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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희망의 신새벽을 알려라 꼬끼오∼

등록 2005-02-03 20:04수정 2005-02-03 20:04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돌아옵니다.

모두들 어렵다고들 하는 요즘같은 때는 민족 고유의 명절 설날조차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묵은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는 뜻과 희망은 더욱 옹골차야 할 것입니다.

어려움을 정리하고 새 희망을 차분하게 설계하라는 뜻인지 올 설 연휴는 유난히 깁니다. 일찌감치 주말께부터 고향길을 서두르는 가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모처럼 가족끼리 모여 세상살이의 시름을 덜고 정과 덕담을 나누는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합니다.

부디 여명을 여는 닭의 부지런함과 새날의 희망이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올해는 음력으로 을유년, 간지로 열번째 닭의 해입니다.

▲ (위로부터)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한겨레> 자료사진
닭은 어김없이 신새벽에 깨어나 하늘을 우러러 온세상에 우렁찬 계명을 토해내며 새날의 시작을 알립니다. 새벽은 희망의 상징이자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암탉은 알을 낳아 품고 병아리를 정성껏 기릅니다. 봄날 갓 깨어난 병아리들이 어미 닭의 보살핌을 받으며 뛰어노는 모습은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습니다.

만약 이때 고양이라도 얼쩡대기만 하면 수탉은 암탉과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합니다. 닭은 또 먹이를 찾아 어지럽게 돌아다니지만 때가 되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 가족을 돌보는 화목의 도리가 사람의 가정 못지 않습니다. 옛적부터 전통혼례 때 초례상 위에 청홍 보자기로 싼 암수 닭 한쌍을 올려놓고 신랑신부가 백년가약을 맺는 연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천진기 학예관은 “예부터 닭은 흔히 다섯 가지 덕을 지녔다고 칭송받아 왔다”고 귀띰합니다. 닭의 벼슬은 문(文)을, 발톱은 무(武)를 나타내며, 적을 앞에 두고 용감히 싸우는 것은 용(勇)이며, 먹이를 보고 꼭꼭거려 무리를 부르는 것은 인(仁), 때를 맞추어 울어 새벽을 알림은 신(信)이라는 것입니다.

한갖 미물의 움직임조차도 허투로 봐넘기지 않고 사람의 도리로써 경계하려 했던 옛 사람의 사려깊음이 엿보입니다.

닷새 뒤면 설날입니다. 내일부터 연휴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단기로 4천3백서른여덟번째, 을유년 설날을 맞으며 “닭이 우니 새해의 복이 오고 개가 짖으니 지난해의 재앙이 사라진다”는 덕담을 독자 여러분께 보냅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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