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높이’ 예전에 등장했던 한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 문구이다. 이는 스포츠의 기본 ‘덕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젠 이것만으로 스포츠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다. 한 가지 더 보태야 할 것은 바로 ‘더 멋지게’이다.

몇 년 전 요지 야마모토(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일본 디자이너)가 아디다스의 스니커즈를 컬렉션에서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정말 놀랬다. 스니커즈가 그렇게 예뻐질지 몰랐던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디다스라는 스포츠 브랜드가 패션 디자이너와 같이 작업을 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더욱 놀랬던 것 같다. 또 질샌더가 퓨마의 스니커즈를 디자인하면서 퓨마는 세련된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후 스포츠 브랜드에는 혁명이 일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퍼 르메르(프랑스의 디자이너)가 라코스테를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하게 바꾸어 놓았고, 지금은 스텔라 매카트니(폴 매카트니의 딸로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아디다스와 함께 요가복을 내놓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스포츠 또한 하나의 패션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미시 라이더와 같은 힙합 가수들이 스포츠 제품을 입고 다이아몬드와 금 목걸이를 주렁주렁하고 나온다.

웰빙 붐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가꾸고, 건강을 지키려고 다양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운동을 할 때에도 아름다움과 개성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옛날에야 동생의 학교 운동복을 입고 동네 한 바퀴 뛰는 것도 운동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며진 피트니스 센터에 간다. 필라테스부터 시작해서 비크람에 이르기까지 매우 이국적인 이름의 다양한 종류의 운동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을 가꾸는 데 열성적이 되어 가고 있고 이런 기호에 맞게 스포츠 브랜드도 같이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만 해도 그렇다. 예전에는 기능을 강조했는데 요즘엔 여기에 개성까지 겸비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있다. ‘퓨마 스터프'라는 이름의 퓨마 광고는 스니커즈의 디자인과 색상, 그리고 제품의 질감과 비슷한 독거미, 나비, 열대어 등을 신발과 기발하게 매치시켜 호평을 얻었다.

지금 미국 뉴욕엔 새로운 스포츠 브랜드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가 모여 있는 첼시와 소호에 생긴 스포츠 브랜드 매장이다. 이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우 도시적이고 기발한 인테리어에 패션 브랜드 못지않은 멋진 디스플레이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사고의 자유로움’이다. 스포츠 브랜드도 아이디어에 따라 충분히 세련되고 멋진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고, 유행을 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