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교수, 발표자로 조목조목 비판
“일 극우 위안부·강제동원 부정 논리
뉴라이트가 진부한 레퍼토리 답습”
주익종 “한반도 재산 85%가 적산” 주장
김창록 “일 재산은 식민지 수탈 산물
일 정부와 법원도 개인청구권 인정”
이영훈 “위안부, 성노예 아니었다” 주장
강성현 “위안부 강제동원 광범위했고
공창제는 전쟁 전 일 형법에도 불법”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위안부’연구회 공동주최로 ‘역사부정을 논박하다 <반일 종족주의> 긴급진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철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 김창록 경북대 교수,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사무처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강제징용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었다” 등의 극단적인 역사 왜곡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반일 종족주의>를 향해 학자·전문가들이 포문을 열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위안부’연구회는 1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반일 종족주의> 긴급토론회를 열어 이 책의 주장을 하나하나 논파했다.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학술단체 차원의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문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듯, 80명 가량의 청중이 찾아와 토론장을 매웠다.
이날 발표자로 나온 김민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한국근현대사)는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자유주의사관론자’라 자칭하는 극우 지식인들이 기존의 역사교과서를 ‘자학사학’에 빠졌다고 공격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주장을 했다. 한국의 뉴라이트들이 이런 진부한 레퍼토리를 내세우는 건 해방 이후 줄기차게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피해배상을 요구하며 싸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연구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의 배경이 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논박이 이뤄졌다. 앞서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반일 종족주의>에서 “(해방 직후) 일본이 남기고 간 재산은 한반도 총재산의 85%에 달했다. 애당초 한국 측이 일본에 청구할 게 별로 없었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조선총독부 재산은 대한제국의 재산을 강탈한 것이니 당연히 돌려주어야 하고, 일본인의 사유재산도 식민통치의 비호 아래 이뤄진 구조적 수탈의 산물이므로 정당한 재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 연구위원의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일체의 청구권이 완전히 정리되었는데 한국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는 주장도 문제 삼았다. 김 교수는 “개인의 청구권은 협정에 의해 소멸하지 않았다는 것이 한·일 양국 정부와 법원에 의해 확인되었다”며 “주 연구위원의 논리는 ‘식민지 지배 책임이라는 것은 애당초 없다’고 전제할 때만 정합성을 가질 수 있는데, 그것은 아베 정부조차 단언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전제”라고 꼬집었다.
<반일 종족주의>에 나온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한 주장은 이미 학문적으로 극복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책에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합법적인 민간의 공창제가 군사적으로 동원된 것이며, 위안부는 폐업의 권리와 자유를 가졌으므로 성노예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현재의 연구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식민지 공창제를 모델로 하되 더 억압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라는 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동원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고 공창제는 전쟁 전 일본 형법과 국제법으로도 불법이라는 점, ‘위안부’의 생활이 성노예와 같다는 점, 더 나아가 식민지 공창제뿐 아니라 일본 본토 공창제 역시 성노예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자들은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의 정치적 의도도 지적했다.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필자 대부분은 뉴라이트로서, 이들이 주도했던 대안·교학사·국정 역사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와 함량 미달로 폐기되었다. 학문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의 의도는 일본 극우세력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편찬하는 모임’같이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해 보수층을 결집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창록 교수는 “이영훈이 조정래 소설가를 비난하기 위해 동원한 ‘광기어린 증오의 역사소설가’라는 말이 과연 누구에게 진짜 어울리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