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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동대문 정글로 사냥가자

등록 2005-04-14 19:46



자칭 ‘폐인’ 좇아 상가별 야간 탐험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와 두산타워 쪽에서 청계천6가를 건너 맞닥뜨리는 시장은 밀림이다. 헤매기 십상이지만 잘만 찾아가면 최신 패션의 질 좋은 옷을 싼 값에 사냥할 수 있다. 특히 도매만 하기로 알려져 있던 평화시장 등에도 점점 소매상이 늘어나면서 쇼핑 마니아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자칭 ‘동대문 마니아’라는 두 20대 여성을 좇아 지난 8일 밤 효과적으로 쇼핑하는 법을 찾아봤다.

길잡이가 돼준 이누리(25)씨는 시계 론진, 클라란스 등의 홍보대행을 맡은 차 커뮤니케이션 2년차 직장인이다. 그는 대학에서 의상학을 공부하고 6개월 동안 가수 코디네이터를 했다. 고 1때부터 동대문을 돌아다니는 게 취미였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은 동대문 시장에 온다. 다른 곳보다 싸고 독특한 옷이 많기 때문이란다. 그는 빈티지 스타일에 여러 겹 겹쳐 있는 걸 좋아한다. 그와 함께 온 정가화(25)씨는 대학 식품영양학과 3학년 학생이다. 서울모드 패션전문학교 2년 과정을 마쳤고 싸이더스HQ 코디팀에서 2년6개월 동안 일했다. 상가가 밀집해 있고 가격 비교가 쉬운 점도 동대문의 장점으로 꼽는 그는 깔끔한 정장풍 캐주얼을 선호한다.

밤 9시 이씨와 정씨를 따라 흥인시장 스타덤 지하상가를 지나 동대문 시장 쪽으로 넘어갔다. 스타덤 지하상가엔 1만~2만원 짜리 신발들이 많았다. 파스텔 톤이 주류였는데 비슷한 가격대의 신발은 동대문 운동장 주변 길가에도 쭉 판다.

동대문 시장은 상가별로 특징이 있다고 한다. 신평화시장, 동평화시장, 청평화시장은 주로 도매를 한다. 상가마다 가격대도 다르다. 이씨와 정씨의 첫 목표는 제일평화시장이었다. 값은 다른 상가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디자인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옷이 많다고 한다.

비싸지만 세련된 디자인

%%990002%%제일평화시장=1~2층에 캐주얼과 정장의 중간 정도 옷을 많이 판다. 캐주얼보다는 여성스럽고 격식이 있다. 딱 떨어지는 정장보다는 디자이너의 톡톡 튀는 감각이 많이 가미돼 있다. 탤런트 이승연씨도 이달 이곳에 가게를 열 예정이다. 입소문을 많이 타서 그런지 상가 가운데 가장 사람이 많았다. 1층7호 ‘에린부루’의 직원은 “배우 협찬도 하고 있다”며 “대부분 스커트는 4만원대, 자켓 6만원대, 브라우스 2만~3만원대”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매장 옷이 찍히는 걸 꺼려했다. 새 옷이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워낙 짧아 홍보가 별 도움이 안 되는 데다 언론에 조금이라도 나오면 곧 비슷한 상품이 다른 곳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빈티지를 좋아해 이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씨와는 달리 정씨는 깔끔한 옷들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오후 5시~다음날 밤 9시 영업. 토요일 오후 5시~일요일 밤 9시까지 휴무. 02)2252-6744/6745/3633 jeilpyunghwa.com.

“압구정 가면 가격 두배로”

에어리어6=겉은 허름한데 안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가격대는 제일평화시장과 비슷하다. 두 사람은 3층으로 직행했다. 이곳은 통로도 비교적 넓고 쾌적했다. 점포의 절반 정도는 수입품을 다뤘다. 이태리 옷을 파는 한 점포 직원은 “페트리지아, 페페 등 이태리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 옷을 보따리로 들여와 판다”며 “원피스가 10만~30만원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대문에서 떼다 압구정동에서 파는 수입 옷들이 많은데 그 과정에서 값이 두배로 뛴다”고 귀뜸했다. 두 사람은 “특이하다”며 스커트나 티셔츠를 만지작거릴 뿐 선뜻 지갑을 열진 못했다. 각 점포에서 제작해서 파는 옷들은 스커트 5만~7만원, 브라우스 4만~6만원, 자켓 9만원, 티셔츠는 1만~2만원대였다. ‘실크우먼’이라는 점포의 직원은 “이곳 옷들은 근처 디자이너클럽보다 품목별로 1만~2만원 비싸지만 그만큼 품질이 좋다”고 자랑했다. 밤 10시~다음날 오후 6시 영업. 일요일 휴무. 02)2238-491.

%%990003%%



“딴 곳서 본것인데 싸네”

광희패션몰=싸다! 이씨는 “1~2년 전만해도 일본풍 옷을 많이 팔았는데 요즘엔 미국 캐주얼이 유행하면서 빈티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들른 점포엔 원피스만 3만원이고 나머진 모두 2만원 이하였다. 점포 주인은 “홍콩에서 수입해 온 것”이라고 했다. 신발은 9천원이었다. 두 번째 점포에선 티셔츠는 1만원, 스커트는 1만6천원이었다. 야들야들한 쉬폰천 스커트와 티를 많이 팔았다. 이곳 주인은 “요즘엔 연두나 노랑색을 찾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정씨는 “다른 시장에서 본 것과 똑같은데 1만원 싸다”며 환한 표정으로 쉬폰 티셔츠를 골랐다. 밤 9시~다음날 오후 4시 영업. 02)2238-4352, 02)2232-2882. kwangheesijang.com/sijang.htm.

4층 질 좋은 신발·액세서리

%%990004%%뉴존=여기도 종합 쇼핑몰이지만 이씨와 정씨는 이곳 신발과 악세사리를 좋아해 4층으로 올라갔다. 이씨가 “이곳 신발은 흥인 지하상가 등에서 파는 신발들보다 값이 비싸지만 수제화로 디자인이 독특하고 질이 좋다”고 알려줬다. 5만~9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비싸다고 했더니 이씨는 그래도 소량만 만드는 수제화 치고는 싸단다. 연예인들이 많이 신어 유명해진 ‘가부끼’도 이곳에 매장이 있다. ‘와이 클레오 스토어’라는 신발 집 주인은 “요즘엔 통굽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5층은 악세사리를 파는데 허리띠와 모자는 1만원대였다. 허리띠는 빨강, 노랑 등 강렬한 원색에 버클에 화려한 장식이 있는 디자인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02)6366-3001.

셔츠와 구두를 사든 이씨와 정씨는 3천원 짜리 딸기 주스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밤 12시가 다 돼 가는데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 좀더 놀다 갈 계획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동대문 시장 쇼핑할 때 주의해야 할 점 몇가지를 알려줬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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