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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이 되는 걷기·호흡·느린 운동들
매운 황사만 남기고 봄이 가버린다. 겨울이 끝났나 싶었더니 백년 만의 무더위라는 올여름이 기다리고 있다. 계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직장인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 지금 당장 사무실에서 간단하고 쉬운 운동을 시작해 여름까지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유달리 겨울 끝자락의 부대낌이 심했던 올봄, 몸이 미처 따뜻한 날씨에 적응하기도 전에 무더워져 피로나 혈액 순환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를 계속 방치하면 면역 시스템인 저항 능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이 악화되거나 감기 등 크고 작은 질병에 자주 시달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당장 달리기나 헬스를 시작하는 것은 생각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격한 운동을 하게 될 때는 당분 소비를 먼저 해서 근육은 단단해지더라도 몸 전체의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빠르지 않다고 한다. 반면 강도가 낮은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면 지방의 소비, 특히 내장 지방을 줄여서 고혈압과 비만, 체지방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몸이란, 몸의 혈액 순환이 잘되고 저항력이 높아서 균형이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지 않기 위해서 혈액 순환과 저항력을 도우며, 매일 하기 쉬운 운동법을 알아보았다. 출퇴근길을 걷는다 국내에서는 한 방송 프로그램의 보도 이후 ‘걷기 열풍’이 시작됐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나라마다 ‘보행자협의회’가 구성되어 걷기 운동의 문화를 주도해 왔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장을 튼튼히 하는 걷기의 운동 효과와 도시와 자연의 이야깃거리를 찾는 행동이 결합되어 걷기는 이미 문화로 정립됐다. <화>의 저자로 알려진 틱낫한 스님은 걷기를 이동 수단으로만 여기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을 천천히 걸으면서 땅과 몸이 만나는 기쁨을 즐기라고 당부했다. 그렇다고 걷기가 명상을 즐기는 이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소설가 김형경은 <사람풍경>에서 마음의 상태에만 관심을 기울이던 태도를 가졌다고 해도 오히려 오래 걷다 보면 몸의 건강과 상태를 스스로 알고 조절할 수 있다고 확언한다. 특별히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출퇴근길을 걷는 것으로, 점심시간 사무실 주변을 걷는 것으로 몸은 활력을 찾고 뇌는 자극을 받아 활발히 움직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게다가 시멘트 길을 걸어야 하는 도시인들을 위해 최근 유행하고 있는 2가지 효율적인 걷기방법이 있다. ■ 마사이 워킹 : 딱딱한 지면에서 구두를 신고 걸을 때는 뒤꿈치나 앞꿈치에만 무게중심이 쏠려 허리에 무리가 가기 쉽다. 하루 1시간 이상 걷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발 전체를 이용하고 몸의 곧은 자세를 유지하는 마사이족의 걷기를 배울 만하다. 마사이 워킹은 굴곡이 있는 자연상태의 지면에서 걸을 때처럼 발의 아치구조를 모두 활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몸을 반듯하게 세웠다가 앞으로 던지듯이 내밀면서 걷는다. 이때 발은 발 뒤꿈치에서 중앙, 그리고 앞꿈치쪽으로 중심을 부드럽게 이동해 무게중심이 발 전체를 고루 이동하도록 해야 한다. %%990002%% ■ 파워워킹 : 시속 6.5~8㎞ 정도의 빠른 스피드로 걷는 것을 말한다. 마라톤에 도전하기에는 부담스럽고, 경보를 익히기도 힘들지만, 일반 걷기에는 만족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방법은 뒤꿈치가 지면에 먼저 닿아 발바닥이 수평이 되었을 때, 발가락 끝으로 땅을 찍듯이 밀고 나간다. 마사이 워킹과 다른 점은 보폭을 크게 해서 걷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빨리 교차시켜 빨리 걷는 것이다. 걸을 때 양팔을 힘차게 흔들어야 하며, 걷기 전후에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심호흡을 하라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은 직장인들은 짧고 거친 숨을 내쉬면서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지고, 평상심을 유지하지 못하며,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는 일상을 산다. 많은 사람들은 바른 호흡과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을 바꿀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뇌 호흡’이나 ‘라마즈 호흡법’처럼 선정적인 호흡에 주목하기 전에 먼저 귀기울여야 할 것은 불교의 자연 호흡법이다. 불가에서는 수행을 하기 전에 자연 상태의 호흡을 유지함으로써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을 전수해 왔다. 먼저 몸을 3, 4회 전후좌우로 흔들어 자세를 바르게 한다. 처음에 호흡을 한번 크게(깊게) 내쉰다. 다음에 서서히 호흡을 들이쉰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편안히 앉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안정된 속에서 편안하게 호흡을 하면 숨은 자연히 길어지고 미세해진다는 것이다. 하루 일을 시작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호흡을 길게 하고 자신의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으라는 것이다. 인도의 요가에서는 잘못된 호흡법을 고치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숨을 쉴 때, 어깨나 등 몸의 한쪽 부분을 들먹거리며 숨을 쉬는 사람은 몸의 균형이 심각하게 어긋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가의 수련에서는 숨은 폐로 쉬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 세포 하나하나로 쉬는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 몸의 각 부분이 산소를 고루 받아들일 수 있도록 숨쉬는 것이 핵심이다. 호흡방법은 요가법에 따라서 다르지만 잘못된 호흡을 바로잡는 첫 번째 원칙은 힘을 쓸 때 숨을 내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 입으로 숨을 쉬지 말고, 코로 숨을 쉬어야 한다. 요가의 여러 호홉법을 종합하면 방법은 이렇다. 먼저 편안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20분 정도 시간을 내야 한다. 자연 호흡을 따라 마음을 가다듬고, 바른 자세로 앉는다. 코로 숨을 들이마쉬고, 한동안 멈췄다가 내쉰다. 이때 들이마시는 시간, 멈추는 시간, 내쉬는 시간이 같도록 한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시간이 점점 길어지도록 훈련한다. 바른 자세를 갖도록 하는 요가 체조나 피트니스와 병행하면 더욱 효과가 좋아진다. %%990003%%
정중동, 느리지만 확실한 운동들 좀 더 시간을 내서 사무실 옥상이나 근처 공원을 이용할 사람들에게는 본격적으로 입문할 수 있는 느린 운동들을 추천할 수 있다. 격렬하고 빠른 운동을 하면 순간적인 동작을 위해 필요한 근육들이 열량을 소모하면서 수분도 함께 빠져나간다. 반면 느린 운동을 하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근육들이 동원되면서 열량을 많이 소모한다. 또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젖산과 같은 피로물질이 쌓이면서 피로가 커질 수 있지만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심폐기능을 향상시켜 체내 산소량을 늘려준다. 이렇게 되면 말초신경까지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피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느린 운동을 재미없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막상 한번 시작하면 매일 지속하게 되는 것도 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 태극권 : 중국의 공원에서는 아침마다 80살 넘은 노인들이 태극권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슬로비디오처럼 보이는 이 운동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근육과 관절 하나하나를 풀어주는 것이다. 현대 중국 정부는 17세기 다듬어진 태극권에서 힘든 무술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연공 시간을 6 내지 8분 정도로 줄여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동작과 평정 상태를 오가며, 몸이 긴장과 이완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시중에 태극권에 대한 많은 서적이 나와 있으며 생활 체육시설에서도 가르치고 있다. %%990004%% ■ 기체조 : 몸을 천천히 움직이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아도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몸과 마음의 순환을 활발히 하는 운동이다. 상체 굽히기, 팔, 어깨, 온몸 털기 등 기체조의 몇 가지 동작을 숨쉬기와 함께 정확히 익히면 사무실에서도 틈틈이 하며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수련기관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인데, 여러 복지회관은 물론이고, 세종문화회관 옆에 있는 수선재와 압구정에 있는 단월드 등 사무실 밀집가에서도 쉽게 수련학원을 발견할 수 있다. ■ 코어 프로그램 : 얼마 전 한 연예인의 비디오 출시로 갑자기 각광 받고 있지만, 사실 이 운동은 몇 년 전 미국의 물리치료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동양의 요가와 서양의 스트레칭을 결합한 듯한 동작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간이 짧고, 동작이 쉽고 간단하다는 것이 장점. '코어 프로그램'은 기초, 중급, 고급 등 3개 프로그램으로 기초 14개 동작을 하루에 15분 정도만 해도 운동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으며 노인, 여성들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동작인 데 비해 혈류 순환 개선 효과가 크다. 남은주/ 한겨레 문화센터 mifoco@hani.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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