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마라톤 뛰실 분∼” 틈새 전문여행사 ‘활짝’
도서전 참관·에베레스트 등정·아마존 탐험·장애인 제주여행 등
전문화 ‘세포분열’…골프·배낭여행은 “전문화 축에도 못껴요”
“남극에서 마라톤 뛸 사람 모이세요.” 마라톤 여행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ㅇ여행사는 최근 2008년 2월 남극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참가자를 모으는 광고를 인터넷에 냈다. 단순히 주목을 끌려는 이벤트가 아니다. 이 여행사는 대형 여행사들이 신문 광고와 저가 정책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는 것과는 달리 마라톤 분야에 승부를 걸어 9년째 전문화에 주력해왔다. 이에 힘입어 3년 뒤 남극마라톤을 예약한 고객이 벌써 3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마라톤 고객은 한해 1천명 정도로, 마니아층이 계속 늘고 있어 수익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국이 ‘주제국가’로 선정돼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도서전시회인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다녀온 국내 출판인은 줄잡아 1500여명 이상.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700여명이 ㅆ여행사란 전문여행사를 통했다. ㅆ사는 날로 늘어나는 출판계의 도서전 출장을 특화시장으로 개척해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비롯해 볼로냐어린이책도서전, 베이징도서전 등 국제도서전시회 참관상품으로 출판계에서 입지를 굳혔다.
특화된 여행상품으로 전문화를 꾀하는 틈새여행사들이 늘고 있다. 한 여행사가 판매하고 있는 ‘남극마라톤’ 올해 대회 모습.
전문 여행사들의 영역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전문화가 세포분열을 거듭하면서 온갖 틈새여행사들이 등장하고 있고, 동시에 국제전람회 참관 등 비즈니스 출장 분야에서도 전문화가 점점 세밀해지고 있다. ㅎ여행사는 ‘트레킹’으로 전문화를 시작한 전문여행사의 시조격이다. 처음부터 마니아들이 뭉쳐 틈새시장을 노렸다. 산을 잘 아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에베레스트산 등정이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체험 같은 이색 프로그램으로 차별화했다. 이 여행사의 성공에 자극받아 전문 산악인 출신이 창업한 다른 트레킹 전문 여행사들도 여럿 등장했다. 제주도에 있는 ㅇ여행사는 여행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을 위한 최초의 여행사다. 청각장애인인 박대연 대표가 장애인들이 제주도 관광을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돕는 상품을 내놨다. 청각장애인에게는 수화 통역을 붙이고, 지체장애인에게는 휠체어를 들어주는 자원봉사자를 붙여 준다. 봉사 개념에서 출발한 탓에 아직 수익은 안 나지만, 몇년 안에 사업성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업무출장 전문 여행사는 40여곳에 이를 정도로 세분화돼있다. 도서전만이 아니라 국제 패션전시회나 정보기술전시회, 심지어 의료기기전시회 전문 여행사까지 있다. 이들 출장 및 국제전시회 전문 여행사들은 고객들이 불편 없이 현지에서 관람하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패키지화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패션전시회가 전공인 ㅇ여행사의 경우 파리·밀라노·뉴욕 등 패션 중심지의 매장 위치와 특성을 파악해 이용객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정보기술(IT) 전문 출장여행사인 ㄱ여행사는 세계적인 전자전시회인 세빗 등 주요 전자박람회 참관단 모집이 전공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트레킹 전문여행사가 선보인 네팔 에베레스트 트레깅 여행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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