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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준씨 작품.
“이런 옷을 내가? 입을 수 있다”
자신을 개성있게 표현 중요
남성복도 봄의 선 살리기 유행
‘스포티’ 와 ‘섞기’ 가 패션 화두 ‘거울도 안 보는 남성’은 이제 지루하다. 교복 같은 양복 속에 구겨 넣어 뒀던 자기 표현의 욕망을 슬슬 꺼내 놓을 만한 시대다. 지난 14~23일 열린 가을·겨울 서울컬렉션에서 남성복을 선보인 디자이너 3명이 올해 멋쟁이가 되는 법을 알려줬다. 전 데코XIX 디자인 팀장이자 ‘지아이엘옴므’를 운영하는 서은길(39)씨, 전 닉스(NIX) 디자인 팀장이고 ‘론 커스텀’이란 브랜드를 만든 정욱준(39)씨, 일본 패션디자인 경연에서 상을 받고 ‘스위트리벤지’ 매장을 연 홍승완(37)씨가 그들이다. 세 사람은 먼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자기 규정을 옷장 속 깊이 집어 넣으라고 권했다. 한국 남성들 왜 이렇게 입나? 서은길=너무 보수적이에요. 몸에 붙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죠. 일본이나 타이완에선 나팔모양이나 꼭 붙는 바지도 입는데 한국에선 일종의 금기입니다. 한국 남성들은 풍성하게 입고 신발도 크게 신어요. 몸을 커보이게 하려는 습관이 다른 아시아 사람들보다 훨씬 센 것 같아요. 또 ‘나한테 이건 아니야’라고 지레 짐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색깔과 소재를 전체적으로 구성하면 어울리지 않을 옷은 없죠. 정욱준=재킷을 너무 길게 입어요. 특히 30대 초반부터는 자기 사이즈보다 더 크게 입는 경향이 있어요. 나온 배를 감추려고 헐렁하게 입는 것 같은데 큰 실수죠. 허리가 들어간 디자인이 뚱뚱한 체형을 보완해 주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구리 빛 피부의 ‘마초’ 같은 이미지는 인기가 떨어지고 있어요.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에요. 여성처럼 되라는 게 아니라 자기를 꾸미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홍승완=여성보다 남성이 남과 똑같이 입으려는 경향이 강해요. 주목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걸 보듬고 개성을 살리려고 하지 않죠. 도전이 필요해요. 올 봄·여름엔 어떻게 입을까? 서=아주 희거나 레몬 빛 나는 노랑, 밝은 파랑이 뜰 거예요. 색깔이 강렬해지면서 경쾌하고도 정장 느낌이 나는 재킷이 유행할 것 같아요. 줄무늬 바탕의 폴로 셔츠에 재킷, 청바지를 입는 식으로 단순한 멋이 관심을 끌겠죠. 대신 단조롭지 않게 칼라(옷깃)를 보색으로 만드는 등 악센트를 주겠죠. 바지는 약간 나팔모양으로 벌어진 것도 나올 걸로 보여요. 이와 달리 지난해엔 ‘비스퀘어’ 풍의 장식이 많은 바지나 점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예를 들어 재킷에 주머니나 지퍼가 많이 달린 스타일이었죠. 정=진(청바지 소재)이 중요하죠. 여러가지 문양이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청바지에 재킷과 셔츠가 가장 깔끔하죠. 그런데 너무 평범하지 않도록 색깔을 고려해야 해요. 예를 들어 노랑 셔츠를 입고 흰 재킷을 걸치면 깨끗해 보일 거예요. 티셔츠는 수영복 위에나 입을 법한 헐렁한 것 말고 자기 몸에 맞게 입어야 해요. 홍=재킷은 청량감을 줄 수 있는 면 소재가 좋을 것 같아요. 요즘엔 몸의 선을 살리면서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그래야 가볍고 젊게 보이거든요. 그런 윗옷에 낡은 청바지를 입으면 멋있을 거예요. 이번 서울컬렉션에서 선보인 경향은?
서=색깔이 차분한 검정에서 튀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오렌지, 초록 등이 뜨는데 특히 중요한 건 노랑이죠. 소재는 반짝이는 사틴도 많이 쓰더군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들도 이질적인 요소를 섞는 경향을 보였어요. 예전엔 우아한 벨벳엔 차분한 울을 맞췄는데 요즘엔 거친 면을 접목하는 거죠. 저는 신발이나 가방에 광택이 나는 쇠붙이 느낌을 보탰어요. 정=전반적으로 캐주얼해졌어요. 특히 1920~30년대에 유행했던 복고풍 체크무늬가 다시 각광 받고 있어요. 여전히 검정색이 강세지만 안에 입는 옷이나 니트는 노랑이나 초록색이 많았어요. 또 남성복엔 잘 쓰지 않던 금색이 중요한 트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더군요. 세계적으로 패션의 화두는 ‘스포티’와 ‘섞기’에요. 예컨대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게 옷깃(칼라)이 매끈하게 빠진 턱시도 재킷에 청바지를 입는 거예요. 저는 정통적인 수트에 모자가 달린 옷(후드티)을 안에 입는 식으로 만들었어요. 홍=1970~80년대 향수를 느끼게 하는 복고풍이 많이 선보였어요. 바지도 더 몸에 붙는 게 늘었고요. 단순한 느낌에도 다양한 색깔을 집어넣더군요. 저는 스노우보드 탈 때 입는 바지와 신발을 로맨틱한 디자인과 섞어 봤어요. 예를 들어 밑단이 곡선 처리된 재킷에 스노우보드 바지를 입는 거죠.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모다뉴스 제공
남성복도 봄의 선 살리기 유행
‘스포티’ 와 ‘섞기’ 가 패션 화두 ‘거울도 안 보는 남성’은 이제 지루하다. 교복 같은 양복 속에 구겨 넣어 뒀던 자기 표현의 욕망을 슬슬 꺼내 놓을 만한 시대다. 지난 14~23일 열린 가을·겨울 서울컬렉션에서 남성복을 선보인 디자이너 3명이 올해 멋쟁이가 되는 법을 알려줬다. 전 데코XIX 디자인 팀장이자 ‘지아이엘옴므’를 운영하는 서은길(39)씨, 전 닉스(NIX) 디자인 팀장이고 ‘론 커스텀’이란 브랜드를 만든 정욱준(39)씨, 일본 패션디자인 경연에서 상을 받고 ‘스위트리벤지’ 매장을 연 홍승완(37)씨가 그들이다. 세 사람은 먼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자기 규정을 옷장 속 깊이 집어 넣으라고 권했다. 한국 남성들 왜 이렇게 입나? 서은길=너무 보수적이에요. 몸에 붙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죠. 일본이나 타이완에선 나팔모양이나 꼭 붙는 바지도 입는데 한국에선 일종의 금기입니다. 한국 남성들은 풍성하게 입고 신발도 크게 신어요. 몸을 커보이게 하려는 습관이 다른 아시아 사람들보다 훨씬 센 것 같아요. 또 ‘나한테 이건 아니야’라고 지레 짐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색깔과 소재를 전체적으로 구성하면 어울리지 않을 옷은 없죠. 정욱준=재킷을 너무 길게 입어요. 특히 30대 초반부터는 자기 사이즈보다 더 크게 입는 경향이 있어요. 나온 배를 감추려고 헐렁하게 입는 것 같은데 큰 실수죠. 허리가 들어간 디자인이 뚱뚱한 체형을 보완해 주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구리 빛 피부의 ‘마초’ 같은 이미지는 인기가 떨어지고 있어요.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에요. 여성처럼 되라는 게 아니라 자기를 꾸미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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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여성보다 남성이 남과 똑같이 입으려는 경향이 강해요. 주목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걸 보듬고 개성을 살리려고 하지 않죠. 도전이 필요해요. 올 봄·여름엔 어떻게 입을까? 서=아주 희거나 레몬 빛 나는 노랑, 밝은 파랑이 뜰 거예요. 색깔이 강렬해지면서 경쾌하고도 정장 느낌이 나는 재킷이 유행할 것 같아요. 줄무늬 바탕의 폴로 셔츠에 재킷, 청바지를 입는 식으로 단순한 멋이 관심을 끌겠죠. 대신 단조롭지 않게 칼라(옷깃)를 보색으로 만드는 등 악센트를 주겠죠. 바지는 약간 나팔모양으로 벌어진 것도 나올 걸로 보여요. 이와 달리 지난해엔 ‘비스퀘어’ 풍의 장식이 많은 바지나 점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예를 들어 재킷에 주머니나 지퍼가 많이 달린 스타일이었죠. 정=진(청바지 소재)이 중요하죠. 여러가지 문양이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청바지에 재킷과 셔츠가 가장 깔끔하죠. 그런데 너무 평범하지 않도록 색깔을 고려해야 해요. 예를 들어 노랑 셔츠를 입고 흰 재킷을 걸치면 깨끗해 보일 거예요. 티셔츠는 수영복 위에나 입을 법한 헐렁한 것 말고 자기 몸에 맞게 입어야 해요. 홍=재킷은 청량감을 줄 수 있는 면 소재가 좋을 것 같아요. 요즘엔 몸의 선을 살리면서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그래야 가볍고 젊게 보이거든요. 그런 윗옷에 낡은 청바지를 입으면 멋있을 거예요. 이번 서울컬렉션에서 선보인 경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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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색깔이 차분한 검정에서 튀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오렌지, 초록 등이 뜨는데 특히 중요한 건 노랑이죠. 소재는 반짝이는 사틴도 많이 쓰더군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들도 이질적인 요소를 섞는 경향을 보였어요. 예전엔 우아한 벨벳엔 차분한 울을 맞췄는데 요즘엔 거친 면을 접목하는 거죠. 저는 신발이나 가방에 광택이 나는 쇠붙이 느낌을 보탰어요. 정=전반적으로 캐주얼해졌어요. 특히 1920~30년대에 유행했던 복고풍 체크무늬가 다시 각광 받고 있어요. 여전히 검정색이 강세지만 안에 입는 옷이나 니트는 노랑이나 초록색이 많았어요. 또 남성복엔 잘 쓰지 않던 금색이 중요한 트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더군요. 세계적으로 패션의 화두는 ‘스포티’와 ‘섞기’에요. 예컨대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게 옷깃(칼라)이 매끈하게 빠진 턱시도 재킷에 청바지를 입는 거예요. 저는 정통적인 수트에 모자가 달린 옷(후드티)을 안에 입는 식으로 만들었어요. 홍=1970~80년대 향수를 느끼게 하는 복고풍이 많이 선보였어요. 바지도 더 몸에 붙는 게 늘었고요. 단순한 느낌에도 다양한 색깔을 집어넣더군요. 저는 스노우보드 탈 때 입는 바지와 신발을 로맨틱한 디자인과 섞어 봤어요. 예를 들어 밑단이 곡선 처리된 재킷에 스노우보드 바지를 입는 거죠.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모다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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