 많은 곳이다. 아오모리·아키타현과 함께 동북 3현을 이루는 이와테(岩手)현도 한겨울이면 온통 눈속에 파묻히는 지역이다. 겨우내 누적적설량은 보통 4~에 이른다.
동북부 지역의 최고봉 이와테 산(2038m) 북동쪽 자락 앗피(安比) 고원에, 이 풍부한 자연설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앗피스키장이 있다. ‘앗피’란 일본 원주민인 아이누 족의 고유 언어로 ‘아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땅’을 가리킨다.
뻥 뚫린 고원·쭉 뻗은 슬로프
병풍 두른 높은 봉우리마다
자연설 수북이 쌓이고…
눈꽃들은 서로 자리를 다툰다
앗피고원 스키장은 질좋은 눈말고도, 다양한 슬로프와 편의시설 등으로 이와테현 최고의 스키리조트로 꼽힌다. 주변 풍경 또한 아름답다. 다양한 식생과 울창한 수림으로, 이웃한 하치만타이(八幡平)와 함께 도와다·하치만타이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스키장의 중심인 아에모리산(130)의 중산간 이상 지역이 국립공원에 포함된다. 눈꽃 무수하게 피어난 평원과 산들이 자아내는 설경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앗피고원 스키장의 장점 중 하나는 초보자라도 정상에서부터 활강할 수 있는, 5.5㎞짜리 코스 등 21개의 다양한 슬로프들이다. 주요 슬로프들은 아에모리산 정상에서 4개의 베이스로 뻗어내려간다.
곤돌라를 타고 흔들리며 눈부시게 펼쳐지는 자작나무숲의 눈꽃을 감상하는 동안, 20여분 시간이 휙 지나고 정상에 닿는다. 정상 주변 숲은 온통 설화들 세상이다. 휘둘러 보면 멀리 흰 눈을 뒤집어쓴 이와테산의 웅장한 자태가 눈에 잡히고, 전후좌우로 하치만타이산(1614m)과 이와키산(162)·핫코다산(158) 등 고봉들이 스키장을 둘러싸고 있다. 내려다보면 급경사를 이룬, 직활강에 가까운 아찔한 슬로프가 스키베이스까지 활주로처럼 내리뻗어 있다. ‘활주로’로 불리는 상급자용 ‘하야부사 코스’다. 정상에서 가장 왼쪽에 초보자라도 비교적 편안하게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최장 길이의 ‘야마바토 코스’가 있다. 경사도 10~20도의 완만한 눈밭이 우거진 숲 사이로 눈꽃터널처럼 이어진다.
숙소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곧바로 리프트로 이어진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본의 스키장은 700여곳에 이르지만, 숙소에서 장비보관소로 내려가 옷·장비를 갖추고 곧바로 문을 나서면 스키베이스로 이어지는 리조트형 스키장은 드물다. 대개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스키장들로, 스키옷과 장비를 갖추고 오랜 시간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쏟아져나오고 있는 국내의 일본 스키 여행 상품을 고를 때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스노모빌 또한 앗피고원의 설원을 풍성하게 해주는 즐길거리다. 스키장 옆 널찍한 목장터에서 엔진이 달린 1인승 썰매로 눈밭 질주를 맛볼 수 있다. 리조트에선 물론, 온천도 즐길 수 있다. 호텔 본관에 투숙객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온천이 있고, 이웃한 아넥스 동엔 노천탕이 딸린 유료 온천이 있다. 스키장 이용 기간이 11월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 무려 6개월이나 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와테현(일본)/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모리오카에서 만난 한국의 맛과 멋
센다이공항이 있는 미야기현에서 동북자동차도로(고속도로)를 타면 북쪽으로 아오모리현까지 이어진다. 이 길을 타고 가다 이와테현 한복판 쯤에서 인구 20만명의 아담한 도시 모리오카를 만난다. 이와테현의 현청 소재지로, 한국에서 건너간 한국식 전통 맛과 예술적 감각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고장이다.
함흥식 물냉면, 모리오카 냉면=모리오카는 인구 20여만명의 도시로, 이와테현의 현청 소재지다. 일본인들에겐 ‘모리오카 냉면’으로 널리 알려진 고장이다. 모리오카 냉면은 모양과 맛이 우리 물냉면을 닮았다. 전분을 많이 써서 쫄면처럼 투명하고 질기고 굵직한 면발이 다르지만, 소뼈 육수와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무김치, 채썬 배와 오이, 달걀까지 한국적 형식을 갖췄다.
함흥 출신의 양용철씨가 한국전쟁 직후 모리오카에 정착하며 선보인 냉면이 바로 모리오카 냉면이다. 지금은 일본 전역에서 인기를 끄는 음식이 됐다. 그가 차린 야키니쿠식당 쇼쿠도엔은 지금은 그의 아들이 운영중이다. 모리오카엔 또 이 냉면을 포장판매하며 대중화시킨 편편샤(邊邊會)가 있다. 재일동포 2세 변용웅씨가 양용철씨와 친구였던 부친의 뒤를 이어, 냉면 제조공장과 식당에서 맛을 이어가고 있다. 모리오카 등에 6개의 분점도 차렸다.
‘한국 옻칠쟁이’가 세운 칠예미술관=모리오카에 있는 한국인 전용복(54)씨가 문을 연 옻칠 공예 미술관이다. 전씨는 90년대에 토쿄의 대형 연회장인 메구로메조엔의 내부 장식과 옻칠 작품들을 5년 동안 깔끔하게 복원해내며 일본 미술계에 이름을 떨친 ‘한국의 옻칠쟁이’다. 그 작업을 모리오카의 산골에서 주로 해내며 지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지난해말 부산에서 열린 아펙 정상회담 기간에도 100여점의 옻칠 작품을 회담장과 누리마루, 롯데호텔 등에 전시해 각국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었다.
모리오카의 박물관 이름은 이와테에서 딴 ‘이와’와 부산에서 딴 산(야마)을 합쳐 만든 ‘이와야마 칠예미술관’이다. 전씨는 “재팬이란 말의 뜻이 옻칠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은 일찍부터 옻칠이 발전했던 나라”라며 “그러나 그것은 본디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우리의 옻칠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말에 걸맞게도 전씨는 옻칠을 배우기 위해 몰려든 일본인 제자 800여명을 거느리고 있다. 미술관은 3월말까지 겨울 동안은 문을 닫는다. 제자들과 옻칠 작품을 만드는 작업기간이기 때문이다.
이와테(일본)/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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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에서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공항까지 직항편을 매일 운항한다. 센다이에서 이와테현 앗피고원 스키장까지 버스로 3시간. 1987년 문을 연 앗피스키장은 1000여개의 객실과 2곳의 온천을 갖췄다. 노천탕이 딸린 아넥스 파티오온천 입장료는 800엔. 객실의 전원은 110볼트. 모리오카 시내에선 400년 전부터 전해지는 ‘완코 소바’를 먹어볼 만하다. 메밀국수를 한입에 먹을 만큼만 작은 그릇에 담아 내오는데, 이걸 몇그릇 먹느냐를 겨루는 재미로 먹는다. 모리오카 시내의 하츠코마는 45년 전통의 완코 소바 전문점이다. 경기도 벌이는데, 이 집에선 한 사람이 230그릇을 먹은 기록(1시간30분)이 있다고 한다(시 전체에선 600그릇이 최고기록). 10그릇 기준 1인당 1500엔. 3000엔이면 무제한으로 나온다. 나무상자에 든 영양밥과 된장국 등이 곁들여진다. 시에프랑스 여행사는 앗피리조트와 함께 스키장 여행상품을 마련해 내놨다. 주중 2박3일 1인 50만9000원(4인1실)부터 주말 3박4일 1인 92만9000원(2인1실)까지. 숙박·조식·석식·왕복버스·파티오온천이 포함된다. 중식·리프트권·장비대여·강습 등은 별도. 리프트권은 2박3일(야간스키 2회, 8시간 1회) 6700엔, 3박4일(야간스키 3회, 8시간 2회) 9500엔. 문의 1588-0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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