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무섬마을 앞 내성천을 지게를 진 노인이 소를 몰고 외나무다리로 건너고 있다.
낙동강 감싸도는 ‘육지 속 섬’
오래된 기와집·초가 어우러진
전통마을엔 고풍스런 풍취가
부석사엔 황금빛 가을향기가
오래된 기와집·초가 어우러진
전통마을엔 고풍스런 풍취가
부석사엔 황금빛 가을향기가
경북 영주 무섬마을·부석사
늦가을 영주는 온통 노란 세상이다.
황금빛 들녘에는 잘 여문 벼들이 추수를 기다리고, 논을 가로지르는 도로 변마다 따스한 가을볕에 탈곡을 끝낸 나락을 말리기에 한창이다. 부석사로 가는 길에는 누른 터널을 이룬 은행나무들이 무거운 잎사귀를 떨궈내고 있다. 문득 따뜻함이 그리워질 때 영주를 가면 고향 같은 포근함을 얻는다.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알려지지 않은 물돌이동 무섬마을이 있다. 낙동강의 상류인 내성천과 남원천이 만나 마을을 감싸고 도는 육지의 섬. 그래서 마을이름도 ‘물 위의 섬’이라는 무섬이다.
수도교를 건너 마을에 들어서자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드넓고 하얀 백사장, 고풍스런 고가들과 초가가 그림같이 어우러져 마치 옛 고향마을에 돌아온 것 같다.
마을 들머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고가는 고종 때 의금부 도사를 지낸 해우당 김낙풍이 기거했다는 해우당 고택이다. 고샅길을 더 들어가니 옛 선비의 단아한 격식이 느껴지는 무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저택인 만죽재가 나타난다.
전통마을답게 50가구 중 100년 이상 된 고옥만 16동인데 경상북도 중요민속자료 제92호인 해우당을 비롯해 문화재 자료로 지정된 것 만해도 9개나 된다. 대부분 노인네들이 고색창연한 옛 기와집을 지키고 있는 집 마당과 툇마루에는 호박과 토란이 가을볕을 쬐고 있고, 텃밭에는 빨갛게 고추가 익어가고 있다.
무섬마을은 1600년대 반남 박씨들이 난을 피해 안동에서 영주로 피신을 오면서 이 명당자리에 정착하면서 역사가 시작됐고, 그 뒤 예안 김씨가 시집을 오면서 예안 김씨와 반남 김씨의 집성촌으로 자리를 잡았다.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돌며 닦아놓은 드넓은 강변에는 고운 모래가 반짝이는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외나무다리가 놓인 강 건너편에는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을 지게를 진 한 노인이 소를 몰며 느릿느릿 외나무다리로 건너고 있다. 1980년 수도교가 놓여지기 전에는 이 외나무다리가 외지로 나가는 유일한 통행로였다.
무섬전통마을 김한세(68) 보존회장은 “무섬마을은 마을 뒷산은 태백산 줄기이고 강 건너 앞산은 소백산 줄기로 감싸고 있어 풍수지리학적으로 매화 가지에 꽃이 핀다는 매화낙지, 물 위에 연꽃이 피어 있는 듯하다는 연화부수의 명당 자리”라고 설명했다. 수도리 예안 김씨 사위인 시인 조지훈은 처가마을의 고풍스런 마을 정취와 호젓한 풍치에 반해 이곳을 무대로 시 ‘별리’를 쓰기도 했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는 지난해 9월에 마을주민과 출향인들이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다리를 복원하고자 뜻과 성금을 모아 150여m 길이로 뭍과 섬을 이어놓았다. 다리발은 25m 정도 깊이에 박아 큰물에도 끄떡없고, 하천바닥에서 높이 60㎝, 폭 30㎝로 세워 그야말로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으로 재현됐다.
초행길에 몸에 익지 않아 위태롭게 강을 건너다 말고 어지러워서 다리 중간에 걸터앉아 도도히 흐르는 맑은 강물을 바라보자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하다. 깊은 곳이라야 허벅지에 찰 정도로 수심이 얕지만 여름에는 수량이 풍부해 인근 마을에서 물놀이를 하려고 즐겨 찾는다. 무섬마을 주민들은 여름에 마을 앞을 휘도는 내성천에 모래로 둑을 막고 겨메기라는 통발을 이용해 전통방식으로 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평소 외지인들의 발길이 드문 이 강촌에서는 지난 13일 외나무다리 건너기라는 보기 드문 체험행사가 열렸다. 마을 노인들과 영주 시민들이 참가한 마을축제에서는 외나무다리를 쟁기지고 소 몰고 건너기, 점심참 먹거리 이고 지고 건너기, 소풀 지고 장분이 지고 건너기, 소 갈비짐 지고 건너오기, 가마 타고 시집가기, 말 타고 장가가기, 장례행렬(상여메기) 등 지금은 잊혀버린 추억의 행사들이 펼쳐져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의 아름다움이 빼어난 화엄종찰인 고찰 부석사를 들렀다. 순흥면에서 부석면에 이르는 931번 지방도 주변에는 아름드리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가을 바람에 싯누런 은행잎을 한잎 두잎 흩뿌리고 있었다. 은행잎을 주워들고 보니 매연에 찌든 도회지의 은행잎과는 달리 싱싱한 황금빛이다. 특히 매표소에서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에 이르는 500m 남짓한 오르막길은 온통 황금빛 터널이다. 영주에서 포근한 늦가을의 향기를 느낀다.
영주/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하늘천따지’ 오늘은 선비로 살아볼까26~29일 ‘선비촌’ 축제 영주는 영남 지방에서 대표적인 선비의 고장이다. 조선에 성리학을 소개한 유학자 안향이 영주 순흥 출신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옛 백운동서원)이 순흥에 세워졌다. 유서깊은 순흥면 청구리에는 전통가옥에서 숙박과 전통생활을 체험하며 영주 고유의 선비문화를 엿볼 수 있는 민속촌인 선비촌이 있다. 지난 2004년 9월 1만8000평 부지에 지역문화재인 6칸 대청의 해우당·두암고택 등 기와집과 선비가 살던 초가 등 영주 일대 고택 12채를 원형대로 재현했다. 또한 강학당과 정자, 물레방앗간, 대장간, 누각, 열부각, 연못 등과 조선시대 저잣거리로 전통마을을 꾸려 조선시대 생활풍속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마을로 들어서면 고샅길 담장 아래에는 코스모스와 들국화가 피어있고, 초가지붕과 토담에는 박과 호박이 익어가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선비촌을 방문하면 고가에서 숙박체험과 투호·제기차기·팽이치기·그네타기·널뛰기·조선시대 전통옷 입어보기 등 생활체험과 작은 음악회, 서당캠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선비촌 김준년(46) 촌장은 “선비촌은 살아있는 선비정신을 계승하고, 선조들의 삶과 슬기로운 지혜를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이다”고 말했다. 선비촌에서는 개촌 3주년을 맞아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제2회 선비문화축제’가 펼쳐진다. 전통 관혼상제 연출, 선현추모 헌다례, 전국들차회 접빈다례 등 전통예술행사와 노래자랑 한마당, 열린 음악회 등 멋스럽고 다채로운 공연으로 꾸며진다. (054)638-5831~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돌며 닦아놓은 드넓은 강변에는 고운 모래가 반짝이는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외나무다리가 놓인 강 건너편에는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을 지게를 진 한 노인이 소를 몰며 느릿느릿 외나무다리로 건너고 있다. 1980년 수도교가 놓여지기 전에는 이 외나무다리가 외지로 나가는 유일한 통행로였다.
부석사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의 아름다움이 빼어난 화엄종찰로 유명하다.
선비고장 영주 순흥면에 3년 전 문을 연 선비촌은 고색창연한 고가에서 숙박과 전통생활을 하면서 영남의 선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하늘천따지’ 오늘은 선비로 살아볼까26~29일 ‘선비촌’ 축제 영주는 영남 지방에서 대표적인 선비의 고장이다. 조선에 성리학을 소개한 유학자 안향이 영주 순흥 출신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옛 백운동서원)이 순흥에 세워졌다. 유서깊은 순흥면 청구리에는 전통가옥에서 숙박과 전통생활을 체험하며 영주 고유의 선비문화를 엿볼 수 있는 민속촌인 선비촌이 있다. 지난 2004년 9월 1만8000평 부지에 지역문화재인 6칸 대청의 해우당·두암고택 등 기와집과 선비가 살던 초가 등 영주 일대 고택 12채를 원형대로 재현했다. 또한 강학당과 정자, 물레방앗간, 대장간, 누각, 열부각, 연못 등과 조선시대 저잣거리로 전통마을을 꾸려 조선시대 생활풍속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마을로 들어서면 고샅길 담장 아래에는 코스모스와 들국화가 피어있고, 초가지붕과 토담에는 박과 호박이 익어가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선비촌을 방문하면 고가에서 숙박체험과 투호·제기차기·팽이치기·그네타기·널뛰기·조선시대 전통옷 입어보기 등 생활체험과 작은 음악회, 서당캠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선비촌 김준년(46) 촌장은 “선비촌은 살아있는 선비정신을 계승하고, 선조들의 삶과 슬기로운 지혜를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이다”고 말했다. 선비촌에서는 개촌 3주년을 맞아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제2회 선비문화축제’가 펼쳐진다. 전통 관혼상제 연출, 선현추모 헌다례, 전국들차회 접빈다례 등 전통예술행사와 노래자랑 한마당, 열린 음악회 등 멋스럽고 다채로운 공연으로 꾸며진다. (054)638-5831~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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