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주변 이티산 산자락에서 내려다본 무스카트 시내 모습. 검은 옷차림의 여성이 독일 출신 관광안내원 타하니다.
불볕이여, 사람의 욕심마저 태워버렸는가
인도양을 향해 뻗은 아라비아반도의 동쪽 끝에, 오만이 있다. 국내엔, ‘월드컵 4강’ 이후 자만했던 한국 축구에 일격을 가한, 중동의 ‘축구 복병’이라는 것말고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는 나라다. 국토의 80%가 불모의 바위산과 사막으로 이뤄졌지만, 일찍부터 항해술이 발달해 국제교역이 번성했던 곳이다. ‘신밧드의 모험’의 모험 여행 출발지가 바로 오만이다. 본디 신밧드란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인도양 건너 동남아·중국으로 이어지는, 모험으로 가득 찬 항해길에 나서는 선원들을 뜻했다고 한다. ‘모험 여행의 출발지’였던 오만으로, 요즘은 오지 모험여행을 선호하는 각국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오만 여행의 거점은 수도 무스카트다. 인도양쪽 오만만에 접한, 붉은 바위산악지대와 흰색 건물들의 조화가 이채로운, 인구 70만의 항구도시다. 끝없이 이어진 붉은 바위산
500여 성채 머리에 이고
짙푸른 바닷물에 발 담그다
순한 양을 닮은 사람들
항구만 홀로 수선스러워라 독일 여성 타하니의 경우=“착하고 욕심 없는 순수한 심성, 이게 오만 사람들의 매력이에요.” 관광 안내를 맡은 타하니는 1년6개월 전 기독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해 오만에 정착한 30대 후반의 독일 여성이다. 그가 선택한 삶이 우리에겐 생소한 나라, 오만의 전통과 매력을 설명해 준다. 멕시코에서 선원과 결혼해 베네수엘라 등지를 떠돌며 살다, 이혼하고 방황 끝에 오만까지 흘러왔다. 20살 난 아들까지 뒀으나, 무슬림으로 개종하고 홀로 새 삶을 시작했다. 그가 이곳에 정착한 이유는, 척박한 대자연에 순응하며 욕심 없이 살고 있는 베드윈족의 삶의 방식 때문이다. 베드윈족은 본디 사막지역에서 물을 따라 이동하며 낙타·양·산양 등을 기르며 살던 중동 지역의 전통 유목민. 사막에서 양을 키우며 사는 게 꿈인 그의 목소리는 나직하고 조용하다. “현대 도시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만, 실제론 불행하죠. 사막에서 삶은 풍족하진 않지만 사람들은 모두 여유있고 친절하고 순박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행복해하죠.” 오랜 떠돌이생활을 털고 비로소 안착한 그의 표정에선 순한 양처럼 부드럽고 평화로운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자연에 순응하며 양처럼 살고 싶다는” 그의 휴대전화 초기화면엔 풀 뜯는 양의 사진이 들어 있다.
오만의 해변 모래밭에선 축구를 즐기는 어린이·청소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끝없는 붉은 바위산과 성채, 짙푸른 바다=타하니가 새 삶을 찾은 땅은 그의 자랑스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의 눈엔 척박하고 험난하게만 보인다. 한여름엔 50도까지 올라가는 불볕더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끝없는 바위산, 보기만 해도 목이 말라오는 메마른 와디(우기에만 물이 흐르는 계절천) 등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한여름 얘기. 오만 여행의 최적기는 겨울이다. 6~9월은 이곳 주민들도 피서를 떠날 만큼 무덥지만, 겨울인 11~3월엔 20~30도의 쾌적한 기온이 유지된다. 무스카트는 역사유적과 자연풍광, 전통과 현대문명이 잘 어우러진 항구도시다. 반다르 지사 해안 등 바닷가에선 2000년 전 살았던 주민들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곳에서 나온 토기류와 청동기 유물들이 오만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오만 지역 지층은 본디 바다 속에 잠겨 있다 솟아올라 형성됐다. 타하니는 “전세계 돌의 모든 종류가 오만에 있다”고 말했다. 사막지역에선 운석들도 무수히 발견된다. 높고 험한 바위산들은 황량하기만 하지만, 해안가 바위봉우리마다 흙벽돌을 쌓아 지은 원형 성채들이 이채롭게 다가온다. 주로 포르투갈 점령기인 16세기 무렵 만들어진 일종의 망루다. 바닷가를 따라 가며 또는 산악트레킹 코스를 따라 오르며, 산봉우리마다 올라앉은 망루들의 행렬을 감상할 수 있다. 오만 전체엔 500개에 이르는 성채들이 있다. 마스카트의 바다쪽 관문은 마트라 항이다. 이곳에 재래시장(마트라 숙)이 있다. 온갖 향료며, 은세공품 등 토속미 물씬 풍기는 물건들을 둘러볼 수 있다.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아름다운 왕궁 건물과, 왕족들의 정원, 감옥이었다가 박물관으로 쓰는 성곽형 건물 등도 이 부근에 있다. 차로 바위산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진 포장·비포장길을 따라 산을 오르내리며, 아득하게 펼쳐진 마스카트 도시 전경과 바위절벽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짙푸른 바다 등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무스카트 주변 반다르 해변 풍경.
술탄 카부스 모스크의 카펫·샹들리에=오만엔 1만3000여개에 이르는 이슬람 사원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사원이 마스카트 시내의 술탄 카부스 모스크다. 국왕의 이름을 따 2001년 문을 연 이 사원은 16000명이 동시에 참배할 수 있는 대규모 건물이다. 이슬람을 상징하는 5개의 대형 첨탑을 거느린 사원 건물 안엔 가로 60m, 세로 70m짜리 대형 카펫이 깔려 있다. 600명의 이란 여성이 4년에 걸친 손작업으로 만든 것으로, 무게가 21t에 이르러 58조각으로 나눠 실어와 이어붙였다고 한다. 중앙 천장에 걸린 눈부신 대형 샹들리에를 중심으로 수십개의 작은 샹들리에들이 매달려 있고, 창을 장식한 스테인드글라스도 아름답다. 이밖에 배를 타고 나가 돌고래떼와 해안 절경을 둘러보는 선상 여행도 경험해볼 만하고, 과학·인문 분야의 고대 문헌 4300여종을 소장한 기록문헌도서관, 공룡 화석 등을 전시한 자연사박물관 등도 둘러볼 만하다. 무스카트(오만)/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석유의 나라, 관광대국을 꿈꾸다 중동의 거점도시 두바이
오만의 해변 모래밭에선 축구를 즐기는 어린이·청소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중동 지역의 거점 공항으로 이름 높다. 연간 1500만명이 두바이 공항을 이용한다. 세계 105개의 항공사가 취항해, 145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 5월부터 인천~두바이 직항편도 운항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유럽이나 중동 각 지역으로 가는 중간 경유지 구실을 했으나, 요즘은 다양한 시설 투자로 두바이 자체가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시내에 호텔만 290개에 이르고, 호텔형 아파트도 90여개나 있다. 객실은 모두 3만6000여개에 이른다. 1999년엔 3억달러를 들여 주메이라 거리 해변 인공섬에 세계 최고급 호텔로 불리는 버즈 알 아랍 호텔을 개관했다. 하루 숙박비만 수백~수천만원에 이르는, 이른바 ‘7성급’의 초호화 호텔이다. 석유 강국의 부자 도시답게 두바이는 관광객 1억명 유치를 목표로 하는 원대한 ‘두바이 드림’ 계획(2018년 완료)을 진행시키고 있다. 앞바다에 대추야자나무(종려나무) 모양을 본뜬 대형 인공 섬 휴양지(팜 아일랜드) 세 곳을 건설 중이고, 나라별 인공섬을 만들어 세계지도 모양을 완성하는 공사도 시작했다. 세계지도는 전체 가로 9㎞, 세로 6㎞의 넓이로 각국을 닮은 섬들을 현재 분양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 관광마케팅 담당 알리 빈 압둘 와합은 “세계지도는 한국을 포함한 300개의 섬으로 이뤄진다”며 “한국 섬은 분양가가 20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라는 두바이랜드도 건설 중이다. 미국 디즈니랜드의 8배 규모. 테마파크 중앙엔 고층빌딩들이 밀집한 원형도시가 들어선다. 높이 700여m(최종 높이 미확정)의 세계 최고층 건물도 짓고 있다. ‘버즈(탑) 두바이’로 불리는 이 건물은 삼성에서 수주해, 현재 5층까지 올라갔다. 올해 말엔 길이 330m짜리 슬로프를 갖춘, 세계 3위 규모의 대형 실내 스키장이 문을 연다. 두바이는 세계적인 금 시장이기도 하다. 브루나이에 이어 세계 2위의 시장으로 두바이엔 300여개의 금 판매상이 밀집해 있다. 두바이의 관광지로는 사륜구동차 모래사막 투어, 크릭해 수로 유람선 투어, 사막 속의 알 마하 리조트 생태 체험 등이 있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무스카트 시내에 있는 오만 최대의 이슬람 사원, 술탄 카부스 모스크의 출입문.
사막 한 가운데서 스키를 즐겨라-관광도시 꿈꾸는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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