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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필진] 새만금, 관광레저개발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등록 2005-12-23 14:07수정 2005-12-23 14:07

전국토의 관광레저개발, 관광개발족의 덫

지난 1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은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하여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다시금 새만금 끝막이 공사를 시작하여 간척지를 조성하는 개발계획이 재개되게 되었다. 지금까지 새만금 간척사업의 환경에 대한 논란은 이미 많은 환경단체와 언론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넘어가기로 하자. 비용-편익 분석을 어느 정도 다루어본 사람들은 농림부가 얼마나 이 경제성을 분석하는데 이중계산(double counting), 이전소득(transper payment)의 기준을 무시했는지는 이미 환경연합의 검토보고서 등에도 잘 나와 있다. 마치 사업을 위한 비용-편익 항목을 그럴싸하게 빼낸 것과 같다.

하지만 이 비용-편익 분석 부분에서 일반적으로 크게 안 다룬 부분이 있다. 물론 농지 조성에 대한 편익 계산의 문제, 환경문제에 대한 비용 항목 누락 등이 워낙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 부분은 넘어갔는지 모르겠지만, 전라북도지사가 개발 방식을 천명한 지금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이 바로 관광레저개발이다. 이미 정부와 전라북도에서는 새만금 조성을 통해 조성되는 간척지 중 농지 이외 일부를 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관광레저 기업도시를 유치하고, 세계 최고의 높이의 타워를 건립할 것이라 밝혔다. 그런데, ‘농지 이외의 일부’라는 표현 때문에 그 면적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전북발전연구원의 계획 대상지 규모만 1,840만 평이다. 상상이 가는가? 여의도의 7배가 넘는 크기이다. 계획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골프장 540홀(18홀 회원제 30개 수준)과, 각종 수상레포츠단지, 외국인 카지노 등 대규모 개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관광레저형 도시 및 자원개발은 비단 이 새만금 간척사업 부지뿐만이 아니다. 이미 J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에서 골프레저 위락도시 건설을 표방하며 골프장 108홀(18홀 회원제 6개 수준) 및 각종 테마파크, 레저시설 등을 유치할 계획에 있다. 이보다 먼저 수립된 계획 중 남해안 관광벨트는 이미 남해안을 모두 관광개발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현재 수립중인 서해안권 관광개발계획, 환동해 국제관광벨트계획까지 하면 그야말로 해양을 중심으로 전 국토를 관광레저도시로 만들 셈이다. 박태견 프레시안 논설주간의 표현처럼 참여정권은 건설족의 덫에 걸렸을 뿐만 아니라 관광개발족의 덫에도 걸려버렸다. 어차피 관광개발족 역시 건설족과 그 맥을 같이 하겠지만 말이다.


관광레저자원에 대한 허와 실

지난 2003년 관광레저도시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들었을 때는 그나마 국내의 관광개발의 접근방식이 좀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걸어봤다. 지금까지의 관광자원 개발방식이란 대규모 형태의 하드웨어 관광자원개발, 지역주민을 무시하고 외부인들의 주머니를 털기위한 개발이 아니었던가? 이번에는 ‘레저’라는 단어를 추가한 것이 혹시나 지역주민의 여가를 고려한 복지형태의 관광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관광레저도시에서의 ‘레저’라는 개념은 여전히 지역주민의 생활은 무시된 대규모의 레포츠 시설 개발인 골프장, 리조트 단지를 의미하고 있었다. 결국 오히려 더 대규모 복합관광개발을 하자는 이야기이다. 골프장 전남 108홀, 전북 540홀! 전국토의 골프장화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수립, 또는 수립중인 관광레저개발계획들을 보며 한결같이 생태, 문화, 레저를 방향으로 한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을 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세부 도입시설은 18홀짜리 1개도 아니고 세계 최대의 골프장, 세계 최대의 타워, 세계 최대의 리조트단지 건설이 목표란다. 이들은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의 뜻을 알고 있기나 한건가? 이쯤되면 지속가능한 관광은 그야말로 ‘생태 상업주의’의 표본이라고 밖에 못하겠다. 좋다. 백 번 양보해서 여기까지도 지자체에서 투자재원을 손쉽게 마련하기 위해, 그리고 수익성을 판단해 저렇게 개발계획을 세웠다 치자. 그런데 어떻게 전 국토의 관광레저개발이 이리도 천편일률적인가? 어디를 가도 골프장, 어디를 가도 외국인 카지노, 어디를 가도 리조트 단지이다.

지금은 골프장이 건설만 하면 수요가 많아 모두 성공할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등 전문가에 따르면 지금 인허가가 난 골프장만 모두 건설되어도 수급이 어느 정도 적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레저산업의 특성이 일본과 한국이 약 10년 정도의 주기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하면 과연 골프장의 미래가 그리 장밋빛이라고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여행사에 가보라. 일본 물가를 감안하였을 때, 골프장 그린피가 얼마나 싼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일본 골프장 업계는 거의 도산 위기에 몰려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이는 일본의 장기 불황이 큰 요인이기는 하지만, 레저활동이 유행성을 타는 것 또한 감안하여야 한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국내에서도 20년 전만 해도 이렇게 탁구장, 볼링장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 생각했을까? (혹자는 골프장은 과시효과 때문에 이러한 대중적 스포츠와는 다를 거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새만금 사업의 540홀이 건설될 쯤에는 과다공급이 되어 일반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음을 환기해 주시기 바라며, 그렇기 때문에 과시효과를 누리려는 계층은 다른 여가거리를 찾으려 할 것이다.)

새만금 관광레저개발 경제성 다시 검토하길

새만금 사업에서 관광레저개발로 인한 편익 효과를 연간 305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전제는 개개인은 소득과 여가지출비용이 점차 증가하며, 국내 경제성장율도 지금보다 점차 좋아져야 한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본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수, 매출액 증가는 말할 것도 없다. 새만금 사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관광개발계획은 모두 이를 가정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할까? 다른 시설은 몰라도 새만금 사업의 540홀짜리 골프장과 외국인 카지노는 그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골프장 이용자수는 계속 증가 추세일 수 없다. 일본이 1995년부터 이용자수가 감소했던 추세를 보았을 때, 국내 골프장이 현재 인허가 수립중인 골프장만 완공되는 2010년 이후에는 각 골프장 전체 수요는 감소할 가능성이 많다. 과당경쟁으로 그린피 감소는 물론이다. 그렇다면 새만금 사업의 관광편익 수준만큼을 과연 충족할 수 있겠는가? 이 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카지노의 경우, 이미 제주도를 비롯해서 국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높이의 타워를 관광시설로 개발한다는 계획 또한 경제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현재 전라북도에서는 세계 최대 높이 타워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용역을 주었다고 한다. 그 분석결과가 이미 사업성 평가가 좋다는 결론을 놔두고 합리화 시키는 작업이 아니길 바란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자체와 민간 관광개발 프로젝트 용역을 수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개발계획이 많아지면 나쁠리 없다. 그런데 이건 정말 심하다. 비슷한 수준의 관광계획이 전 국토에 들끊고 있고, 각종 계획에서는 아무런 의심없이 연 8%에서 10%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다. 국토의 3면은 바다가 아니고, 이젠 관광시설이 차지할 판이다. 관광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니 이 또한 좋지 않겠냐고 할지 모르겠다. 지금 쌀비준안 통과로 인해 고통받는 농민들이 관광산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이 또한 찬성할련다. 하지만 관광레저 기업도시에서 그들이 설 자리는 없다. 처음 강원랜드 허가시 제1의 효과가 지역주민 고용창출효과였다고 허울좋게 이야기했던 것을 상기해보길 바란다. 과연 농민들에게 파이를 나눠주겠는가?

진정으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이야기 거리가 있는 관광자원개발, 그래서 그 지역에 거주하는 농민들이 농업도 하면서 관광으로 인한 수익도 얻을 수 있는 관광자원개발, 그저 외부인이 놀고 먹고 가는 지역이 아니라 지역주민도 여가선용을 위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관광자원개발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또 한 번 새만금 지역의 관광개발을 지속가능한 관광이라는 ‘생태 상업주의’로 포장한 채, 골프장 천국으로 만들지 말기 바란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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