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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학술

“미치광이 광의 정신 긍정한 첫 동양사상가는 공자이죠”

등록 2021-01-25 18:42수정 2021-01-26 02:18

동양미학자 조민환 성대 교수
동양 ‘광의 미학’ 살핀 책 출간
조민환 교수.                           조민환 교수 제공
조민환 교수. 조민환 교수 제공
“동양 예술철학이나 서화서를 보면 한자 광(狂)을 써서 스스로 미치광이라고 부르는 내용이 많아요. 조선 중기 화가 김명국은 ‘술 취한 미치광이(취광)’, 당 시인 이백은 ‘초나라 미치광이(초광)’를 자처했죠. 대유학자인 주희조차 자신을 ‘광노’라고 불렀죠.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을 가졌다는 거죠. 서양에서 정신병자나 미치광이를 뜻하는 광은 동양에서는 자신을 높이면서 독창성을 나타내는 말이었죠.”

<동양의 광기와 예술> 표지.
<동양의 광기와 예술> 표지.
조민환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가 최근 낸 <동양의 광기와 예술-동아시아 문인들의 자유와 창조의 미학>(성균관대 출판부)은 동양 철학과 예술에 보이는 ‘광’의 함의를 살핀 책이다. 도가·도교학회 회장과 서예학회 회장 등을 지낸 저자는 30여 년 동안 동양 철학과 예술 사이에 놓인 경계를 허무는 학술 작업을 해왔다.

그는 동양 철학에서 보이는 광에 대한 긍정의 시원을 공자에서 찾았다. “<서경>(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고대 역사서)에서는 제왕이 덕치를 하면 성인이고 그렇지 않으면 광인이라고 해요. 광은 폭력적이고 우매한 것이었죠. 하지만 공자는 광을 이렇게 해석해요. ‘누군가 하고자 하는 뜻이 적극적이고 진취적이지만 행동이 따르지 못한다.’ 광이 부정에서 부분 긍정으로 바뀐 거죠.”

그는 주희는 전반적으로 광을 부정했지면 양명학을 주창한 명대 왕수인이 광을 긍정적으로 이해한 뒤로 광의 미학이 변곡점을 맞았다고 했다. “이지나 원굉도와 같은 양명학자들이 옛것을 부정하는 차원에서 광을 새롭게 규정하면서 개인의 창의성과 진정성을 강조하는 광의 미학이 최고 경지에 이릅니다. 하지만 주자학의 영향력이 컸던 조선조 500년에서 광의 미학은 파급력이 크지 않았죠.”

그는 중국과 한국의 도자 예술을 예로 들었다. “퇴계 이황이 이단으로 규정한 양명학은 개인의 진실한 정감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희로애락을 강조하죠. 하지만 유교의 중화 미학은 절제와 조화가 핵심이죠. 백자 위주의 도자 문화가 조선 500년 내내 간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명 만력제 이후 도자기 형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원색이나 다양한 크기의 도자기가 등장하죠. 소중화를 자처한 조선의 중화 미학 일변도는 예술의 다양성 추구에 걸림돌이었죠.”

그는 조선 시대 대표적인 광의 예술가로 화가 김명국과 최북 등을 꼽았다. “조선 시대에 광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광기가 드러난 최북과 김명국의 그림을 좋아했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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