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이상 한·일 고대사를 연구해온 아동문학가 이영희 전 의원이 25일 오전 10시께 경남 남해군 남해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90.
고인은 1989년 일본에서 발간한 저서 <또 하나의 만요슈>에서 7~8세기 일본 노래집 <만요슈>가 고대 한국어를 일본식 한자의 음과 훈으로 빚어지는 소리로 표기했다고 주장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인들이 정신적 고향으로 숭앙하는 <만요슈>에는 단가와 장가 등 모두 4500여 수의 노래가 실렸다. <또 하나의 만요슈>는 일본에서 100만부 이상 팔렸으며 책이 나온 뒤 독자 후원회까지 결성됐다. 이 후원회가 일본에서 낸 격월간지 <마나호>는 일본 고대사와 일본어의 진상을 주로 다루며 2017년까지 발간됐다.
고인은 말년까지도 자신을 이어 고대 한국어와 <만요슈>의 관계를 연구할 사람이 없다는 걸 안타까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1931년 도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4년 귀국해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나왔다. 1960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문화부장과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거쳤고 1981년에는 제11대 국회의원(전국구·민주정의당)을 지냈다.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조각배의 꿈’으로 당선되며 아동문학가의 길도 걸었다. 방송위원회 위원과 공연윤리위원장을 지냈다. 대한민국아동문학상, 소천문학상, 해송동화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은 딸 김이선·이정·유리씨와 사위 박세정씨 등이 있다. 빈소는 남해 추모누리묘지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7일 오전 7시30분이다. (055)862-0442.
강성만 선임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