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무용, 그리고 몸철학
이광래 지음/민음사·3만3000원
서로 다른 두 물체 사이의 경계면이나 상호접촉을 뜻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계면)는 현대 정보통신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개념이다. 예술철학 연구자인 이광래 강원대 명예교수는 예술을 철학으로 가로지르는 ‘통섭철학’ 시리즈의 여섯번째 저서를 내놓으며 ‘인간’(人+間)이 얼굴을 서로 마주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의 존재이며 예술은 상호계면성을 피하기 어렵다고 규정한다.
저자는 “새로움과 다름이 모든 학자나 예술가의 바람이자 목표라면 ‘계면’(interface)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작품의 독창성은 어떤 것과도 전적으로 무관한 ‘완벽한 무관계성’에서 나온다기보다 오히려 독특한 관계성(계면성)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계면주의(interfacism)를 미술과 무용의 인터페이스 과정을 통해 풀이한다.
무용은 춤으로 시대를 사유하는 몸철학이다. “다시 배우자! 정신적인 것은 몸의 기호로서 확정되어야만 한다”고 말한 니체의 영향을 받은 세기의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은 몸이 정신보다 열등하다는 근대의 위계질서를 뒤엎고자 했다. 야수파 화가 마티스는 “나는 남달리 춤을 좋아하고, 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본다”고 말했다. 피카소는 발레를 직접 배웠을 만큼 발레 마니아였다. 피카소에게 춤은 그의 예술과 인생의 가장 큰 에네르기였다. 마티스와 피카소는 40년이란 시간을 사이에 두고 각자 춤의 역동을 담은 작품 <삶의 기쁨>을 그리기도 했다. 책에는 미술과 무용의 상호접촉이 작품과 사진으로 잘 실려 있어 이해를 돕는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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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배우고 있는 파블로 피카소(위)와 피카소의 1946년작 <삶의 기쁨>. 사진 및 그림 민음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