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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내가 니 애비다”는 이제 그만!

등록 2017-06-18 17:56수정 2017-06-18 19:57

<스타워즈5: 제국의 역습> 포스터. <한겨레> 자료사진
<스타워즈5: 제국의 역습> 포스터. <한겨레> 자료사진
“내가 니 애비다.”

여러분은 이 대사를 들으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십중팔구 ‘막장 드라마’를 떠올릴 듯합니다. ‘출생의 비밀’이 없으면 스토리 전개가 안 되는 우리네 막장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대사 중 하나니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볼게요. “아임 유어 파더.”(I’m your father) 똑같이 “내가 니 애비다”라는 뜻의 영어 표현이지만, 이 대사를 들으면 누구나 신화적인 성공을 거둔 시리즈 영화의 대명사 <스타워즈>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워즈5: 제국의 역습>(1980)에서 악당 다스베이더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리며 던진 이 말은 스타워즈 팬들을 ‘멘붕’으로 몰아넣으며, 할리우드 영화사에 한 획을 긋는 명대사로 각인됐는데요. 한국에서도 이를 인용한 패러디 코미디가 난무하고 광고까지 만들어지는 등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이 대사는 요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에서 우주의 신인 에고가 주인공 스타로드에게 바로 “내가 니 애비다”라는 대사를 날리며 출생의 비밀을 드러냅니다. 최근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서도 해적인 헥터가 여주인공 카리나에게 자신이 생부임을 밝히는 장면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합니다. 물론 표현은 좀 달랐지만 “내가 니 애비다”라는 뜻임에는 틀림이 없죠. 아, <원더우먼>도 좀 변형이 되긴 했지만 ‘출생의 비밀’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영화 막바지에 전쟁의 신 아레스는 “형제여”라며 원더우먼이 제우스의 딸임을 밝히죠.

이쯤 되면 “또?”라는 한탄이 나올 법합니다. ‘출생의 비밀’은 본래 고전 영웅서사의 특징 중 하나인데, 이젠 히어로물이든 아니든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이런 설정이 등장하는 겁니다. 개연성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네요.

37년 전 다스베이더가 내뱉은 “아임 유어 파더”의 충격은 그 유효기간이 다한 지 오래입니다. 특히 한국 관객에겐 지긋지긋한 ‘막장 드라마 공식’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이런 클리셰 말고 좀 더 참신한 설정, 뭐 없나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각성’을 촉구해봅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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