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먼 길 나섰다가 어릴 적 기억 속의 ‘나’를 보고는 마냥 웃음이 납니다. 돌 깔린 신작로를 따라 버스 몇 대 겨우 드문드문 다니던 시골 들녘. 해마다 여름이면 무에 그리 신이 났는지 엉덩이까지 덜렁 ‘까’놓고는 친구들과 개울물에 첨벙거리곤 했지요. 그러다 버스라도 한 대 지날라치면 “야호! 버스다!”를 외치며 고추를 그냥 드러낸 채 손 흔들어 깡충거리던 그런 옛 추억입니다. 생각 같아선 훌렁 벗어젖히고 한데 어울리고 싶었지만 어느새 부쩍 자란 나이인지라 겨우 마음뿐입니다. 그저 속으로 “그래. 너희들이 나로구나. 내가 너희들이구나” 하며 웃고 맙니다.
인도 나그푸르/임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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