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과 고운 모래언덕으로 감싼 모항마을 해수욕장의 완만한 해변을 봄철 가족 나들이를 온 이들이 거닐고 있다.
부안 변산반도 모향마을
한곳에서 해돋이 해넘이
갯바닥에 나가지 않아도
호미 하나만 들면
굴 게 맛 고둥 조개 바지락… 해변도로 타고
갯내음 가득한 어촌…
소라껍질 매달아 첨벙
4∼5일마다 건지면
씨알 굵고 잔뜩 알밴
연하디 연한 살이 꾸물럭…
소라껍질을 줄에 매달아 만든 쭈꾸미 잡이 그물.
“봄 쭈꾸미는 씨알이 굵어도 살이 부드럽고 연하지라. 철이 지나면 질기고 딱딱하제. 봄 쭈꾸미는 알 쭈꾸미라고 해서 머리부분에 알이 꽉 차서 머리만 따로 떼어내 삶아 먹으면 꼭 찰밥같소.” 이 마을 이춘희(43)씨는 “어릴 적에 계란 껍질에 해먹던 계란밥 같다”며 봄 쭈꾸미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잠시 사이 “새만금 간척사업을 하면서 물 흐름이 달라져서 그런지 올해는 원캉 쭈꾸미가 많이 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모항에서는 쭈꾸미를 소라그물로 잡는다. 소라껍질을 50센티 간격으로 줄에 매달아 개안(앞바다)에는 5백개짜리 한 마깐을, 먼바닥(바다)에는 1만개짜리 한 마깐을 바닥에 넣어두고 4~5일마다 건져낸다. 이렇게 잡은 자연산 쭈꾸미는 수입산 중국 쭈꾸미보다 작고 또 약품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흘밖에 살지 못하지만 살이 연하고 고소하다. 갓 잡은 쭈꾸미는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생것으로 기름소금장에 발라 먹는다. 볶아서 먹기도 하고, 봄에 쪽파가 많이 나므로 둘다 데쳐서 새콤달콤하게 먹어도 별미다. 칠산 앞바다를 둔 덕에 예부터 모항에는 갯것이 넘쳐났다. 모항마을에 살면서 고향의 소중한 풍경과 옛 추억을 모아 지난해 10월 산문집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을 낸 박형진(48) 시인은 “충청도에서 대하잡으러, 경상도에서 갈치 잡으러 와서 뒷장불(뒷바다)과 앞장불(앞바다) 온 바다에 배가 가득찼다”고 자랑했다.
봄 쭈꾸미 잡이에 나선 박형진 시인(왼쪽 아래)과 친구들이 바다에 담궈두었던 소라그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바닥에 나가지 않아도 호미 하나만 들면 굴, 게, 고둥, 맛, 피조개, 키조개, 바지락 등 갯것을 얼마든지 캘 수 있어. 또 새미(풀뭇가사리), 청각, 톳, 지총(지충이)은 얼마나 맛난 반찬거리인지.” 푸짐이, 꽃님이, 아루, 보리, 이름도 예쁜 4남매를 둔 이 농부 시인과 함께 썰물 무렵 바닷가로 나갔다. 해수욕장 오른편 바위 틈새를 잠시 뒤지니 말통성게와 소라, 고둥, 조개, 톳이 양동이에 가득찼다. 말통성게는 침이 가늘고 짧은 성게인데 요즘철에 알이 차서 쪄서 먹으면 최고의 술안주감이란다. 몇해 전부터 모항마을과 박형진 시인에 반해 이 곳을 즐겨 찾는다는 이효성(38·광주시 북구 일곡동)·경미(35·전남 담양군 대치리)씨 자매는 “작고 아담한 느낌은 예전 같지 못하지만, 그래도 고즈넉한 정경은 문득 떠나고 싶을 때 누구라도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모항에 도착하면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 잘 수 있을 거야.…모항이 보이는 길 위에 서기만 하면 이미 모항이 네 몸 속에 들어와 있을 테니까.” 안도현 시인의 ‘모항 가는 길’은 그랬다. 부안/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해안따라 굽이굽이 절경…‘이순신’ ‘왕의 남자‘ 까지 거쳐갔다오
푸른 서해바다가 기암절벽과 소나무, 대장죽이 잘 어우러진 적벽강 수성당 앞 해안.
변산해변도로에서 적벽강을 바라다본 모습.
고사포송림해수욕장을 지나면 붉은 바위로 이뤄진 기암절벽과 동굴의 신비가 아름다운 적벽강, 칠산바다를 수호하는 여해신인 개양할미를 모신 수성당, 호박나무 군락, 격포해수욕장, 해식단애가 수만권의 책을 쌓아 올린 듯한 모습의 채석강, 격포항 등과 잇따라 마주친다. 격포항을 벗어나면 궁항 오른편 해안에 있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 전라좌수영, 좌측 논 건너편의 영상테마파크에 들러 색다른 체험관광을 할 수 있다. 영상테마파크는 조선 중기를 재현한 왕궁과 사대부가, 한방촌, 도자기촌, 공방촌, 시전거리 등 오픈촬영시설을 갖춰 텔레비전 사극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 한국 영화사상 최대 흥행기록을 세운 <왕의 남자> 등을 촬영했다. 곰소 방향으로 3.3Km쯤에 있는 상록해수욕장은 미세하고 부드러운 모래로 이뤄진 1km 정도의 백사장이 운치를 더한다. 모항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30번 국도로 해안을 따라가다 마동삼거리를 거치면 운호리 바닷가의 자그마한 어촌 작당마을에 닿는다. 특히 작당마을 왼편 언덕에 자리잡은 카페 작당21(063-583-8039)은 해넘이 경관이 무척 아름다워 부안의 예술인들이 즐겨 모여 ‘작당’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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