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북쪽 자락의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도자예술촌.
철화분청사기 맥 잇겠다고 젊은 도예인 모인 공동체마을
시인·도예가 한자리에 불러 14일까지 축제 한마당
시인·도예가 한자리에 불러 14일까지 축제 한마당
공주 계룡산 도자예술촌
충남 제일의 명산 국립공원 계룡산은 동서남북으로 동학사와 갑사, 신원사, 구룡사를 품고 있다. 옛적에 불에 타 지금은 당간지주만 남은 통일신라의 옛 절터인 구룡사지에 젊은 도예가들이 도예촌을 이뤄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의 맥을 이으며 살고 있다.
계룡산 철화분청사기는 예부터 전남 강진의 상감청자와 경기 광주의 청화백자와 함께 한국 도자의 3색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회흑색 태토에 귀얄로 백토분장을 하고 그 위에 산화된 쇳가루인 철화로 소박, 담백하고 자유분방한 문양을 새겨 구운 분청사기다. 일본이 자기의 발상지이자 세계에 자랑하는 아리타의 도조(도자기 시조) 이삼평 등 조선 최고의 계룡산 도공들이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뒤로 계룡산 철화분청사기는 쇠퇴의 길을 걷다 맥이 끊겼다.
대전에서 박정자 사거리를 지나 공주 방향으로 국도 32번을 따라 5분쯤 지나면 마티터널 못미쳐 삼거리 왼쪽으로 계룡산 도자예술촌으로 가는 좁은 길이 나온다. 맑은 개울을 왼편으로 두고 다랑논을 가로지르는 시골길로 임금봉과 신선봉을 끼고 굽이굽이 4킬로미터쯤 거슬러올라가자 계룡산 자락 아래 자그마한 마을이 나타난다.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계룡산 도자예술촌.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30, 40대 중반의 젊은 도예인들이 1992년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의 기법을 복원하고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형성한 공동체 마을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젊은 도예가 14명이 우연히 모여 ‘평생 작업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자’고 결의했던 것이 도예촌의 계기가 되었어요. 도자유산으로 계룡산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데 뜻을 모으고 계룡산 자락에서 공방을 찾았죠.”
임성호(40·명지대 도자기술학과 강사) 촌장은 “계룡산 도자 장인의 자유로운 기상이 마음껏 발휘된 철화분청사기의 맥이 끊긴 것이 늘 안타까웠다”며 “지난 14년 동안 회원들 각자가 자기 나름의 색깔로 선조들의 맥을 잇고자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윤정훈(45·명지대 도자기술학과 강사) 문화부장은 “작업을 하면서 계룡산 흙이 몹시 거칠어서 결코 양질이 아닌데도 그토록 뛰어난 도자기를 만들어낸 선조들의 놀라운 솜씨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식구가 16명으로 불어난 도예촌은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일반인들에게 도자 체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두해 전부터 ‘계룡산 분청사기 축제’를 벌이고 있다.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3회 축제에는 ‘시! 詩! 시! 토! 土! 토!’라는 주제로 나태주씨를 비롯한 이 지역 시인들과 초청시인 문정희씨 등 시인 10명, 경기도 이천, 경남 합천 등 전국 도예가 50여명을 초청해 시와 도자기의 만남의 시간을 마련한다. 또 선인 사기장 추모제례, 시의 테마전, 환경조형물 설치, 도자 워크숍, 16 작가 공방에서 테마별 작품 전시, 전통 장작가마 도자기 굽기 시연, 도예 체험마당 등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041)857-8811, 8813, 8819. 공주/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한 도예가가 백토분장한 도자기에 산화된 쇳가루인 철화로 문양을 그려놓고 있다.
지금은 식구가 16명으로 불어난 도예촌은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일반인들에게 도자 체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두해 전부터 ‘계룡산 분청사기 축제’를 벌이고 있다.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3회 축제에는 ‘시! 詩! 시! 토! 土! 토!’라는 주제로 나태주씨를 비롯한 이 지역 시인들과 초청시인 문정희씨 등 시인 10명, 경기도 이천, 경남 합천 등 전국 도예가 50여명을 초청해 시와 도자기의 만남의 시간을 마련한다. 또 선인 사기장 추모제례, 시의 테마전, 환경조형물 설치, 도자 워크숍, 16 작가 공방에서 테마별 작품 전시, 전통 장작가마 도자기 굽기 시연, 도예 체험마당 등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041)857-8811, 8813, 8819. 공주/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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