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하늘가까운바다 <25>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 라고 그는 썼다
공지영
환영일 거야,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야, 하고 나는 생각했다. 다시는 상처 입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내 마음이 그랬다. 그는 오늘 호텔에서 쉰다고 아침에 아빠가 이연희 과장하고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었다. 듣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래층에서 사사에 씨, 하는 아빠의 말은 황량한 들판에 핀 빨간 꽃 하나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처럼 내 귀로 들어섰었다. 호텔에서 쉰다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는 내가 싫어서 나는 뛰어나온 것이었다. 뛸 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찬 바람 속을 뛰어가는 육체의 움직임이 실타래처럼 엉킨 머릿속의 압력을 육체의 고통으로 전환해줄 때까지, 나는 뛰고 또 뛰었었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 라고 그는 썼다. 그의 그리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게 나니? 하고 물을 수도 없었다. 그건 네가 아니야, 최홍, 현실을 봐, 다시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다 줘버리고 울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내 마음이 다시 내게 말했다. 그와 나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다. 이제사 그 순간을 회상하면 언제나 화면은 아주 느리게 돌아가고 만다. 시간이 공평하거나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다시 내가 내게 말했다. 그 사람이야, 그 사람. 준고가 왔다고.
나는 얼어붙었다. 몸은 언제나 훈련이 잘 된 어리석은 로봇처럼 움직이고 있었지만 오직 그의 확대된 동공만이 내 시야에 가득했다. 화이트 아웃된 벌판에 그의 눈동자만 살아서 작고 검은 별처럼 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갈대밭 가에 있는 그를 스쳐 앞으로 뛰어갔다. 눈길을 거두고 앞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를 일 미터 앞쯤에서 스쳐 지나가는 바로 그 순간, 처음 그가 나를 안았을 때, 심장으로 느껴지던 그 희미한 고통 같은 것이 살아왔다. 생생한 팔의 감촉과 그의 손가락이 내 벗은 등을 쓸어내릴 때, 용량을 초과한 듯 뛰고 있었던 내 심장의 감미로운 고통,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입술이 덜덜 떨려왔던 그 감각의 기억이 일 미터라는 거리와 겨울이라는 찬 바람을 사이에 두고도 다시 생생하게 느껴져 왔던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게 사랑이라는 거구나, 사랑을 하면 자석처럼 서로가 서로의 몸을 끌어당기는 거구나…. 먼저 잠든 그를 보면서 신기해했던 내 모습이, 준고의 방의 구체적인 사물이, 갈색 의자와 책상, 바나나가 들어 있던 푸른색 등나무 바구니와 가지런히 꽂혀 있던 책들과 구겨진 침대 시트와 함께 떠올랐다. 다시 돌아가서 그에게 안기고 싶었다. 그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되었든, 논리와 역사와 상황과 이런 거 잠깐만 옆으로 밀어놓고 그냥 여기 지금, 이 한순간만, 한 번만 다시 그의 품에 안겨서 그의 입술에 힘껏 내 입술을 맞추고 싶었다. 그냥 남자와 여자로, 그냥 사람과 사람으로, 그의 손을 잡아보고 그의 뺨을 한 번만 쓸어내려 보고 그리고 그의 고수머리를 내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한 번만 더 쓸어보고 싶다는 욕망으로 다시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 다음 같은 건 없어도 좋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같은 범생이들이 하는 질문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라고 나는 대답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고 싶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내 몸은, 일상의 습관처럼 그저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칠 년이라는 세월이 부질없다는 것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지희하고 둘이 앉아서, 그러니까 네가 뛰쳐나올 때 남자가 너를 잡지 않았다면, 그는 너하고 그만 끝내고 싶었던 거야. 아니라면 남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붙잡고 말 테니까. 심리학을 전공하는 지희는 환자에게 암 선고를 하는 의사처럼 건조하게 말했다. 역시 그렇지? 내가 혼자 좋아하고 내가 혼자 그 집에 가서 살고 그리고 내가 혼자 떠나버린 거지? 지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대답했던 내 목소리도 웅웅거렸다. 그러니까 홍아, 이젠 잊어.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잖아? 지희가 약을 처방하는 의사처럼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희야, 다시 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아마 그때 나는 대학로 스타벅스 한구석에서 울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럼, 하고 지희가 대답했다. 다시는 사랑을 못할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뇌의 호르몬을 교란시켰기 때문이야. 지희는 비커를 앞에 둔 화학자처럼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만 울고 이제 울지마. 그래 그럴게, 하고 대답하면서 나는 지희가 건네준 연노란빛 손수건에 코를 풀었다.
─ 그런데 지희야, 혹시 사람에겐 일생 동안 쏟을 수 있는 사랑의 양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난 그걸 그 사람한테 다 쏟아버린 거 같아.
흔들리는 마음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꼭 만날 수 있어, 하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쓰지 히토나리 차 안에서 잠시 갈대가 무성한 호숫가를 바라본다. 이따금 갈대밭 사이를 달리는 사람이 보였다. 차를 세운 곳과는 거리가 있어 홍이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차창을 내리고 밖을 내다보자 차가운 공기가 내 초조한 마음을 타이르는 듯했다. “사사에 씨, 밖은 매우 춥습니다. 기다리신다고 해도 그런 복장으론 어림없죠.” 운전기사가 햇빛에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한낮 기온은 5도까지 올라간다고 했습니다만, 호숫가니 체감온도는 더 낮을 겁니다.” 바람이 갈대밭을 흔들었다. 멀리 분당의 고층 아파트들이 보인다. 호수 가장자리의 엷은 얼음은 내가 하려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를 말해 준다. “그 분이 달리는 시간이 대충 이맘때인가요?” 나도 모릅니다, 하고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린다. “밖에 나가지 말고 여기서 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차를 좀 더 길가로 세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역시 저 갈대밭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못 견디겠으면 다시 오지요. 여기서 기다려 주실 수 있습니까?” 저야 기다리는 게 일인데요, 하고 운전기사는 공손히 말한다. 나와 비슷한 연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그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럼 제 코트를 걸치고 가시죠.”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고 방한복을 건넨다. 밖으로 나오니 갑작스런 찬 공기에 코와 폐가 긴장한다. 영상 5도란 기온을 믿을 수가 없다. 영하의 날씨였고, 바람이 불면 더 춥게 느껴질 것이다. 나는 기사에게 코트를 받아 걸쳤다. “그럼 다녀오십시오. 무리하지 말고 견디기 힘들면 바로 차로 오십시오.” 완만한 비탈길을 내려간다. 호수 주변을 작은 언덕들이 둘러싸고 있다. 막상 내려와 보니 호수는 생각보다 꽤 넓었다. 호수 한쪽에 있는 갈대밭으로 발을 옮긴다. 호수를 일주하게 되어 있는 조깅코스 겸 산책로는 갈대밭을 가로질러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갈대밭에 있는 나무다리가 산책로를 반원을 그리며 건너도록 되어 있었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나는 갈대밭 쪽으로 가, 조깅코스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나무다리 끝에 섰다. 언덕 위로 내가 타고 온 검은 승용차가 보인다. 운전기사가 의리 있게 차 밖으로 나와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담배를 피우던 기사가 얼른 오른손을 높이 들어 대답한다. 산책로 저편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멀리 번화한 분당 거리가 보였지만, 호수 주변은 집들이 뜨문뜨문 있었다. 빙 둘러싼 낮은 산은 택지조성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이연희 씨가 말한 호수가 정말 이곳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추위를 견디며 계속 산책로를 바라본다. 그날, 홍이는 나를 보고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내 앞을 지나갈 때도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홍이가 지나가면서 일으킨 바람이 내 뺨을 어루만졌다. 이노가시라 공원 호수 둘레는 2킬로미터 남짓, 홍이는 평소 4바퀴를 돌았다. 이따금 아르바이트나 수업이 없을 때, 혹은 컨디션이 좋을 때면 나는 호숫가 벤치에 앉아 홍이를 응원했다. 홍이가 내 앞을 지날 때마다 나는 작게 손을 흔들었다. 홍이는 미소로 대답할 뿐, 결코 멈춰 서거나 같이 손을 흔드는 일이 없었다. 홍이는 언제나 자신에게 엄격했다. 이슬비 정도의 날씨로는 달리기를 쉬는 일이 없었다. 늘 힘겨운 얼굴이었지만 마지막 한 바퀴까지 전력을 다해 달렸다. 달기기를 마치면 호숫가에서 호흡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그러고는 땀을 닦으며 내 곁으로 와 앉았다. 그날, 나는 달리기를 마친 홍이를 들쳐 업었다. 홍이는 응석을 부리듯 웃었다. 달릴 때는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는 홍이가 내 등에 업혀 안심하며 웃어 주는 것이 기뻤다. ─ 베니, 정말 열심히 달렸다. 홍이가 내 등에 뺨을 대고는 응, 하고 대답했다. 약간 어리광부리는 목소리다. 달릴 때의 굳은 표정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다. ─ 저기, 윤오 무겁지 않아? 무거웠지만, 난 지고 싶지 않았다. 가벼워, 하고 거짓말을 하자 홍이는 ─ 그럼 집까지 부탁해. 하고 말했다. 완만한 언덕 끝에 돌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 배 안 고파? 잠깐 꼬치 집에 들렀다 가자. 네가 좋아하는 쓰쿠네(주-닭고기를 다져 완자처럼 만든 것) 먹고 가자. 홍이가 하하, 하고 큰 소리로 웃었다. 역시 무겁지? 무거워서 집까지 못 업고 가는구나 하고 심술궂게 말했다. ─ 전혀 안 무거워. 목이 말라 맥주로 건배를 하자는 거야. ─ 안 돼, 윤오. 일단 아파트까지 데려다 줘. 샤워를 하고 옷 갈아입고 그리고 꼬치 먹으러 가. 자, 힘내! 저기 돌계단을 다 올라가는 거야. 바람에 갈대가 흔들린다. 다른 생각을 한 사이 내 곁을 달려간 사람이 있었다. 놀라 바라보았지만, 역시 홍이는 아니었다. 분당 거리를 바라본다. 마음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마음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꼭 만날 수 있어, 하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 그림 이보름 번역 김훈아
흔들리는 마음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꼭 만날 수 있어, 하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쓰지 히토나리 차 안에서 잠시 갈대가 무성한 호숫가를 바라본다. 이따금 갈대밭 사이를 달리는 사람이 보였다. 차를 세운 곳과는 거리가 있어 홍이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차창을 내리고 밖을 내다보자 차가운 공기가 내 초조한 마음을 타이르는 듯했다. “사사에 씨, 밖은 매우 춥습니다. 기다리신다고 해도 그런 복장으론 어림없죠.” 운전기사가 햇빛에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한낮 기온은 5도까지 올라간다고 했습니다만, 호숫가니 체감온도는 더 낮을 겁니다.” 바람이 갈대밭을 흔들었다. 멀리 분당의 고층 아파트들이 보인다. 호수 가장자리의 엷은 얼음은 내가 하려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를 말해 준다. “그 분이 달리는 시간이 대충 이맘때인가요?” 나도 모릅니다, 하고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린다. “밖에 나가지 말고 여기서 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차를 좀 더 길가로 세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역시 저 갈대밭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못 견디겠으면 다시 오지요. 여기서 기다려 주실 수 있습니까?” 저야 기다리는 게 일인데요, 하고 운전기사는 공손히 말한다. 나와 비슷한 연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그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럼 제 코트를 걸치고 가시죠.”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고 방한복을 건넨다. 밖으로 나오니 갑작스런 찬 공기에 코와 폐가 긴장한다. 영상 5도란 기온을 믿을 수가 없다. 영하의 날씨였고, 바람이 불면 더 춥게 느껴질 것이다. 나는 기사에게 코트를 받아 걸쳤다. “그럼 다녀오십시오. 무리하지 말고 견디기 힘들면 바로 차로 오십시오.” 완만한 비탈길을 내려간다. 호수 주변을 작은 언덕들이 둘러싸고 있다. 막상 내려와 보니 호수는 생각보다 꽤 넓었다. 호수 한쪽에 있는 갈대밭으로 발을 옮긴다. 호수를 일주하게 되어 있는 조깅코스 겸 산책로는 갈대밭을 가로질러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갈대밭에 있는 나무다리가 산책로를 반원을 그리며 건너도록 되어 있었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나는 갈대밭 쪽으로 가, 조깅코스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나무다리 끝에 섰다. 언덕 위로 내가 타고 온 검은 승용차가 보인다. 운전기사가 의리 있게 차 밖으로 나와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담배를 피우던 기사가 얼른 오른손을 높이 들어 대답한다. 산책로 저편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멀리 번화한 분당 거리가 보였지만, 호수 주변은 집들이 뜨문뜨문 있었다. 빙 둘러싼 낮은 산은 택지조성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이연희 씨가 말한 호수가 정말 이곳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추위를 견디며 계속 산책로를 바라본다. 그날, 홍이는 나를 보고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내 앞을 지나갈 때도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홍이가 지나가면서 일으킨 바람이 내 뺨을 어루만졌다. 이노가시라 공원 호수 둘레는 2킬로미터 남짓, 홍이는 평소 4바퀴를 돌았다. 이따금 아르바이트나 수업이 없을 때, 혹은 컨디션이 좋을 때면 나는 호숫가 벤치에 앉아 홍이를 응원했다. 홍이가 내 앞을 지날 때마다 나는 작게 손을 흔들었다. 홍이는 미소로 대답할 뿐, 결코 멈춰 서거나 같이 손을 흔드는 일이 없었다. 홍이는 언제나 자신에게 엄격했다. 이슬비 정도의 날씨로는 달리기를 쉬는 일이 없었다. 늘 힘겨운 얼굴이었지만 마지막 한 바퀴까지 전력을 다해 달렸다. 달기기를 마치면 호숫가에서 호흡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그러고는 땀을 닦으며 내 곁으로 와 앉았다. 그날, 나는 달리기를 마친 홍이를 들쳐 업었다. 홍이는 응석을 부리듯 웃었다. 달릴 때는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는 홍이가 내 등에 업혀 안심하며 웃어 주는 것이 기뻤다. ─ 베니, 정말 열심히 달렸다. 홍이가 내 등에 뺨을 대고는 응, 하고 대답했다. 약간 어리광부리는 목소리다. 달릴 때의 굳은 표정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다. ─ 저기, 윤오 무겁지 않아? 무거웠지만, 난 지고 싶지 않았다. 가벼워, 하고 거짓말을 하자 홍이는 ─ 그럼 집까지 부탁해. 하고 말했다. 완만한 언덕 끝에 돌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 배 안 고파? 잠깐 꼬치 집에 들렀다 가자. 네가 좋아하는 쓰쿠네(주-닭고기를 다져 완자처럼 만든 것) 먹고 가자. 홍이가 하하, 하고 큰 소리로 웃었다. 역시 무겁지? 무거워서 집까지 못 업고 가는구나 하고 심술궂게 말했다. ─ 전혀 안 무거워. 목이 말라 맥주로 건배를 하자는 거야. ─ 안 돼, 윤오. 일단 아파트까지 데려다 줘. 샤워를 하고 옷 갈아입고 그리고 꼬치 먹으러 가. 자, 힘내! 저기 돌계단을 다 올라가는 거야. 바람에 갈대가 흔들린다. 다른 생각을 한 사이 내 곁을 달려간 사람이 있었다. 놀라 바라보았지만, 역시 홍이는 아니었다. 분당 거리를 바라본다. 마음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마음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꼭 만날 수 있어, 하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 그림 이보름 번역 김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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