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마곡으로 이름난 마곡사는 태화산에서 흘러내려온 맑고 차가운 계류가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계곡 속에 자리잡아 예부터 십승지의 하나로 꼽혔다. 큰 잉어들이 뛰어노는 희지천 위를 가로지르며 절 입구와 경내를 잇는 극락교의 모습.
태화산서 흘러내린 맑은 개울 따라 불교세계로…
붉은 철쭉 흐드러지고 봄은, 소멸해가도 눈부시고 장엄하다
붉은 철쭉 흐드러지고 봄은, 소멸해가도 눈부시고 장엄하다
공주의 봄 마곡사
푸른 금강이 곰나루로 쉼없이 실어나르던 봄기운이 한풀 꺾이면서 늦봄을 뛰어넘어 성급하게 초여름으로 접어들 기세다.
해마다 공주의 봄은 계룡산 자락에서 시작되어 태화산 마곡사 경내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벚꽃과 백목련의 꽃비와 함께 마지막 기운을 불사른다. 그래서 예로부터 춘마곡 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고 일러왔던가. 이즈음 마곡사에서는 갖가지 꽃들로 수놓은 초봄의 화려함 대신 붉은 철쭉꽃과 함께 장엄하게 소멸해가는 봄의 끝자락을 만날 수 있다.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에 자리잡은 마곡사로 가는 길은 태화산에서 흘러내려온 맑고 차가운 희지천과 함께한다. 매표소를 지나 절 입구의 해탈문까지 1.5킬로미터 가량 희지천변길을 걷노라면 맑은 계류가 반질반질한 바위를 간질이며 청명한 자연음악을 선사한다.
태극모양으로 휘돌아 나가는 숲길을 지나 마곡사의 정문인 해탈문에 이르면 중앙통로 양쪽 편으로 익살스러운 금강역사상과 해태를 탄 곱상한 문수동자상이 마중한다. 해탈문을 지나야 사바세계를 벗어나 비로소 불교세계에 들어간다고 한다. 당당한 풍채를 지닌 사천왕이 동서남북으로 자리하고 있는 천왕문 아래, 희지천을 가로지르는 극락교 너머로 대웅보전이 보인다.
수많은 잉어가 노니는 계곡물 위로 다리를 건너면 오른편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범종루가 버티고 서 있고, 바로 정면에 보물 799호인 5층 석탑과 보물 802호 대광보전과 보물 801호 대웅보전이 아늑한 가람배치를 자랑한다. 5층 석탑은 축조 형식이 원나라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탑이다. 탑 왼편 응진전 앞에는 멋들어진 향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백범 김구 선생이 마곡사 승려 생활을 기념해 심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백범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했던 일본군 장교를 처단한 뒤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 탈옥해 마곡사 백련암에서 입산해 3년 동안 지냈다.
마곡사의 중심법당으로 해탈문, 천왕문과 일직선으로 놓여 있는 대광보전은 100일 기도 드리며 참나무 자리를 짠 앉은뱅이가 일어나 걸어 나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대광보전 뒤편에 자리잡은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이다. 특히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은 보물답게 그 규모와 건축미도 뛰어나지만 아름드리 싸리나무 기둥이 더 유명하다. 이와 함께 대광보전과 대웅보전 현판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문인화가인 강세황과 신라의 명필 김생의 글씨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보물 800호 영산전의 현판은 매월당 김시습을 만나러 왔던 세조가 헛되이 돌아가며 남긴 글씨이니 마곡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명필들의 묵향이 서린 곳이라고 하겠다. 마곡사를 품고 있는 태화산 일대 계곡은 예로부터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로 〈택리지〉나 〈정감록〉과 같은 지리서에 기록된 명당이다. 신라 선덕여왕 9년(백제 무왕 41년)인 640년에 신라의 고승 자장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마곡사는 고려 명종 때인 1172년 보조국사, 범일, 도선 국사가 중수 및 재건했던 천년 도량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충남의 모든 사찰을 관할하는 이 큰 절의 이름은 마(麻)가 많이 재배되던 골짜기(谷)에 지은 절(寺)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보조국사가 고려 명종 2년에 절을 재건하고 법문을 할 때 설법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로 골짜기가 마치 삼밭의 삼(麻)처럼 빼곡하다 하여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마곡사 주변의 태화산 자락은 우리나라에서 적송이 잘 보존된 곳으로, 절 왼편으로 난 5킬로미터쯤의 산길 주변에는 수백년 묵은 적송이 우거져 있다. 은적암 입구에서 출발해 마곡사에서 운영하는 송림욕장을 거쳐 활인봉과 나발봉 등 태화산 능선을 돌아 마곡사 경내로 나오는 등산로는 봄철과 여름철에 공주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공주/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공산성의 야경…금강도 빛을 낸다 밤8~11시 성벽둘레 오색찬란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도 일품
공주 시내 산성동에 자리잡은 공산성은 백제의 대표적인 고대 성곽으로 공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길이다.
금강변 해발 110미터 낮은 언덕에 자리잡은 성에 올라 걷는 2.5킬로미터 길이의 성곽길은 유유히 흐르는 짙푸른 금강과 어우러진 울창한 숲, 강 건너 공주 시가의 한가로운 풍경을 완상할 수 있다. 공산성은 백제 문주왕 1년(475)에 한산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했다가 성왕 16년(538)에 부여로 다시 천도할 때까지 5대 64년간의 도읍지인 공주를 수호하려고 축조한 성이다. 산성은 능선과 계곡을 따라 토성으로 쌓았으나 조선 선조·인조 시대에 대부분 현재와 같은 석성으로 개축되었다. 성 안에는 웅진 도읍지로 추정되는 왕궁지를 비롯해 백제시대 연못 2곳, 고려시대 때 창건한 영은사, 조선시대 인조대왕이 이괄의 난을 피해 머물렀던 쌍수정과 사적비, 남문인 진남루, 북문인 공북루 등이 귀중한 유적이 남아 있어 역사교육장으로도 유익하다. 특히 성벽 둘레에 오색찬란한 조명등을 켜는 밤 8시부터 11시까지 공산성에 오르면 성벽 이웃에서 9가지 색상으로 조명을 밝히는 금강교와 비단 물결 치는 금강 등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4월1일부터 10월15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벌어지는 웅진성 수문병 근무교대식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공주시 사적지관리소 www.gongju.go.kr/historical. (041)856-033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공주 시민들의 산책길
마곡사의 중심법당으로 해탈문, 천왕문과 일직선으로 놓여 있는 대광보전은 100일 기도 드리며 참나무 자리를 짠 앉은뱅이가 일어나 걸어 나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대광보전 뒤편에 자리잡은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이다. 특히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은 보물답게 그 규모와 건축미도 뛰어나지만 아름드리 싸리나무 기둥이 더 유명하다. 이와 함께 대광보전과 대웅보전 현판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문인화가인 강세황과 신라의 명필 김생의 글씨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보물 800호 영산전의 현판은 매월당 김시습을 만나러 왔던 세조가 헛되이 돌아가며 남긴 글씨이니 마곡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명필들의 묵향이 서린 곳이라고 하겠다. 마곡사를 품고 있는 태화산 일대 계곡은 예로부터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로 〈택리지〉나 〈정감록〉과 같은 지리서에 기록된 명당이다. 신라 선덕여왕 9년(백제 무왕 41년)인 640년에 신라의 고승 자장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마곡사는 고려 명종 때인 1172년 보조국사, 범일, 도선 국사가 중수 및 재건했던 천년 도량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충남의 모든 사찰을 관할하는 이 큰 절의 이름은 마(麻)가 많이 재배되던 골짜기(谷)에 지은 절(寺)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보조국사가 고려 명종 2년에 절을 재건하고 법문을 할 때 설법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로 골짜기가 마치 삼밭의 삼(麻)처럼 빼곡하다 하여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마곡사 주변의 태화산 자락은 우리나라에서 적송이 잘 보존된 곳으로, 절 왼편으로 난 5킬로미터쯤의 산길 주변에는 수백년 묵은 적송이 우거져 있다. 은적암 입구에서 출발해 마곡사에서 운영하는 송림욕장을 거쳐 활인봉과 나발봉 등 태화산 능선을 돌아 마곡사 경내로 나오는 등산로는 봄철과 여름철에 공주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공주/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공산성의 야경…금강도 빛을 낸다 밤8~11시 성벽둘레 오색찬란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도 일품
공주 시민들의 산책길로, 또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공산성의 밤과 낮의 전경
마곡사 아래 장승촌 마을에 세워진 남북통일대장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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