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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의 술이 익는 풍경 | 여자만
울퉁불퉁 돌바닥 사이로 또각또각 구두 발자국이 남는다. 차가 다니지 않는 그 긴 해방구에 사람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흘러다닌다. 그 소란스런 거리에 요술망토 같은 어둠이 내리면 바닷가를 배외하는 기러기들의 노랫소리가 거리의 공중을 떠돈다. 이윽고 하나 둘 노란 불이 켜지고 그 불빛 사이로 작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꽃을 던지고 싶다>. 왠지 외설스럽다. 거추장스런 ‘꽃’을 ‘홧김’에 던져버리자는 건지, 왜 하필 꽃이여야 하는 건지…. 그 간판 아래 좁고 긴 계단을 구불구불 내려가면 널찍한 술판이 있다. 10여년 전 그랬다. 그때 그곳에서 한 선배와 수박화채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세상사 근심을 잊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딱 2% 부족해서 그때나 지금이나 혼자인 선배, 불을 은근히 데울 줄은 아는데 ‘결정적 순간’을 확 잡아 제 것으로 하지 못하는 선배, 그래서 아직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못 얻는 선배, 그 선배와의 알록달록한 추억이 있는 곳이 그곳이다.(오해는 마시라, 에로틱한 추억이 아니니….) 그런가 하면 98% 부족한데 그 순간을, 중요한 그 순간만을 꼭 집어 확 불을 댕기는 바람에 아주 잘 먹고 잘사는 친구도 있다. 2% 부족한 자와 98% 부족한 자!
2005년 <꽃을 던지고 싶다> 그곳에는 다른 간판이 불을 뿜어내고 있다. 활활~ <여자만>.
여자만 들어오라는 건지, 인생에서 여~ 자만하지 말라는 건지, 왜 남자만은 안 되는 건지…. 고꾸라져 넘어질 것 같은 계단을 내려가면 벽면은 온통 낙엽무늬의 한지이고, 그 위엔 이런저런 영화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산악인 엄홍철씨 사진, 그 옆에 둥글둥글 걸린 녹차막걸리 글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사람이 부지런히 밥과 술을 나른다. 살금살금 가서 말을 붙여본다. 그녀는 <여자만>의 여자, 이미례 여사이다. 맞다. 이곳의 주인장은 <수렁에서 건진 내딸>을 감독했던 이미례 감독이다. 영화감독과 술집이라…. 너무 친근해 보여서 굳이 이유를 찾고 싶지 않다. 한 5년간 한 작품을 끈덕지게 준비했지만 잘되지 않았단다. 그래도 ‘삶은 오래 지속되는’ 것이기에, 새로운 전환을 준비했단다. 평소 늘 술을 좋아했던 그녀, 그런 그녀와 벌교꼬막, 녹차막걸리…. 으흠~ 냄새만 맡아도 침이 흐른다. 그녀는 원래 수원 아래 발안이 고향이지만 시댁이 전라도 깡촌이라 시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았다. 전라도로 여행을 많이 했던 그녀, 결국 그 땅의 남자와 결혼했다. 구수한 그곳이 좋단다. 그래서 이곳의 맛도 따뜻하고 넉넉하다. 밥도 재미있게 팔고 영화도 편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단다, 이제는….
그동안 힘들었던 창작의 고뇌가 느껴진다. 이렇게 좋은 공간을 마련해 주어 고맙다는 단골들의 즐거운 비명이 연일 계속된다. 아마도 녹차막걸리와 꼬막 한 접시에 완전히 넋이 나간 게지! 벌교 꼬막을 안주로 먹던 손님들이 궁합이 잘 맞는 녹차막걸리를 적극 추천, 남도에서 바로 공수했단다. 술맛에도 영화만큼 일가견이 있는 그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정말 맛있다. 다음날 숙취도 전혀 없고 향긋한 것이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막걸리를 만난 느낌이다. 뻘건 꼬막을 까먹는 맛도 제법이다. 까슬까슬한 껍질을 두 손으로 살짝 벌리면 고소한 속살들이 삐죽이 고개를 내민다. 그 맛이란~ 그녀의 편한 입담도 좋다. 조금 여유를 찾고 다시 영화를 만들겠다는 그녀, 그녀는 아마 2% 부족하지도, 98% 부족하지도 않다. 그저 100%의 삶을, 밥과 술과 영화로 은근히 꾸준히 불을 지피고 있다. 참 잊을 뻔! 띠용~ <여자만>은 汝自灣이라는 고흥과 여수 사이의 만의 이름이란다. 속았지롱~ 박미향 기자 blue@economy21.co.kr [영업시간]
문의 02-725-9829
여는 시간 오후 4시부터
닫는 시간 손님 계실 때까지 [[메뉴]]
벌교꼬막 1만5천원
각종 탕류 1만2천~2만8천원
각종 볶음류 및 부침 8천~2만원
검은콩 동동주 ‘대장금’ 6천원
녹차막걸리 7천원
각종곡주 3천~4만원
소주, 맥주 4천원
양주 5만~9만원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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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힘들었던 창작의 고뇌가 느껴진다. 이렇게 좋은 공간을 마련해 주어 고맙다는 단골들의 즐거운 비명이 연일 계속된다. 아마도 녹차막걸리와 꼬막 한 접시에 완전히 넋이 나간 게지! 벌교 꼬막을 안주로 먹던 손님들이 궁합이 잘 맞는 녹차막걸리를 적극 추천, 남도에서 바로 공수했단다. 술맛에도 영화만큼 일가견이 있는 그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정말 맛있다. 다음날 숙취도 전혀 없고 향긋한 것이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막걸리를 만난 느낌이다. 뻘건 꼬막을 까먹는 맛도 제법이다. 까슬까슬한 껍질을 두 손으로 살짝 벌리면 고소한 속살들이 삐죽이 고개를 내민다. 그 맛이란~ 그녀의 편한 입담도 좋다. 조금 여유를 찾고 다시 영화를 만들겠다는 그녀, 그녀는 아마 2% 부족하지도, 98% 부족하지도 않다. 그저 100%의 삶을, 밥과 술과 영화로 은근히 꾸준히 불을 지피고 있다. 참 잊을 뻔! 띠용~ <여자만>은 汝自灣이라는 고흥과 여수 사이의 만의 이름이란다. 속았지롱~ 박미향 기자 blue@economy21.co.kr [영업시간]
문의 02-725-9829
여는 시간 오후 4시부터
닫는 시간 손님 계실 때까지 [[메뉴]]
벌교꼬막 1만5천원
각종 탕류 1만2천~2만8천원
각종 볶음류 및 부침 8천~2만원
검은콩 동동주 ‘대장금’ 6천원
녹차막걸리 7천원
각종곡주 3천~4만원
소주, 맥주 4천원
양주 5만~9만원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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