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도 내월리 아래에 하트모양으로 펼쳐진 하누넘해변은 석양무렵 매섬 앞을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가 장관이다. 오른쪽 아래에는 도초도에서 자생하는 선인장의 일종인 백년초의 모습.
청정바다 간직한 비금도·도초도
목포항에서 비금도 가는 배를 탔다.
비 그친 바다 위에는 뿌연 물안개가 서려있다. 파도가 넘실대는 뱃길에는 고독해 보이는 섬들이 실루엣을 그리며 나타났다 사라지곤한다. 배는 그 몽롱한 신비 속으로 들어섰다가는 나직한 신음을 내뱉고 빠져나온다.
그리움 사무쳐 이어진 형제섬
석양에 맘까지 물드는 ‘하트 해변’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바다에 오는 이유’(이생진)
그렇게 1시간쯤을 갔을까. 다리로 연결된 두 개의 섬이 나타났다. 도초도와 비금도. 신안 앞바다에 흩뿌려져 있는 827개 섬 가운데 5번째와 7번째로 큰 섬이다. 배는 오른쪽 비금도 수대리 선착장에 닻을 내렸다. 선착장을 벗어나자 염전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힘찬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는 새를 닮았다’고 해서 비금이라 불리는 이 섬은 천일염이 많이 나는 곳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지역의 깨끗한 청정해수를 저수지에 담아 만들어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은 50~60년대 섬 주민들에게 부를 안겨주었다. 그때 비금도는 ‘돈이 날아다니는 섬’이었다.
2번 국도를 따라 서남쪽 해안으로 차를 달렸다. 내월리에서 구불구불한 임도로 깎아지른 듯한 고개를 넘자 하트 모양의 해변이 눈 아래 펼쳐졌다. 최근 드라마 ‘봄의 왈츠’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하누넘해수욕장이다.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과 바다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하누넘’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동행한 유영관(47) 비금면장은 “석양 무렵 하누넘 해변 앞 매섬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로 떨어지는 해넘이가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해가 지면 바닷빛깔도 투명의 핑크빛 하트라고 한다. 그러나 변덕스런 섬 날씨는 끝내 그 장관을 외면했다.
해변에 내려서니 고운결의 모래밭이 드넓게 펼쳐져있다. 물이 빠져나간 해변에는 겹겹이 물보라 레이스가 수놓고 있다. 한적한 해변가에는 잔잔한 해조음을 들으며 한쌍의 연인이 거닐고 있다. 촉촉한 물기를 지닌 명사밭은 발자국 남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문득 밀월여행으로 운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잔물결 간직한 명사십리 해변
파도의 속삭임에 연인은 말을 잃고…
모든 것을 버리고 그냥 며칠 눌러 앉아 있고 싶어지는 마음을 억누르고 섬 북쪽으로 되돌아나왔다. 수림리를 지나 길이 끝나는 곳에서 해당화가 붉게 피어나는 고운 모래해변과 마주쳤다. 바닷가 멀리 한 늙은 어부가 그물에 걸린 고기를 건져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이 빠져나간 명사십리해수욕장의 2.8km 뻘모래밭을 시원스레 차로 달렸다. 이웃 원평해수욕장의 모래밭 1.2㎞와 합쳐서 꼭 10리 길이다. 마구 밟아도 잔물결 무늬를 고스란히 간직한 명사십리 모래밭은 마치 넓은 사막과 같다.
도초도에서 1㎞에 이르는 다리를 건너 비금도로 넘어섰다. 여의도의 16∼17배에 이르는 두 섬은 열해 전 1996년 서남문대교가 완공되면서 형제 섬이 됐다
시목해수욕장을 찾았다. 주변에 감나무가 많아 시목이라는 이름을 얻은 해변은 2.2km에 이르는 모래사장을 두팔에 안은 듯한 반달 모양이다. 해수욕장 옆편 ‘큰산’에 오르자 멀리 우이도를 비롯해 석왕도, 누도, 소누도, 경치도 등 다도해의 섬들이 한눈에 잡힌다. 편안함이 절로 느껴진다.
신안/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해수 풀장·개펄 체험…“자기야, 낚시도 할래”
‘연인의 섬’ 외달도
목포 앞바다에는 ‘사랑의 섬’이라 불리는 외달도가 있다. 목포항에서 뱃길로 40분 거리에 있는 이 작은 섬은 해변에서 보는 전경과 해넘이가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적어 청정해역의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한 이 곳은 두해 전부터 해수욕장이 개발되면서 부쩍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4년 전국 최대규모의 풀장이 개장된데 이어 올해는 15일부터 해수체험장과 갯벌 생태체험장, 일광욕장, 모래놀이터, 목재파고라 등이 문을 연다. 특히 펜션형 전통한옥 3동과 함께 모기방지용 그물막, 전기시설 등을 갖춘 26동의 숙박용 텐트촌은 피서객들에게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문의;목포시청 관광사업과 270-8216~9.
섬에서는 썰물이면 해수풀장 앞 바닷가에서 조개와 고동을 줍는 갯벌체험과 가벼운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 인근에는 해상 콘도형 유료 낚시터가 있어 참돔, 감성돔, 농어, 우럭 등을 직접 낚아 맛볼 수 있다. 또한 섬 뒷쪽에는 물이 빠지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별섬과 아담한 외달도해수욕장도 있다.
또 외달도에는 민박과 횟집을 겸한 외달도해수욕장민박(261-1347), 사랑의섬횟집(261-6504) 등을 비롯한 민박집 19곳이 있다. 외달도는 목포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신진페리2호(244-0522)가 오전 8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하루 5회 운행된다. 문의;목포시청(www.mokpo.go.kr) 관광진흥과 270-3256, 종합관광안내소 270-8598.
목포/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석양에 맘까지 물드는 ‘하트 해변’
해변에 내려서니 고운결의 모래밭이 드넓게 펼쳐져있다. 물이 빠져나간 해변에는 겹겹이 물보라 레이스가 수놓고 있다. 한적한 해변가에는 잔잔한 해조음을 들으며 한쌍의 연인이 거닐고 있다. 촉촉한 물기를 지닌 명사밭은 발자국 남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문득 밀월여행으로 운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잔물결 간직한 명사십리 해변
파도의 속삭임에 연인은 말을 잃고…
해수 풀장·개펄 체험…“자기야, 낚시도 할래”
하누넘 해수욕장은 겹겹이 물보라 레이스가 수놓은 드넓은 모래밭이 아름답다.
목포 앞바다에는 ‘사랑의 섬’이라 불리는 외달도가 있다. 목포항에서 뱃길로 40분 거리에 있는 이 작은 섬은 해변에서 보는 전경과 해넘이가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적어 청정해역의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한 이 곳은 두해 전부터 해수욕장이 개발되면서 부쩍 알려지기 시작했다.
‘연인의 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목포 외달도해수욕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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