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골장터의 향수가 아직도 남아있는 정선5일장에 가면 강원 내륙의 오지인 두메산골에서 딴 산나물과 특산물, 강원도의 토산품들을 값싸게 살 수 있을 뿐더러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옛날의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신토불이 산나물·검정고무신…
시골장터 구경에 눈과 입 즐겁고
조양강 휘도는 병방치고개 비경
된장마을·부수베리계곡 발길잡네
시골장터 구경에 눈과 입 즐겁고
조양강 휘도는 병방치고개 비경
된장마을·부수베리계곡 발길잡네
강원도 정선 5일장
정선 5일장에는 아직도 옛 시골 장터의 정취와 냄새가 배어있다.
다달이 2일과 7일(2, 7, 12, 17, 22, 27일) 정선읍 봉양리에서 열리는 장터에 가면 강원 내륙의 오지인 두메산골에서 딴 참나물과 곰취, 참취, 고사리, 더덕, 곤드레나물 등 각종 산나물을 비롯해 찰옥수수, 감자, 황기, 인진쑥, 음양곽 등을 값싸게 살 수 있다. 또한 대장간의 농기구와 호롱불, 개다리소반, 검정고무신, 짚신 등 점점 사라지고 있는 옛날의 물건들이 좌판에 올라오기도 한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여름철이면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 국수와 콧등치기 메밀국수, 곤드레밥 등 강원도의 토속 먹거리로 입맛까지 돋울 수 있으니 눈과 입이 다 즐거운 여행길이다.
정선 제1교를 건너서 장터를 들어서자 파라솔을 친 난전 200여개 앞을 관광객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 수해가 덮친 7월에는 손님들이 줄었으나 8월부터 조금씩 늘어나서 평일에는 2천~3천명, 주말에는 4천~5천명이 장터를 찾아온다.
고사리 한다발을 집어들면서 중국산 먹거리를 의심하자 상인들은 정선5일장번영회에서 발행한 신토불이증을 내보인다. 고사리(한다발 1만원)와 취나물(5천원), 곤드레나물(7천원), 찰옥수수, 감자 등이 외지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다. 황기와 가시오가피, 복분자로 우려낸 약물을 “불로초보다 더좋은 불로초약”이라고 선전하는 시골약장수의 난전 앞에도 카메라가 몰려든다. 12년째 정선 5일장에서 떡장수를 하고 있는 민병만(47·정선읍 봉양1리)씨는 “외지 상인들이 많이 몰려들면서 옛날처럼 진실된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장터의 훈훈한 인심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정선읍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북실리 아리랑아파트 뒷쪽 언덕길을 2Km쯤 오르면 병방치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갯마루와 만난다. 깎아지른 벼랑 끝에 서면 동강의 상류인 조양강이 굴암리 마을을 조롱박처럼 휘감고 유유히 흘러 내려가는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던 옛날에는 굴암리 사람들은 이 고개를 넘어 정선장을 다녀오곤 했다.
정선읍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동해시쪽으로 가다보면 임계면 가목리에 ‘메주와 첼리스트’라는 표지판과 만난다. 백복령 중턱에 자리잡은 정선의 대표적인 오지마을인 가목리 군대부락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첼리스트 도완녀(52)씨와 범어경전 번역가로 이름난 학승 돈연(60) 스님이 부부연을 맺은 뒤 여래, 문수, 보현 등 아들딸 삼남매를 낳고 된장을 담그며 사는 된장마을로 더 유명하다. 마을에 들어서자 마당에 줄지어 놓인 애들 키만한 항아리 1500여개가 마치 외가에 놀러온 듯한 푸근함을 물씬 자아낸다. 해마다 7월6일에는 도완녀씨의 첼로 독주회가 선보이며 8월 초에는 된장축제가 열린다.
전나무숲이 잘 우거진 된장마을 뒷편에는 괘병산 자락 아래 이름조차 정겨운 부수베리계곡이 숨어있다. 예전부터 부싯돌이 많이 나는 곳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부수베리계곡은 괘병산에서 흘러내린 맑고 찬 계류와 넓은 암반으로 여름철 계곡 피서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가목리라는 이름답게 물푸래나무(가목)가 우거진 부수베리계곡 윗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소나무숲과 전나무숲을 헤치고 1시간40분쯤 오르면 주목 군락에 이어 거대한 바위가 우뚝 선 괘병산 정상에 다다른다.
수병산이라고도 불리는 이 산은 인근 주민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곳으로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형상을 하였다 하여 괘병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정상에는 공룡 발자국 모양의 샘이 여러개가 있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간혹 바다조개가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서는 수억년 전 바다가 융기되면서 생성된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홍경식(44) 가목리 이장은 “날씨가 맑을 때 괘병산 정상에 오르면 발 아래 백두대간의 능선과 동해의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는 모습이 실로 장관”이라고 자랑한다. 10월 말께는 태고의 원시림이 펼쳐내는 단풍이 더 멋드러지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정선의 구명은 무릉도원 아니냐./ 무릉도원은 어데 가고서 산만 충충하네.”(정선아리랑)
인제/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노란 웃음’ 수놓은 해바라기 언덕
태백고원식물원 다음달10일가지 축제
강원도 태백시 황연동 삼수령 기슭 구와우마을에는 요즘 노란 해바라기의 물결이 한창이다.
12만평의 대지에 300여종의 토종 야생화들이 자라고 있는 태백고원자생식물원이 여름의 꽃 해바라기가 활짝 피기 시작한 지난 7월26일부터 오는 9월10일까지 해바라기축제를 벌이고 있다.
전국에서 제일 높은 고원지대(해발850m)에 자리잡은 이곳을 방문하면 식물원 앞 들녘과 뒷산 중턱에 조성된 5만평의 대지에 활짝 핀 해바라기의 물결과 천인국, 나리꽃, 벌개미취, 부처꽃 군락 등 우리 고산식물의 살가운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꽃들이 많이 상하기는 했으나 자연스럽게 조성된 3.5킬로미터의 산책로를 따라 도회지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진풍경을 즐길 만하다. 특히 식물원 뒤 야산에 오르면 푸른 하늘과 낙동정맥 아래 소 아홉마리가 누워있는 형상의 구와우의 대자연과 어우러져 흐드러지게 핀 해바리기 무리들과 만난다.
김남표(41) 원장은 “잘 구획된 다른 식물원과는 달리 들판처럼 강원도의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룬 자생식물원을 꾸밀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5년 전부터 심기 시작한 고산식물 300여종이 자라고 있지만 앞으로는 희귀·멸종위기식물을 포함해 2000여종의 자생식물을 심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축제 기간에는 사진전시회와 그림전, 조각전, 분재 등도 전시된다. 식물원 주변에는 한강과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인 삼수령과 황지연못, 구문소, 용연동굴,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가 살랑이는 태백체험공원 등 볼거리들이 솔찮다. www.guwow.co.kr. (033)553-9707.
태백/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정선읍 북실리 병방치 고개는 동강의 상류인 조양강이 굴암리 마을을 조롱박처럼 휘감고 유유히 흘러 내려가는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정선읍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동해시쪽으로 가다보면 임계면 가목리에 ‘메주와 첼리스트’라는 표지판과 만난다. 백복령 중턱에 자리잡은 정선의 대표적인 오지마을인 가목리 군대부락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첼리스트 도완녀(52)씨와 범어경전 번역가로 이름난 학승 돈연(60) 스님이 부부연을 맺은 뒤 여래, 문수, 보현 등 아들딸 삼남매를 낳고 된장을 담그며 사는 된장마을로 더 유명하다. 마을에 들어서자 마당에 줄지어 놓인 애들 키만한 항아리 1500여개가 마치 외가에 놀러온 듯한 푸근함을 물씬 자아낸다. 해마다 7월6일에는 도완녀씨의 첼로 독주회가 선보이며 8월 초에는 된장축제가 열린다.
부수베리계곡에 자리잡은 ‘메주와 첼리스트’ 된장마을의 앞마당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장독들이 마치 설치미술품 같다.
‘노란 웃음’ 수놓은 해바라기 언덕
태백고원식물원 다음달10일가지 축제
태백시 구와우마을 태백공원자생식물원 뒤 야산 중턱을 노랗게 수놓고 있는 해바라기 군락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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